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건강일반암치료의 패러독스, 당신의 암은 당신 자체이다김진하기자2012년 03월 26일 15:56 분입력 총 81996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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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암을 공격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암 치료가 힘든 까닭입니다. 암 수술은 자신의 건강한 육체를 공격하고 그 일부를 절제하는 것이므로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위암이라면 위를 전부 또는 절반을 잘라내는 경우가 많고, 대장이나 결장이라면 상당 부분 떼어내고 인공 항문을 달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 환부만을 정확하게 잘라내는 것은 거의 바라기 힘들고, 수술 후 주변 조직에 대한 침윤 방지를 위해서라도 건강한 부분까지 함께 넉넉히 잘라내야 합니다. 방사선 요법에서도 환부만을 국소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하기는 힘이 듭니다. 그래서 건강한 부분까지 방사선을 쪼이게 되므로 아무래도 부작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작용이 특히 심각한 것은 화학 요법이라 불리는 항암제 치료입니다. 항암제는 암세포의 증식을 막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암세포에만 제한적으로 작용하지는 못합니다. 항암제를 투여하면 혈류를 타고 온몸 구석구석에 전달됩니다. 수술이나 방사선은 해당 부위만 국소적으로 처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환부 근방에만 작용하는 국소 요법입니다. 그러나 항암제는 전신 요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 부작용도 온몸에 미칩니다.
암세포의 두드러진 특징은 급속한 증식에 있습니다. 암이란 어느 부분의 세포가 한없이 증식하는 세포의 병입니다. 항암제는 그 증식을 억제하는 약입니다. 그러나 암세포 증식만을 억제할 수는 없으므로 모든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항암제 부작용이 큰 겁니다.
인간의 몸은 전부 신진대사를 합니다. 60조 개 세포가 모두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 과정을 거듭하기 때문에(누구나 매일 평균 수천 억 개의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바뀌고 있다) 인간은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세포는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운 세포가 됩니다. 그것을 억제하려고 하는 것이 항암제이므로, 항암제는 인체 모든 세포의 자연스러운 기능을 막으려는 약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항암제는 생명의 자연스러운 기능에 반하는 약입니다. 그러므로 고통스러운 부작용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인체의 세포 중에서 신진대사의 속도가 빠른 세포도 있고 느린 세포도 있습니다. 신진대사 속도가 빠른 부분은 세포분열이 그만큼 활발한 곳입니다. 항암제는 세포분열이 활발한 암세포에 작용하여 세포분열을 막습니다. 그러면 암세포 말고도 본래 세포분열이 활발한 곳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모발이 빠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모근은 인체 중에서도 세포분열이 왕성한 곳입니다. 그 밖의 부작용으로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구토를 하거나 식욕을 잃습니다. 이는 위장 등 소화기의 점막 부분이 인체 중에서도 신진대사가 가장 왕성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위장 점막은 며칠 사이에 완전히 새로 바뀐다고 할 만큼 신진대사가 왕성한(세포분열이 왕성한) 곳입니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곳은 동시에 암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암이란 세포분열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므로, 세포분열이 왕성한 곳은 오류가 일어나기도 쉽습니다.
암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Cancer와 Tumor가 흔히 사용됩니다. Cancer는 본래 '게'라는 뜻입니다. 암 환부 모양이 게를 닮았다고 해서 생긴 말입니다. Tumor는 '종양'이라는 뜻으로, 종기처럼 생긴 병이라는 의미입니다. 역시 그 형태에서 나온 말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 많이 쓰이는 단어로 Carcinoma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암의 조직학적 분류로, 상피암이라 번역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몸은 전부 피부로 덮여 있습니다. 몸의 거죽을 덮고 있는 것이 표피인데, 우리가 흔히 피부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몸은 몸속도 전부 점막질 피부로 덮여 있습니다. 입안, 콧속, 위장 등 소화기, 폐, 식도, 항문, 방광 등도 전부 점막질 피부로 덮여 있습니다.
몸속의 점막질 피부를 상피라고 합니다. 그 상피에 생긴 암이 상피암(카르시노마)입니다. 암을 분류할 때는 흔히 위암, 대장암, 폐암, 식도암, 유방암, 자궁암처럼 장기별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이들 장기암은 조직학적 분류로는 대부분 상피암입니다.
암에는 살 부분에 생기는 육종과 뼈 부분에 생기는 골종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암, 대장암, 폐암, 식도암, 방광암, 유방암 등을 포함하는 상피암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8할 이상).
왜 압도적으로 상피암이 많은가 하면, 인간의 몸에서 신진대사가 가장 왕성한 곳이 체내 점막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표피 부분도 신진대사는 왕성하지만 이보다 더 왕성한 곳이 체내 상피입니다. 표피의 신진대사는 욕실에 들어가 비누로 몸을 문지르면 때가 되어 굴러떨어지므로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지만, 체내 상피의 신진대사로 배출된 세포는 대소변에 섞여 배설되므로 일반인은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체내 상피의 가장 커다란 부분은 위장 내피로, 그것을 전부 펼치면 무려 400평방미터나 됩니다. 표피의 총면적보다 훨씬 넓습니다. 그것이 이틀에 한 번씩 모두 벗겨져서 배설되므로, 대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입니다.
항암제를 복용하면 탈모뿐 아니라 피부가 윤기를 잃고 쭈글쭈글해지고 갈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피부의 신진대사가 방해를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부가 너덜너덜해지는 것 이상으로 체내 상피 부분(체내의 모든 점막)도 너덜너덜해집니다. 그것이 구토, 식욕부진 등 모든 부작용 현상의 원인이 됩니다. 영양 흡수를 담당하는 위장의 상피가 너덜너덜해지므로 구토와 식욕부진이 나타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기서 점막상피(粘膜相避)에 대하여 한 마디 덧붙이겠습니다. 점막상피는 참으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생명 작용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예를 들어 폐 내부에 있는 호흡기 세포(폐포)의 점막은 산소 흡수를 담당하고, 위장 내부에 있는 소화관 점막은 영양분 흡수를 담당합니다. 이들 점막은 모두 생명 유지에 직결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폐포 점막은 모두 펼치면 60여평방미터가 되고, 소화관 점막은 다 펼치면 무려 400평방미터나 됩니다. 양자 모두 외계와 직접 접하는 부분이므로, 언제나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적인 공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체내 점막은 그 공격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시스템이며, 그 자체가 면역 장치입니다. 점막 표면에 백혈구, 매크로파지, B세포, T세포, 내추럴킬러(NK)세포, 인터페론, 인터류킨, 면역를로블린 등 온갖 종류의 면역 세포가 나와서 점막을 외부의 적과 면역 세포 사이의 주전장으로 바꿉니다.
말하자면 점막 전체가 인체 중에서 가장 큰 면역 기구로 작동합니다. 학문 분야에서도 '점막면역학'이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서 면역 세포가 가장 활약하는 곳이 체내 점막층이라는 점을 짚어봐야 합니다. 그곳은 세균, 바이러스 같은 외적이 틈만 나면 체내로 침투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한편, 외적을 언제라도 격퇴할 수 있도록 일련의 면역 세포들이 대기하는 곳입니다. 말하자면 언제나 양자가 먹느냐 먹히느냐의 일대 전쟁을 벌이는 곳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점막층이 항암제 작용으로 너덜너덜해지면 면역력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항암제는 면역 세포 자체의 생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면역 세포의 생활과 활동의 장을 빼앗는다는 이중의 의미에서 인간의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 환자는 온갖 병에 쉽게 걸리게 됩니다. 그러면 환자는 암 자체보다 다른 병으로 죽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항암제를 복용하다가 맞이한 죽음이라도 암 사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도 있습니다.
이는 넓은 의미에서 항암제의 부작용에 따른 죽음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러한 범주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 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작용에 따른 죽음입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암으로 사망한 경우에도, 그 유족이 "항암제가 잘 들어서 암이 축소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폐렴이 심해져서……"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아마 의사한테 그렇게 들었을 테지만, 실은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사망한 것이 아닙니까?"라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암 치료에서 수술이나 방사선 같은 물리적 요법을 마치면, 이제 남은 길은 항암제 치료(화학 요법)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항암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항암제로 완치를 바랄 수 있는 암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소아암, 액성암(백혈병 등의 혈액암)은 분명 항암제로 고칠 수 있는 암이 되었고, 림프종 등도 항암제 치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밖의 일반 고형암(혈액암 이외의 암)이라면-융모암, 고환종양, 폐세포종양 등을 제외하면- 완치는 바랄 수 없고, 증상 완화와 연명 효과밖에 없습니다.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 다치바나 다카시, 청어람미디어
뒤로월간암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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