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전문가칼럼1일 1식(一日一食)의 좋은 점과 주의할 점들김진하기자2012년 12월 29일 14:46 분입력 총 69022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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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연구교수 신경외과전문의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건강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요즘 서점가에서 뜨고 있는 책 중에 <1일 1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가 쓴 책으로 하루 중 1끼만 먹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한국에 출간되자마자 10만 부를 뛰어 넘었습니다. 그리고 '1일 1식'을 실천하는 모임들이 생겨서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도 '1일 1식 카페'가 생겼는데 회원수가 3,000명을 육박할 정도입니다.얼마 전 유행했던 유머 중에 '삼식이, 이식씨, 일식님'을 기억하십니까? 집에서 하는 식사의 횟수에 따라 하루 세 끼를 먹으면 '3식이', 하루 두 끼를 먹으면 '2식씨', 한 끼를 먹으면 '1식님'이 되는데, 3끼를 다 먹고도 또 간식과 야식까지 챙겨 먹는 사람은 '잡식놈'이라는 우스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1일 1식을 하게 되면 건강도 챙기고 아내의 사랑도 듬뿍 받을 수 있으니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니겠습니까.
<1일 1식>은 10여 년간 1일 1식을 실천해온 저자가 자신의 체험과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썼습니다. 실제로 저자는 56세의 나이에 23세의 혈관 나이, 매끈한 피부를 가지고 있을 만큼 건강한데 이 모든 비결이 바로 1일 1식이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시르투인(Sirtuin)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르투인 유전자는 세포의 소멸을 막아주는 단백질인데 적포도주 속의 '레스베라트롤'이란 성분이 시르투인 유전자를 자극하기 때문에 적포도주가 장수에 도움 된다는 발표로 한동안 '포도주 열풍'을 몰고 왔던 유명한 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시르투인 유전자가 굶을 때 자극을 받는다는 논문이 미국 하버드대 의대 하임 코언박사에 의해 2004년에 발표되었습니다.<1일 1식>의 저자 나구모 요시노리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시르투인 유전자가 활성화되므로, 굶을수록 건강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세계 최장수국 일본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 책은 기존의 건강서들과는 달리 금주와 운동을 권하거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단기간에 최대 효과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많이 먹어 몸에 병이 드는 이 시대에 '1일 1식'이라는 식습관 변화로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해보자는 이론이므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으며, 수많은 실천자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노화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쥐의 음식물 섭취량을 40% 줄였더니 수명이 20~30% 늘어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쥐의 20~30% 늘어난 수명은 인간의 삶으로 치면 20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예로부터 배부르지 않게 먹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었습니다.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1982년 미국 텍사스 주립대 노인학과 주임교수였던 유병팔박사가 이미 발표하여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며, 유 박사 본인은 30년 동안 1일 1식을 실천하며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소식(小食)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의학계의 상식입니다. 장수 마을의 공통점은 소식을 합니다. 과식을 하면 우리 몸속에 활성산소가 많이 생깁니다. 활성산소는 호흡할 때 몸속으로 들어간 산소가 산화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산소입니다. 결함이 있는 세포의 세포사(死)에 관여하고 세포 내 에너지 생산에도 관여하지만, 과잉 생산될 경우에는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소식을 하면 그만큼 활성산소가 생성될 가능성이 낮으므로 세포가 손상될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그렇지만 1일 1식에 따른 문제점들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로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폭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장이나 소화기능에도 부담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건강이나 노화방지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도비만 때문에 병원을 찾는 분들 중에는 하루 한 끼를 먹으면서 폭식하는 분이 많습니다. 비만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끼니의 숫자 때문이 아니라 너무 고열량을 먹기 때문입니다. 식단과 양의 문제이지 식사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되는가 하는 논쟁은 '아침밥을 먹는 게 좋은가, 안 먹는 게 좋은가' 하는 논쟁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아침식사를 하지 말자는 이론도 적지 않지만 아침밥을 먹는 게 좋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 중에 비만인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굶주리게 되면 에너지를 쓰지 않고 비축하는 방향으로 메커니즘이 바뀝니다. 굶주리게 되면 내 몸은 '비상사태'로 인식하여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몸을 바꾸게 됩니다.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서 식사로 섭취한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약간이라도 남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비축해 두려는 기전이 발동됩니다.그리고 굶주리게 되면 자연히 '식욕촉진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됩니다. 그에 따라 먹고 싶은 본능이 용솟음치게 됩니다. 본능과 이성의 싸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본능과 이성의 싸움, 많이 경험해 보셨듯이 단기적으로는 이성이 우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본능이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살을 빼기 위해서 단식을 하거나 절식을 시도한 사람들 중 99%에서 요요현상이 일어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그러므로 1일 1식으로 단기간 소식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걸 수개월이나 1년 이상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식사량을 늘리는 순간 내 몸에는 '폭식'의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1일 1식 같은 극단적인 식사법보다는 매일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기되 채소 위주의 저칼로리 식사를 하는 것이 훨씬 장기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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