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수다
chevron_right하루를 기적으로 사는 사람...
이 글은 krish님이 2007년 07월 09일 01:48 분에 작성했습니다. 총 890291명이 이 글을 읽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암과 싸우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하루가 마치 기적처럼 경이롭고 경외스럽습니다.

암으로 인해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무엇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나치수용소나 군사독재시절 고문실을 그린 '붉은방'에 갇힌 사람의 심정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죽음을 골인점삼아 살아가지만, 누구도 24시간 자신의 죽음에 짓눌려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잊고 살기에 자신의 삶은 내일도, 그 다음날도 영원히 이어질듯 착각하며 살수 있겠지요.

암환자가 겪는 심리적 정시적인 고통은 암 초기에 극심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고, 몸도 회복되고 전이 재발없이 건강한듯 보이게 살아가면 '괜찮은 거야'라고 주변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함께 사는 가족들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무뎌져갑니다.

오직, 암환자만이 바늘로 몸 속을 깊이 찌르듯 예리한 불안감과 막연함에서 오는 압박감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신앙으로, 또는 감사로 온전히 이겨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지만 대부분의 암환자는 끊임없는 감정의 굴곡을 겪게 됩니다.
1년, 2년, 3년.....
그리고, 느닷없이 이어지는 전이와 재발....

온 몸으로 퍼져가는 암으로 고통받으며 하룻동안 '이겨낼 수 있어'와 '이제는 정말 끝인가봐' 를 끝없이 오가는 이를, 그 눈물을 보고 왔습니다.
그 둘 사이의 넓이는 견우와 직녀사이만큼이나 넓고도 깊더이다.

'이렇게라도 정말 살아야 하나요',
'좋아질 수 있을까요'

오늘 밤, 그 사람은 또 얼마나 통증에 시달리게 될까요.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지르는 비명이라니...
저는 단 한 시간도 못 견딜 그 시간을 벌써 10개월을 온전히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버텨가고 있습니다.

뭘 도대체 잘못해서 이렇게 힘든가요...
말간 얼굴에 눈물이 그렁한 채 묻습니다.
처음 암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암은 죄의 댓가가 아닙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집니다' ...
말은 쉽지만 그사람이 넘어진 건 돌부리가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진 집채만한 바윗덩어리요, 일어나려니 온몸이 깔려 도무지 몸부림쳐도 일으켜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견뎌보자' 라고 말했습니다.
가다가 고꾸러지더라도 가자.. 살아보자..

하루가 기적입니다.
그녀의 하루, 일분 일초가 기적입니다. 비록 고통으로 대부분을 채울지라도 너무 젊어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그녀의 메마른 손을 놓아주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나 더 견디면 이 고통이 사라질까요...
얼마나 더 참으면 나와 함께 손잡고 산책할 수 있을까요...

단 몇 걸음 만이라도...
단 하루 만이라도...

꿈은 이루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