전문가칼럼
-> 전문가칼럼
채식과 육식, 뭘 먹어야 할까?
고정혁기자2011년 12월 26일 19:31 분입력   총 857892명 방문
AD

김진목 | 암재활전문/통합의학치료 패밀리요양병원장. www.4cancer.co.kr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최근 2~30년간 음식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균형 있는 식사의 한 축으로 알려져 왔던 동물성 식품이 더 이상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동물성 식품은 과거에 성인병이라고 분류되던 생활습관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구 환경조차 우리의 다음 세대가 행복하게 살기에 적합지 않을 정도로 오염돼가고 있다는 사실도 지금의 과도한 육식문화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과거 채식에 동조하지 않던 미국 국립아카데미나 미국 영양사 협회조차 이미 채식의 장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의사회원만 4천 명이 넘는 미국의 '책임 있는 의사회(PCRM; 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는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의료단체로 유명한데, 이 단체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도 채식을 권장하는 것이다.

왜 육식이 건강에 나쁠까? 장수국으로 유명한 오카나와에서 돼지고기를 상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육식을 통해서 건강에 유익하다는 문헌도 많이 나와 있는데, 채식을 강조하는 것은 편협된 의견은 아닐까?
문제는 육식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육식 속에 포함되어 있는 화학물질들이다. 오늘날의 축산업은 고도로 밀집된 대량 축산 즉, 공장식 축산이다. 한정된 영역에서 빽빽하게 밀집시켜 먹이기만 하고 운동은 최대한 제한시켜 몸무게를 최대한으로 올리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 결과 축산 환경이 나쁘고 가축들의 면역도 떨어져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철저한 소독과 예방적 항생제의 투여는 필수적일 것인데 그 소독제와 항생제들은 모두 화학물질들이다. 그뿐 아니라 가축의 먹이가 되는 사료도 전부 화학적 농업의 결과물들로 만들기 때문에 화학물질들 범벅이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성장촉진제나 호르몬제까지 첨가하기 때문에 육식 속에는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섞여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POPs(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말 그대로 자연계에서 분해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거의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화학물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DDT, PCB, 다이옥신 등이다.
5,60대 되신 분들은 어릴 적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나 벼룩, 빈대를 퇴치하기 위해서 DDT를 머리카락은 물론 옷 속에까지 뿌려 넣었었다.

지금부터 POPs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이 이름은 특정 한두 개의 화학물질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고 어떠한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의 통칭이다. 어떤 공통적인 특성이냐 하면, 바로 자연환경 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으면서 먹이사슬을 통하여 축적되고, 생명체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는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들을 보이는 화학물질들은 다 통틀어 POPs라고 부를 수 있다.

여러분들이 쉽게 알 수 있는 POPs라면 DDT 같은 살충제, 월남전에서 고엽제로 사용했다는 다이옥신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매우 많은 유기염소계 농약들이 POPs 물질로 분류되고, 산업장에서 절연제로 사용되는 PCBs 등도 전형적인 POPs 물질이다.

POPs로 분류될 수 있을만한 화학물질을 인간이 처음 발명한 것은 약 1920년대로 알고 있고 1930년대, 1940년대를 지나면서 POPs 물질들이 지구상으로 쏟아지게 된다. 특히나 유기염소계 농약은 살충제로 효과가 매우 탁월했고 이로써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에 DDT 발명자는 심지어 노벨상까지 수상하였다.

이미 엄청난 양의 POPs 물질들이 이 지구상의 환경 내로 배출된 다음인 1960년대 경, 드디어 이로 인한 생태계의 이상, 특히 야생동물들의 이상 반응이 서서히 알려지게 되었다. 혹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라는 책 읽어본 사람이 있는가? 여기에 나오는 화학물질들이 바로 POPs들이다.

다양한 경로로 분해가 잘 되면서 반감기가 짧은 많은 다른 화학물질과 달리 POPs의 경우 일단 한번 환경에 배출되면 분해가 잘되지 않고 환경 내에 축적되며 먹이사슬을 통하여 생명체에, 특히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POPs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인체 내로 들어오면 인체 내 반감기가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른다. 또한, 지방조직 속에 축적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씩 지방조직 속에서 혈액으로 빠져 나와서 순환기를 돌면서 여러 주요한 장기로 도달하게 된다. 특히 이 POPs 물질이 강력한 지용성이라는 점이 세포막을 아주 쉽게 통과하여 세포 내로 침투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POPs라는 물질이 드디어 세포 내로 입성했을 때 과연 우리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POPs 물질 중에서 가장 독한 놈들로 알려진 염소가 붙은 POPs 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게 된다. 지금 그때로부터 30~40년쯤 흘렀다. 그러나 2010년을 살고 있는 일반 인구집단의 지방조직이나 혈액을 검사해보면 거의 대부분에서 이 POPs 물질들이 상당량 검출되고 있다. 현재 태어나는 신생아들을 검사해 봐도 검출된다. 엄마의 몸속에 축적되어 있던 POPs 물질들이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류의 비극. POPs 물질은 모유 속에도 듬뿍 들어 있다.

그리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똑같은' 생명체인 수많은 동물들. 야생에서 살고 있는 야생 동물들이든 탐욕스런 인간의 공장식 축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축이든 관계없이 모든 동물들의 지방조직이나 혈액에도 당연히 이 POPs 물질들이 검출되고 있다. 그 절대량에서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POPs는 식물성 식품에서도 검출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해서 식물성 식품보다 동물성 식품 속에는 POPs를 비롯한 화학물질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육식을 피하라고 하면 "그럼 생선은 괜찮겠지요?"라고 묻는 환우들이 많은데, 지면 관계 상 POPs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생선에 대한 얘기는 다음 호에 하기로 한다.

뒤로월간암 2011년 12월호
추천 컨텐츠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