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산야초[산야초] 옻 민간약재에서 신약으로고정혁기자2008년 09월 09일 15:57 분입력 총 88628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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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년 9월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이 새로운 항암제 ‘넥시아’를 개발했다고 발표하여 학계 및 암환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말기 암환자의 5년 생존율 22.4%, 혈액암 환자의 5년 생존율 73.1%라는 높은 치료성과를 나타낸 ‘넥시아’는 새로운 화학구조의 의약품이 아니었다. 바로 한국의 토종식물인 옻나무 추출물로 만든 천연 항암제였던 것.
이 새로운 항암제의 효능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한의학과 양의학의 견해차와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심각한 항암제 부작용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항암제의 개발이라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옻”을 이용한 항암치료는 가공할만한 성과라 하겠다.
옻은 과연 언제부터 약으로 사용되어 왔을까?
죽염의 창시자인 인산 김일훈의 저서 『신약』에서는 옻을 이용한 각종 암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옻을 각종 난치병 치료의 기본약재라고 표현하였는데, 유방암에는 집오리 1마리에 마른 참옻껍질과 금은화 반근, 포공영 한 근을 넣고 달여 그 국물을 하루 세 번 마신다고 나와 있으며 위장병, 대장병, 소장병, 폐병, 관절염, 신경통에는 묵은 장닭 1마리에 옻1근, 나복자와 백개자 볶은 것 각 1근, 볶은 살구씨 1근, 금은화 반근, 토종마늘 1점을 한데 두고 달여 하루 세 번 복용하라고 하였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는 옻이 폐결핵과 여성의 하복통에 효과가 있으며 어혈을 없앤다고 하였고 본초학에서는 옻의 청혈작용, 만성류마티스에 대한 지통효과 및 우울증 치료 효과를 언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옻나무는 옛날부터 그 약효를 인정받아 온 엄연한 약재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러한 귀한 약재가 현대에는 그리 큰 효과를 인정받거나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대의학이 서양에서 도입된 만큼 이 식물을 바라보는 서양의 관점을 버리지 못하는 점에도 큰 요인이 있다.
옻에 있는 약성을 발견하여 이를 식용한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 민족이 유일하다. 옻에는 알러지를 유발하는 강한 독성이 있기 때문인데 서양에서 옻은 독초(poisonous plant)로 분류되며 그 약성에 대해서는 연구사례가 전혀 없다. 옻을 유난히 좋아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조차 옻은 칠기에 사용하는 도료일 뿐 식품으로서 옻을 즐긴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옻의 약성과 사용처를 정확히 알고 옻의 독성을 중화하여 이를 식용하여 왔다.
우리 민족은 강한 독을 함유한 ‘옻’이라는 식물을 약재로서 활용하는 것을 넘어 불특정다수의 대중이 섭취하는 식품으로서 과감히 즐겨왔다. 이 식품이 바로 ‘옻닭’이다. 옻의 독성을 중화시켜주는 천연의 중화제가 바로 닭인데 이 원리를 이용하여 닭과 참옻나무를 함께 삶아 식용하였던 것이다. 옻닭은 위장병과 대장, 소장병, 냉증, 여성의 생리통 등에 많이 먹었으며 특히 위장병이 오래 묵어 만성이 되었을 때 옻오름(옻나무에 함유된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감수하고라도 먹는 최후의 처방이 되었다. 이것은 옻에 플라보노이드계 약리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인데 위장병의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파이로리균도 옻 추출물에서는 완전히 사멸한다.
사실 옻에 관한 체계적 연구는 현대에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1997년 임목육종연구소의 나천수박사는 옻에서 강력한 항암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MU2라고 명명하였으며, 같은 해 한국과학기술원(KIST) 생명공학연구소 곽상수박사팀은 옻의 항암효과가 시판 항암제 테트라플라틴보다 최하 3.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발표하여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옻 알레르기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으로 인해 국내 옻 산업은 다소 폐쇄적이며 완고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 옻의 효용성에 관한 정확한 고찰 없이 부작용 발생 시의 위험성에만 그 방침이 치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옻 식품에 관한 각종 특허 및 안전한 제조법은 이미 수차례 개발되어 온 바 있는데 최근에는 천연 발효공법으로 옻의 독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2004년 발효식품 엑스포에서 우수발효식품으로 선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민족 전통의 발효기술이 김치, 청국장을 넘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과 우리의 토종식물 “참옻”을 재발굴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행 식품법규의 제재로 인해 이러한 우수 옻 식품들이 크게 빛을 발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 안전청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옻 식품에서 옻 특유의 독성 및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검출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음에도 이를 불특정다수가 섭취 및 음용하지 못하도록 집중 단속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식품 기준규격 개정안에서는 옻나무를 함유한 제품은 옻닭 또는 오리 조리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하니 국내 옻 식품 산업은 앞으로도 난항을 겪을 듯하다.
국내의 우수한 옻 식품 및 옻 관련 의약품이 합법적인 경로로 널리 유통된다면 난치병과 암으로 신음하는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옻 관련 식품을 무조건 제재하고 옭아 메기에는 옻의 약성과 효용성이 너무나 크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싹부터 자를 일이 아니라, 올바른 옻 식품을 엄히 선별해 이를 음료, 건강식품, 약품으로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우수한 옻 관련 식품을 양성함과 동시에 이들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한국의 토종옻나무(참옻나무)는 매우 우수한 품종으로 꼽히는데, 올바른 옻 식품의 확산은 고부가가치 대체작물로서 옻을 재배하는 농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극도의 환경오염과 화학약품의 난무, 식생활 변화 등으로 신종 난치병이 급증하고 암 발병률이 날로 증가하는 요즘,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발맞춘 또 다른 화학약품과 신약을 개발하기보다는 서구화로의 급행보를 잠시 멈추고 민족고유의 지혜에서 그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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