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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열량 먹이로 장수한 원숭이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3년 05월 30일 20:21 분입력   총 59641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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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받지 못한 위대한 발견
미국 코넬대학의 영양학자 클리브 맥케이 박사는 발상이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인 연구자다. 그는 쥐를 대상으로 열량 섭취를 평소의 65%로 제한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쥐의 평균수명이 무려 두 배 가까이나 늘어났다.
그는 실험을 근거로 "섭취 열량을 줄이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구체적인 실험 동기도 밝히지 않고 저열량식이 수명 연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도 설명하지 않았으니 누구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못미더워했다.

지금 성인 4명 중 1명이 대상증후군 환자라고 한다. 그만큼 현대인의 비만 수준은 심각하다. 국민건강관리 기관들이 나서서 비만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저열량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열량 섭취를 줄이면 볼품없이 마르고 기운이 없어진다는 부정적인 선입견도 한몫을 한다. 하물며 지금으로부터 70년도 더 전에 삐쩍 말라 비실비실한 쥐가 오래 산다고 했으니 누가 믿어주기나 했을까?

노화나 장수의 개념은 당시의 연구자들도 기피할 만큼 까다로운 주제였다. 원인이 매우 복잡한 데다 가시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난해한 개념을 원리에 대한 규명도 없이 실험 하나로 정의하려 했던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다.

그 후로도 저열량식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지만 연구자들은 쥐 이외의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저열량식이 수명 연장에 미치는 효과를 입증하고,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저열량식과 장수와의 관련성을 밝혀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결과의 보편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실험이나 조사에서나 나오는 특별한 현상으로만 여겼다.

위대한 발견은 위대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대중의 이해나 평가를 얻기 어려운 모양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해는커녕 비웃음만 사고 성서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며 엄청난 비난과 공격을 받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은 어느 누구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천문역사에 길이 남는 중요한 발견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맥케이 박사의 발견 역시 당시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수명과 노화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과감하게 내딛는 위대한 첫걸음이었음을 지금은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저열량 먹이로 장수한 원숭이
1980년대 후반에 발표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맥케이 박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생물학을 비롯해 면역학,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선충, 초파리, 쥐 등을 이용한 실험으로 저열량식이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선충이나 초파리 등은 인간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유전자만 놓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들의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자와 70% 이상이나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덥지 않다면 영장류인 붉은털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을 살펴보자.

1987년에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일반적인 먹이를 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비타민 등의 영양소는 그대로 둔 채 열량만 30% 줄인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붉은털원숭이가 나이 들어 노화 현상이 뚜렷해진 2009년에 두 그룹의 건강 상태 등을 비교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두 그룹은 한눈에 봐도 차이가 뚜렷했다.

약 20년 동안 일반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털이 하얗게 세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팬 것이, 누가 봐도 늙은 원숭이의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저열량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털에 윤기가 나고 흰털이나 주름도 적어 한참이나 젊어 보였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차이가 있다. 일반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나이가 들수록 살이 찌고 등이 굽어서 동작이 느리고 둔했다. 반면 저열량 먹이를 먹어온 원숭이는 움직임이 날렵하고 활발했다. 두 그룹을 나란히 두고 보면 부모, 자식이나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이로써 저열량식이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이 선충과 초파리, 쥐에 이어 영장류에서도 확인되었다.

저열량식의 효과가 이처럼 여러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입증된 점으로 미루어 현재 우리 몸에서도 하나의 체내 시스템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저열량식과 장수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례는 매우 많다. 예를 들면 장수 국가 일본에서도 평균수명 1위를 자랑하는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장수의 비결로 '거친 음식'을 꼽는다.

오키나와에는 예로부터 유명한 향토요리가 있다. 그 요리는 돼지고기가 들어가 비타민과 콜라겐이 풍부하지만 서민들은 명절에나 겨우 맛볼 수 있었고, 오히려 평소에는 주식인 감자류와 오키나와에 자생하는 들풀이나 약초로 만든 나물과 국을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거친 음식'이야말로 전쟁 후의 식량난을 견디고 100세 넘게 장수를 누릴 수 있게한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장수 마을 오키나와에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2000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여성의 평균수명은 예전과 다름없이 전국 1위였으나 남성의 평균수명은 4위에서 26위로 곤두박질했다. 알고 보니 식생활의 변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우선 섭취 열량이 크게 늘었다. 전쟁 직후에는 일본 본토의 80% 정도였으나 2000년에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106%나 되었다.

게다가 전후에 미국에서 들어온 콘비프(쇠고기에 소금 등으로 염장한 후 쪄서 조미료, 향신료 등을 섞은 것) 같은 육류 가공품과 패스트푸드가 유행하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식생활은 거친 음식에서 고열량· 고지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영향은 여성보다 외식이 잦은 남성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잘못된 식생활이 평균수명을 줄인 이 사례는 오키나와 주민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일 것이다.

참고 도서및 추천 도서: <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전나무숲, 쓰보타 가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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