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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이하는 눈 부신 가을
장지혁기자2013년 11월 30일 12:51 분입력   총 43295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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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넘길 달력은 두 장 뿐입니다. 한 해를 서서히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네로 이사를 하니 멀리 북한산 위로 해가 떠오르면 거실 가득 따사롭게 아침 햇살이 들어찹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서 사람들은 입주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입에 머금고 이삿짐을 나릅니다. 모두 행복한 모습입니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멀리 보이는 북한산 기슭은 점점 단풍으로 형형색색 변해가고 마치 병풍을 앞에 놓은 듯합니다. 햇빛은 투명하고 맑아서 마치 천상에 올라온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흐늘흐늘 떨어지는 나뭇잎과 바닥이 떨어져서 나뒹구는 낙엽들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단박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에 쫓겨 한해가 어찌 가는지도 몰랐다가 서늘한 바람과 낙엽이 흐르는 가을이 되어서야 올해도 대부분 지나왔음을 느낍니다.

일곱 살이 된 딸아이의 손을 잡고 멀리 보이는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흐린 가을날 오후에 씩씩하게 저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던 딸아이는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갈수록 무서움을 느꼈는지 자꾸 집으로 가자고 재촉하지만 아이를 달래가며 계속해서 산을 올랐습니다. 아이는 두려움도 가득했지만 그만큼 호기심도 생겨나 이 나무 저 나무, 이 꽃, 저 꽃의 이름을 물어봅니다. 클로버를 따서 선물이라고 안기며 환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아이들처럼 밝고 환하게 살면 좋으련만 어른이 되고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아이처럼 두려움과 불안이 나이만큼 무게를 불려갑니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점은 마음속에 걱정과 불안의 크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깊은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다 보니 숨 쉬는 일이 매우 힘들게 느껴집니다. 거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2006년 10월부터 매월 발행된 “월간 암”이 벌써 만 8년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만났던 많은 암환자와 보호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가을바람이 불때마다 그리워집니다. 어떤 사람은 암이라는 병을 불행한 일로 받아들이고 암과 싸우려고 투지를 불태웠고, 어떤 사람은 암을 변화의 계기로 삼아서 스스로의 병을 다스리며 암과 잘 지내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고단했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평가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안타까웠던 모습은 젊은 엄마가 어린 아이를 두고 암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슬픈 표정으로 질문을 하던 그녀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우리가 병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투병하는 방법에 많은 차이가 생깁니다. 투병에는 어차피 정답이 없기 때문에 딱 어떤 것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마음을 편하게 갖고 이렇게 날씨 좋은 가을날 햇빛 받으며 산책하는 일도 우리에게는 건강을 되찾는데 꼭 필요한 일입니다.

아픈 몸과 마음이라 하여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가을이 한창이며 투명한 햇살과 낙엽과 단풍 등 너무도 눈부신 세상에서 태어나 살고 있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이렇게 눈부신 세상을 온전히 느낀다면 행복한 생활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우리의 운명은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이제 가을이 지나면 곧 겨울이 오겠지요, 암환자에게 겨울은 취약한 계절입니다. 겨울을 힘차게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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