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에세이더 나은 삶을 위하여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3년 05월 31일 18:00 분입력 총 59411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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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합니다. 크던 작던 수많은 선택이 모여 우리의 삶이 만들어집니다. 또 우리 개개인의 선택은 나의 인생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줍니다. 매번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이 두려워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우유부단하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정을 내립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부모를 결정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는다고 하지만 부모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유교적인 관념에서 이런 이야기가 와 닿지 않지만,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나의 아이 혹은 나의 사랑이며, 나를 선택하여 나에게로 온 것입니다. 사랑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사랑이 나에게로 다가와 나를 가르치고 일깨우며, 살아 있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식이 부모를 선택하였으며, 자식이 부모에게서 왔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부모가 갖고 있는 사랑의 결정체이며, 존재의 출발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러나 나무나 풀, 동물들은 의식의 수준이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먹는 일과 휴식하는 일 이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사람은 먹고, 쉬는 일 이외에도 아주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또 암에 걸린 것도 나의 선택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결국 암이 나를 찾아온 것 또한 나의 선택이었으며 오래전부터 나의 삶은 그런 선택을 하여 왔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운이 좋지 않아서 암에 걸린 것이 아니며 나의 삶이 만들어 낸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일에 무게를 둡니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대부분은 좋은 결정이라기보다는 욕심을 잘 채울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현명한 결정과는 거리가 있으며, 더구나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기초하여 내리는 결정은 인생을 살면서 몇 번 될까 말까 합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또한 먹고 사는 일이 급급하여 남을 돌아볼 겨를이 없습니다.
교육을 통해서 합리적인 생각과 지식을 쌓으며 그 위에서 모든 결정을 합니다. 좋은 결정은 우리의 삶은 윤택하게 만들지만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암과 같은 병에 걸렸을 때는 순간의 선택이 나의 생명과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경험하거나 교육받은 내용은 큰 부담 없이 결정이 가능하며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지도 모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리고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암을 진단받는 그 순간부터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 의료진이나 주변의 사람들이 결정하는 내용을 따르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치료과정에서 뭔가 잘못되면 하염없이 후회하면서 눈물짓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나의 생명이나 삶의 질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결정을 따릅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한다는 식의 생각은 위험합니다. 내가 보고 있는 남들이 모두 다 같이 좋아지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다 하여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암을 잡기 위해서 나의 몸이 망가지는 것을 감수합니다. 또 남들이 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유방암 초기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진단과 동시에 수술 날짜가 잡히고 다급하게 수술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서 3개월가량 항암치료를 마치고서야 암에 대한 치료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에 복귀하여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으로 생활합니다.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암은 다시 재발합니다. 그리고 처음 암을 치료했을 때보다 더 큰 고통을 감수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초기 진단을 받았을 때 항암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었고 다른 방법으로 치료하고자 했지만,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자신의 치료방향을 좀 더 신중히 고려해 볼 여유 없이 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커다란 시련에 봉착했지만 그때 하지 못한 자신의 선택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른 결과와 그렇지 못한 결과는 설사 같은 결론에 이른다 해도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진행된 치료였다면 그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책임지고 문제가 생긴 이유를 찾고 부족한 점을 보강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의료적인 도움도 받으면서 나름대로 자신감과 식이요법, 치료법 전반에 지식도 습득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랬다면 결과가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아도 무력감과 암에 대한 두려움만 증폭시키는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처음보다 더 나을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과 ‘노력’으로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간다면 ‘무기력’과 ‘절망’은 결코 그의 인생을 망가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결정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파도가 친다거나, 꽃이 피거나, 해가 뜨고 지는 일입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우리의 선택과 무관하게 저절로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의 시작과 끝은 자연의 일일까요 우리의 일일까요.
저는 온전히 자연이 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시작과 끝을 바꾸려고 버둥거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봄이 한창입니다.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일입니다. 밖으로 나가 봄을 만끽하는 것은 우리의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 ‘나갈까’, ‘말까’의 선택은 당신에게 있습니다.뒤로월간암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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