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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후생유전학
김진하기자2012년 11월 29일 16:38 분입력   총 70143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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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연구교수 신경외과전문의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건강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2008년 '세계 암 리포트'에 의하면 암의 발생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흡연이 32%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음식으로 30%, 만성 감염이 10~20%이었으며, 직업, 유전, 생식, 음주, 환경오염, 방사선 등은 각각 3~5%로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암의 발생에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형제 중에 암 환자가 있으면 굉장히 신경을 쓰며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결혼대상자가 그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연구의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후생유전학'이라고 불리는 분야가 있습니다. 전통유전학에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자체에 관심이 있지만 후생유전학에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자체보다는 유전자의 '발현'에 관심이 있죠.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100%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 발현양상에 따라서 완전히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후생유전학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와 생명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가교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결국 매우 다양한 환경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환경 요인 중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제일 중요한 것 두 가지가 바로 "음식"과 "화학물질" 입니다. 유전자가 100% 동일한 쥐를 임신시켜놓고 어미 쥐에게 어떤 음식을 주었느냐,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시켰느냐에 따라서 쥐의 외모가 달라지고 나중에 자라면서 암, 당뇨병, 심장병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할 위험까지 달라지는 것이 바로 후생유전학입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로 2007년 발표된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아구티 쥐는 원래 털이 짙은 갈색에 크기도 작은 쥐입니다. 똑같은 아구티 쥐를 임신시킨 뒤 섭취시킨 음식의 종류에 따라 털 색깔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크기도 두 배 가량이나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큰 쥐에서 털색이 노랬고,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이 많이 발생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임신 중인 노란색의 어미 아구티 쥐에게 엽산, 콜린, 베테인, 제니스테인과 같은 영양소를 섭취시켰더니 새끼의 털색이 짙어지고 여러 가지 질병의 발현이 매우 낮았다는 보고입니다.
즉, 어미 쥐의 유전자가 무엇이었든 어미 쥐가 먹은 음식에 따라서 새끼 쥐의 유전자 발현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결론입니다.

유전자의 발현이 바뀌어서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우리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우리 몸은 매 시간, 매 일, 매 달 변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죽어가는 세포와 새롭게 태어나는 세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포가 형성될 때 유전자의 발현이 필요하며, 우리가 먹은 음식에 따라서 유전자의 발현 양상이 다르게 될 것입니다.

흡연이 암을 초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 났더라도 흡연에 의해 발암 독소들에 계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새롭게 태어나는 세포에 암세포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암은 재수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의해 발생하며, 또한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시고 올바른 음식, 물, 공기를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뒤로월간암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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