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수다
chevron_right[투병소감] 민속한의원 9월 무료진료를 마치면서....
이 글은 gold21님이 2005년 10월 15일 18:03 분에 작성했습니다. 총 888715명이 이 글을 읽었습니다.



"따르르릉"
8월 한여름의 끝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던 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CPSC 달님의 전화....

암투병을 시작한지 벌써 3년차 이지만,
팔십넘은 노환의 부모님과 어린 아이들, 그리고 울고있는 아내사이에서... 30대 가장이었던 나로서는
보험 한장 없는 현실과 생계, 채무, 투병의 삼중고를 떠안을수 밖에 없는 암담한 상황이 지속되었으며,
심신은 지칠대로 지쳐가고 점점 쇠약해져 갔지만 어찌 해볼 여력조차 없는 자포 & 방치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바램이자 희망이라면...
잠시동안이라도 모든걸 툴툴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쉴 수 있는 휴식이었으며,
유일한 방법은 CPSC의 무료진료를 받는 길 뿐이었다.

그토록 절실히 원했던 무료진료였기 때문에 달님의 전화는 무척이나 반가웠고
9월의 무료진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민속한의원"
내가 민속한의원을 처음 알게된 것은...
2003년 3월 위암수술과 항암 4차까지 끝내면서 양방의 한계치를 알게되고, 보다 적극적인 투병과 내 현실과 상황에 맞는 치료방안을 찿던 중에 한방에는 민속한의원, 대체에는 뉴스타트가 있다는 것을 소개받았다.

예로부터 소화기쪽은 한방이 잘 다스린다고 알고 있었고...
그당시 민속한의원 홈페이지에 입원환경과 진료방식 및 치료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있어서 나의 상태와 성향을 고려할 때 민속한의원에서의 치료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거기다가 황토로 된 집으로 이사가야 살 수 있다는 꿈도 꾸었었다.)

어찌됐던 오랜 기다림과 우여곡절끝에 민속한의원에서의 진료를 받게되면서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민속한의원의 따듯한 배려와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서
물도 삼키기 어려웠던 장과 빠지기만 하는 몸무게, 그리고 저하된 기력이 호전되었으며,
스탠트 철망의 통증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이 가라앉은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건강증진을 위한 최적환경과 전문적인 투병시스템속에서 이토록 홀가분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투병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회와 "이렇게 계속하면 나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고도의 치료체험을 통해
꺼져가던 나의 삶이 용기와 희망, 그리고 풍요로움으로 다시 채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자유게시판을 통해 2005 민속한의원 체험소개기를 통해 올리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자포 & 방치상태로 엄두도 내지 못했던 재발/전이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나 불화없이 최악의 경우라도 Well-Dead를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평정심과 가족간 화해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었다.

"아쉬운 점...바라는 점"
이번 무료진료가 나에게는 너무나 절실했고...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다는 내용은 이미 위에서 밝혔지만, 나혼자만의 행사가 아니기에 몇가지 사족을 달자면,

(1) 일단, 민속한의원에 왔으면, 여기서 제공하는 독특한 투병방식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인산선생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민속한의원의 치료에는 죽염이 결코 빠질 수 없다. 물론, 좋은 소금이기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죽염을 상당히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은 복어알이나 자기소변을 먹는 것만큼이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달정도 꾸준히복용하면 분명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2) 민속한의원에서 매일 제공하는 한약의 성분에 대해 좀더 자세한 정보가 환우에게 제공되었으면 한다.
처음 입원하면, 기력보충을 목적으로 유황오리를 포함한 보약이 이틀정도 제공되지만, 그 이후에는 환자 개별적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한약이 제공되는데 이게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여쭤보기가 좀 어려웠다. 한의원측에서 먼저 이러한 상태인데.. 이러한 성분의 약을 써서 이러한 효과를 기대해보자고 상세히 알려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4) 100% 무료진료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나 항목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을것 같다.
민속한의원에서 [건강증진의 휴양처]를 표방하면서 제공하는 기본에는 황토로 된 1인실, 3끼식사, 항암약차, 프로그램(진료, 침, 쑥뜸, 한증, 안마, 단전호흡등)을 포함하여 10일마다 85만원을 비용으로 청구한다. 따라서 월 기본비용은 255만원이 입원및 기본치료에 요구되는 비용이다.
물론, 이외에 한약값(월 100만원 정도)은 빠져있으며, 환자의 요구 및 처방에 의한 전통링뜸을 뜨거나 해암단 등의 한방의 항암제를 쓰는 경우, 별도로 판매하는 죽염, 약차, 챠콜(숯)등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어찌해야하는 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무료진료의 경우에는 한약도 무료로 제공하지만, 어떤 한약재와 성분이 있는지 잘 모르고 적극적으로 좋은 약재를 요구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5) 자격지심이나 위축감이 드는 경우 긴장감으로 유도하여 투병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아직도 나에게 존심이나 아집같은게 남아있었는지, 아니면 고가의 병원비를 내지않고 무료로 이용하는데 따른 위축감 때문인지.. 하여튼 입원초기에는 당당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고, 직원들의 퉁명스런 말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순간 나도 당황했지만, 오히려 긴장감을 가지고 바람직한 투병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전환하여 직원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오히려 사전에 에로사항들을 개별상의하여 나를 도와주는 친구로 만들었다. 적응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혹여 늘어지려는 마음을 추스리고 기존 환우보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긴장감이 도움이 되었다.

(6) 보안 및 기존 환우와 직원(과장)사이에 끼지말자!
"구활창생"의 선도와 실현을 위한 무료진료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또다른 측면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타 환우의 입장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무료진료의 내용이 오픈되어 혹여 오해의 소지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환우들과의 친분 대화시 진료비용과 관련하여 보험으로 처리하는지 개인부담인지 애기들이 나오는데..보호자가 알아서 한다고만 했다.
또한, 환우의 입장을 100% 배려하여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원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어딜가나 인간적으로 친해지지 않은 이상 직분에 의해 이루어지는 서비스는 형식적이거나 자기방어적이다. 이런 이유로 가끔씩 환우들과 직원들사이에 불친절/무시당했다는 이유로 트라블이 생기는데..여기에 구지 동조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7) 건강증진을 위한 휴식처인지, 암투병을 위한 프로그램을 배울 건지, 암치료를 위한 한방치료를 받을 건지..이용목적을 분명히 하자.
한달여의 시간은 많지 않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맛있는 식사와 좋은 환경에서 잘자고 푹쉬기만 하기에도 순싯간에 시간이 지나간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양질의 투병프로그램을 배우고 한방적 치료까지 받고자 한다면 무척 바빠지게 되고 어쩌면 휴식조차 제대로 못하고 바쁘기만한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러한 좋은 행사를 준비하고 도와주신 CPSC 대표님과 관계자 분들, 민속한의원의 박원장님, 치료를 해주신 김원장님..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달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05년 10월 15일 .....(황토)한줌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