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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산야의 울림 버섯
장지혁기자2013년 07월 31일 15:37 분입력   총 54959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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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고대 사람들은 '대지의 음식물(the provender of mother earth)' 또는 '요정(妖精)의 화신(化身)'으로 생각하였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그 맛을 즐겨 '신(神)의 식품(the food of the gods)'이라 극찬하였고 중국인들에게는 불로장수(不老長壽)의 영약(靈藥)으로 귀하게 이용되었다는 버섯.

버섯 식용의 역사는 아주 오래로 그리스 시대부터 야생버섯을 채취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로마의 폭군이자 '버섯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유난히 버섯을 좋아했던 네로 황제는 이를 따오는 사람에게 같은 무게의 금과 맞바꾸어 주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산야에 널리 퍼져 발생하는 버섯들은 그 모양과 빛깔이 다양하고 독특한 향미가 있어 두루 식용되거나 약용되어 온 반면 치명적인 독버섯은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자료마다 전혀 다른 수치가 제시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버섯의 수는 어마어마하지만 대부분이 독버섯이고 일부만이 식용 가능한데 표고, 송이, 영지, 목이, 느타리, 송이, 팽이, 석이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만도 수가지이니 아쉬울 것도 없겠다.

시골에서 살다보면 농사를 지어 얻는 수확의 산물 말고도 자연에서 그대로 자라난 것들을 얻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내가 살던 당시만 해도 산에서 잔솔가지를 긁어다 아궁이에 불을 피웠고 꿩이나 참새를 잡아 구워먹거나 산나물을 뜯어 조물조물 무쳐 상에 올리는 것이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들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툭툭 뜯어낸 나물이 그날 저녁 밥상에 오르고 내가 보기엔 다 비슷비슷하기만 한데 각각의 이름이며 특성이며 어떻게 조리해야 맛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 엄마를 보면 참 신기하기도 했었다. 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다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 엄마는 "그냥~"이라고만 답하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보고 듣고 만지고 직접 겪으며 자라는 농촌에서 예전 방식대로 나고 자란 엄마이니 본인 스스로 배움이 짧아 부끄럽고 아는 것이 없다 늘상 입에 달고 사시지만 요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딸이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그 쌓이고 쌓인 지식이 놀랍기만 하다.

오랜 시간 경험에 의해 터득된 삶의 모습은 가끔 엉뚱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나 또한 버섯으로 인해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팔남매의 장남이자 집안 문중의 일도 맡아하셨던 아빠가 동네 아저씨들을 동원하여 벌초를 하는 날이었는데, 그런 날은 으레 푸짐한 참이 동원되기 마련인지라 어린 우리들 또한 그 행렬에 동참하게 되었다. 한꺼번에 많은 산소를 돌보는 일이라 시간도 걸리지만 노동의 강도도 꽤 높았던지 참을 드시는 횟수도 여러 차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창 일을 하던 중에 누군가가 군락이라도 발견했는지 입고 있던 티셔츠에 한가득 정체모를 버섯을 담아온 것인데 분분한 의견이 오가고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된 후에 즉석에서 술안주가 마련되었다. 잔 나무 가지를 긁어모아 불을 피우고 보글보글 모듬 버섯찌개가 끓여졌고 매운 탓에 아이들은 그저 구경만 해야 했다.

일이 끝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온 밤에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집에서는 구토를 하네, 저 집에서는 설사를 하네 하니 아무래도 잘못된 것을 먹었나보다 하였다. 사안이 심각한지라 늦은 시간이지만 읍내병원의 원장님이 동네로 호출되었고 응급처치 후 다들 링거를 꽂고 눕게 되었다.

수시로 산나물을 뜯어다 소득을 올리는 아저씨의 의견이 확고하여 모두들 괜찮은 것으로 여겼고 일을 마칠 때까지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는데 뒤늦게 다들 탈이 난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린 엄마들은 한동안 아빠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어댔는데, 얼큰한 국물 생각에 찌개로 끓여 많은 국물에 희석되었고 아이들이 먹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가까운 곳에 병원도 없던 시골에서 그 위험한 독버섯을 먹다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일이 있은 후 지금까지 아빠는 버섯을 비롯해 모든 음식을 검증된 재료와 방식 외에는 드시지 않는다.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직접적인 경험을 한 탓이지만 잘못된 상식 혹은 분위기에 휩쓸려 이상하게 변질된 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부 사람들과 달리 안전하고 건전한 방식을 고수하게 된 것은 그날의 고생이 가져다 준 교훈이다.

나무 그루터기나 낙엽 밑 같은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다른 식물에 기생하며 자라는 버섯은 일반적으로 수분이 많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각각의 효능도 달라서 느타리, 표고, 송이, 팽이버섯 등과 같이 식용으로 쓰이는 것과 상황, 영지버섯 등과 같이 약용으로 쓰이는 버섯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버섯은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며 식이섬유, 비타민, 철, 아연 등 무기질도 풍부하다. 버섯류에 함유된 단백다당류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고 혈전을 녹이는 작용이 있어서 뇌경색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40%나 들어있는 식이섬유는 장내 유해물, 노폐물, 발암 물질을 배설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한다. 버섯은 면역 기능을 높이는 효능도 있어 감염이나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고 혈행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생리활성 물질이 함유되어 건강 증진 및 유지에 도움이 된다. 버섯에 함유된 에르고스테롤은 햇빛의 자외선에 의해 비타민 D로 바뀌어 장내의 칼슘 흡수를 돕지만 한의학적으로는 몸을 차게 하는 음성(陰性) 식품이므로 굽거나 끓이거나 열을 가하여 먹는 것이 좋다.

청명하고 서늘한 산야를 걷는 듯, 열심히 사는 이에 대한 자연의 울림인 듯, 하늘이 준 귀한 선물 버섯을 이용해 건강밥상을 차려내 보자.

모둠버섯들깨탕

[재료 및 분량]
- 표고버섯 3개, 새송이버섯 1개, 느타리버섯 4개, 양송이버섯 5개, 콩나물 100g, 초록 피망 ½개, 붉은 피망 ½개
- 들깨가루 1C, 고운소금 1T, 채소물 3C

[만드는 법]
1. 버섯은 모두 흐르는 물에 살짝 씻는다.
2.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은 모양대로 납작하게 썰고 새송이버섯은 길이대로 납작하게, 느타리버섯은 손으로 찢어 둔다.
3. 콩나물은 씻어서 물기를 빼고 피망은 꼭지와 씨, 심을 제거하여 채 썬다.
4. 냄비에 콩나물을 깔고 버섯들을 돌려 담은 후 채소물을 부어 끓인다.
5. 끓으면 피망과 들깨가루를 넣어 뒤적인 다음 소금으로 간하고 한소끔 더 끓여낸다.

새송이버섯구이

[재료 및 분량]
- 새송이버섯 4개, 풋고추 1개, 잣 1T
- 양념장 : 집간장 2T, 들기름 2T, 조청 1T, 매실액 1T, 물 약간

[만드는 법]
1. 새송이버섯은 흐르는 물에 살짝 씻고 반을 가른 후 사선으로 칼집을 넣는다.
2. 양념장을 만들어 새송이버섯을 재운다.
3. 풋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해 곱게 다지고 잣도 다진다.
4. 달군 팬에 재운 새송이버섯을 노릇하게 지져내고 그릇에 담아 고추와 잣을 뿌린다.

표고버섯양념찜

[재료 및 분량]
- 마른 표고버섯 60g, 들깨가루 20g, 찹쌀가루 30g
- 양념장 : 집간장 3T, 조청 3T, 들기름 2T, 채소물 ½C

[만드는 법]
1. 마른 표고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10분 정도 불린다.
2. 표고버섯의 기둥을 떼고 달군 팬에 양념장과 함께 볶는다.
3. 볶은 표고버섯을 식히고 들깨가루와 찹쌀가루를 넉넉히 묻힌다.
4. 김 오른 찜통에 넣고 7분 정도 찐 다음 그릇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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