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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계절여행] 애잔하고 슬퍼, 며느리밥풀꽃
고정혁기자2008년 09월 29일 14:16 분입력   총 88411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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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 꽃이, 산이 너무 좋아 야생화를 찍습니다. 남편은 다발성암으로 투병중입니다. 야생화전시회, 한산신문 야생화기고.

 

날씨 보러 뜰에 내려
그 햇빛 너무 좋아 생각나는
산부추, 개망초, 우슬꽃, 만병초, 둥근범꼬리, 씬냉이, 돈나물꽃
이런 풀꽃들로만 꽉 채워진
소군산열도, 안마도 지나
물길 백 리 저 송이섬에 갈까

그 중에서도 우리 설움
뼛물까지 녹아흘러
밟으면 으스러지는 꽃,
이 세상 끝이 와도 끝내는 주저앉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꽃
울엄니 나를 잉태할 적 입덧나고
씨엄니 눈돌려 흰 쌀밥 한 숟갈 들통나
살강 밑에 떨어진 밥알 두 알 혀끝에 감춘 밥알 두 알
몰래몰래 울음 훔쳐먹고 그 울음도 지쳐
추스림 끝에 피는 꽃 며느리밥풀꽃
햇빛 기진하면은 혀 빼물고
지금도 그 바위섬 그늘에 피었느니라.

송수권의「며느리밥풀꽃」

며느리밥풀꽃 소개

분류 :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현삼과의 한해살이풀
개화기 : 7~8월 서식장소 : 산지의 숲가장자리
분포지역 : 한국(전역)·일본·중국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마주나면서 갈라지며 높이가 30~50cm이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가 5∼7cm, 폭이 1.5∼2.5cm이며 좁은 달걀 모양 또는 긴 타원 모양의 바소꼴로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둥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잎자루는 길이가 7∼10mm이다.
꽃은 7∼8월에 붉은 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수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포는 녹색이고 잎 모양이며 자루가 있고 끝이 날카롭게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돌기가 있다. 화관은 길이 15∼20mm의 긴 통 모양이고 끝은 입술 모양이다. 아랫입술의 가운데 조각에 2개의 흰색 무늬가 있다.
수술은 2개가 다른 것보다 길다. 꽃받침은 종 모양이고 4갈래로 갈라지며 털이 있다.

<꽃에 얽힌 이야기>

‘며느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꽃 중에는 ‘며느리주머니’,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그리고 며느리밥풀꽃이 있는데 모양에 따라 ‘알며느리밥풀꽃’, ‘새며느리밥풀꽃’, ‘수염며느리밥풀꽃’, ‘꽃며느리밥풀꽃’이 있다.
이 사진은 알며느리밥풀꽃이다.

옛날, 외동아들집에 며느리를 맞게 되었다. 홀어머니는 처음엔 잘 대해주다가, 점점 심하게 박대를 했다. 어느 날 밥을 짓던 며느리는 밥이 다 익었는지 알아보려고 밥알 몇 개를 씹어 보다가 들켰단다. 눈엣가시 같은 며느리에게 트집을 잡아 사정없이 매질을 했는데 그게 원통해서 속앓이 병으로 끝내 죽고 말았다고.

동네 사람들이 불쌍해서 정성껏 묻어주자, 며느리 무덤가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나 여름이 되면 며느리 입술처럼 붉고 새하얀 밥풀이 두 개 뭍은 형상을 한 꽃이 피었다고 한다. 먹지 않았다는 자신의 결백을 죽어서도 읍소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배곯아 먹지 못한 한 때문일까?

이 꽃은 세상이 너무 무섭고 수줍음을 잘 타기 때문에 산 속에서, 다른 나무나 풀에 숨어서 고개를 숙이고 핀다.

뒤로월간암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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