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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는 사랑입니다
고정혁기자2012년 08월 31일 13:13 분입력   총 75318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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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 부산대학병원 통합의학센터 연구교수
저서 <치매인지재활프로그램> <음악치료의 이해와 활용> 등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음악치료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15년 전 '음악치료사 누구입니다'라고 공식자리에서 소개를 했더니 어디서 노래방하시는 분이냐고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음악치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장애인이 있는 시설이나 기관, 노인시설기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악기연주를 하면서 자신의 현재의 아픔과 고통을 흥겨운 음악활동으로 새로운 희망과 웃음으로 전해올 때 음악치료사는 그들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음악치료란 음악을 활용하여 인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서 바람직한 삶으로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도와주는 것을 뜻합니다.

정신병동의 임상에서 기억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40대 후반쯤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자신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꿈이 변하지 않았으며 그 꿈은 대통령이라고 약간 수줍은 듯 말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큰 꿈을 간직하고 계셨기에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책을 내세우겠느냐는 음악치료사의 긍정적인 반응에 아직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노라고 대답을 당당하게도 하셨습니다.
아마 그는 여태껏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을 경우 긍정적인 지지를 받은 기억은 없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겉으로는 직접적인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제 깐에 무슨 대통령?'하며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을 겁니다. 저도 음악치료사로서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가엽고 한심한 어른으로 쳐다보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치료사이기에 언제나 어떤 장소에서 내담자를 대할 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인정해주면서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받아들 일수 있도록 현실성 있는 꿈과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그들의 거울과 같은 존재로 그들 앞에 서야한다고 언제나 다짐합니다.

음악치료사로 10년의 세월을 강의와 임상을 하다 보니 치매를 앓았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80이 넘도록 이름 대신 평생을 마산댁으로 불리며 사셨던 유필순(가명) 할머니셨습니다. 제가 할머니를 병원에서 처음 뵈었을 때가 4~5년 전입니다. 현재 음악치료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기관이 노인병동입니다. 생의 말년이나 치매로 오랫동안 병원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무료함과 정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힘이 듭니다. 유필순 할머니도 병동 생활이 벌써 6년이 넘었는데 치매는 점점 심해져서 이제는 가족들도 간혹 잊어버리시고 찾아온 따님에게 "아가씨는 누군교?"물으며 정신이 오락가락하셨습니다.

이 병동에서 학생들과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해왔는데 어떤 화창한 겨울날 <고향의 봄>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할머니 고향은 어디인가요?"라는 치료사의 물음에 마산이라고 말문을 트시더니 16살에 시집을 와서 자식을 셋을 두고 딸이 시집을 가서 어디에 살고 있고 그 딸이 진짜 자기에게 잘하는 효녀라는 말씀을 술술 하시며 손뼉도 치고 즐겁게 프로그램을 하셨습니다. 마침 유필순 할머니 따님이 병동에 할머니 보러왔다가 평소와 달리 멀쩡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는 벽 한구석에서 몹시 숨죽여 흐느껴 우셨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제게도 일흔이 넘으신 부모님이 계시기에 더더욱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귀가 멀어지고 기억력이 둔해지며 행동이 굼뜨게 됩니다. 아무래도 측두엽의 기능이 퇴화되고 전두엽기능에 결함이 생기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언어와 사고력이 현격이 떨어진 것이 분명한데도 신기하게 노래와 연결된 부분의 언어력과 기억들은 정말 오랫동안 살아남아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는 합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추억이 불현듯 길가에서 들려오는 음악의 선율과 함께 물밀듯 스쳐오는 감동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합니다. 이렇듯 음악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조금 더 아름답게 느끼도록 하는 심미안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요즘 곳곳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쥬에 대해 얘기가 많습니다. 저는 곳곳에서 활동하는 음악치료사들을 보면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쥬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요즈음 각 영역의 치료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일반 젊은이보다 가정주부 또는 직장인 그리고 중장년층이 장애인과 노인 등의 취약계층에게 봉사를 많이 합니다. 이들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지금 치료 영역의 교육은 다시 지역민들을 위한 사회 재교육을 통해서 치료사의 자격을 취득해서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들을 교육하다보면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과 봉사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엿볼 수 있습니다. 배움을 지역민과 나눌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그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즐거움들을 지켜보면 생각합니다. '난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하고 말입니다. 정말 나란 사람은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생명력을 경험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외칠 수 있습니다. "음악치료는 사랑입니다."

Tip 음악치료사가 추천하는 치유음악
'치유 한다'는 것은 '다스린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쉽고도 힘든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적인 병은 갈등에서 존재된다고 봅니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때 많은 정신불안과 초조를 겪게 되는데 이때 음악으로서의 마음을 다스리려고 유도합니다.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유지하듯이 음악 또한 치유한다고 의식되지 않은 채로 우리 정신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의 평정심을 찾을 때 'f분의 1'리듬을 느낍니다. 뇌파활동이 가장 집중적이고 깊은 상태일 때를 '알파(α)파'라 하는데 'f분의1'리듬과 통하는 음악을 들으면 알파파가 발생하게 됩니다.

바흐의 곡에는 고도의 논리성이 내재되어 있어 세월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데, 그의 작품의 세계는 독실한 신앙심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의 곡들은 경쾌하고 조화로워서 불안감을 표출시켜 불안이 몸 안에서 자라는 것을 막아줍니다. 동물이나 식물의 성장실험을 통해 그 효과가 실증된 음악활용은 치료음악으로 구체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슬프거나 절망할 때 : 베토벤, 그리그의 어둡고 장중한 슬픈 음악
▶기억력 증강 : 요한슈트라우트 2세의 폴카음악
▶휴식을 취할 때 : 비발디의 사계
▶심신이 피곤할 때 : 요한 슈트라우트의 왈츠

'식물도 음악을 감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무엇일까요? 소출이 많아지려면 주인이 밭둥성이를 곡괭이로 칠 때마다 곡식이 잘 영근다는 우리 격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도 시골에서는 모내기를 하거나 수확을 할 때면 들에서 한바탕 사물놀이를 하는 마을이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병충해가 없이 풍성한 수확을 올리게 해달라는 뜻으로 한바탕 풍악놀이로 즐깁니다.

음악이라고 해서 식물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끄러운 헤비메탈 음악은 연약한 식물들에게는 해로운 음악으로 작용하여 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만물의 아름다운 모습에는 음악의 장중함이 필요한 요소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본질적인 삶을 확대시켜감으로 해서 인간성 성장실현의 꿈을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뒤로월간암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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