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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터는 채식을 할까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2년 06월 28일 20:19 분입력   총 315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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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목 | 파인힐병원 원장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및 파인힐병원장 역임
(사)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 대한민국 숨은 명의 50에 선정
마르퀴스후즈후(세계 3대 인명사전) 평생공로상
<통합암치료 쉽게 이해하기> 등 다수 저술


전 세계에 채식 붐이 일고 있다. 채소(vegetable)'와 경제(economics)를 합쳐서 채식 산업(vegenomics)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채식 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채식 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으며, 채식 산업의 정보를 공유하며 홍보하는 행사로 ‘비건 페스타’가 해마다 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채식 산업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일찍 시작되었고, 규모도 엄청나다고 한다.

채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식용 또는 모피 생산을 목적으로 가축들을 도살하는 과정이 매우 잔인하여 동물보호 단체의 질타를 받아 왔는데, 반려동물 유행 추세와 맞물려 동물보호 차원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규탄하는 운동도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2.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채식을 강조하는 단체들도 많다. 온실가스는 주로 이산화탄소인데, 대기 중의 탄소화합물을 주로 해양이나 열대우림에서 흡수해 주는데, 무차별적인 어류 남획으로 해양이 황폐화해 가고 있으며, 축산을 위한 목초지 조성을 위해 열대우림을 일부러 불태워서 열대우림이 날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큰 문제이다. 축산동물들이 내뿜는 가스도 사람이 내뿜는 것에 비해 막대한 양을 배출한다고 하니, 우리가 고기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지 충분히 이해된다.

3. 제7 안식교나 슈프림 마스터 등의 신앙적 이유로 채식만 하는 사람도 많으며, 명상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육식이 명상 돌입에 방해가 된다고도 한다.

4. 그리고 건강을 목적으로 채식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미국의 PCRM (physician’s community for responsible medicine,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들의 단체)을 들 수 있는데, 수만 명의 의사가 가입해 있는 매우 큰 단체이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육식의 문제점과 채식의 장점을 교육하고, 정부를 대상으로 영향력도 행사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우리나라에는 PCRM 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채식을 주장하는 의사, 치의사, 한의사, 수의사들의 단체인 ‘베지닥터 (vegedoctor)’가 있으며, 비건 (vegan, 완전 채식)을 강조하고, 군대, 학교, 형무소 등 폐쇄적 공간에서도 누구나 원하면 채식을 먹을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전 국민의 채식 선택권 확보’를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에 왜 채식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여태껏 알고 있던 통념인데, 어떻게 채식만으로 건강을 유지한다는 말이며, 하물며 질병 치유에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말일까?

먼저 고기와 생선 등의 동물성 식품에는 단백질은 매우 많지만, 그와 함께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지방도 매우 많으며, 최근에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들로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단백질 신화’에 세뇌당해 왔기에, 단백질은 매우 중요한 영양소이며, 단백질이 부족하면 건강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단백질의 과잉은 건강을 해치며 암의 원인이 된다. 단백질은 세포의 성장과 재생, 호르몬과 효소의 생산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동물성 단백질로만 보충하려는 것이 문제이다.

1980년대 이후 육류 섭취량이 증가한 우리나라에서 암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의료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국민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사람들의 건강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건강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돈이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국민의 3분의 2가 비만이고, 1,500만 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심장질환은 부동의 사망원인 1위로 자리 잡고 있으며, 1970년대부터 시작된 ‘암과의 전쟁’에서는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인의 절반은 매주 처방 약이 필요할 만큼 건강에 문제가 있다.

미국 영양학계의 석학 ‘콜린 캠벨’은 이런 배경에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수행한 ‘중국 연구 (china study)’에서 단백질이 암 발생을 껐다 켰다 하는 암 발생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 놀라운 것은 식물성 단백질은 암을 유발하지 않고, 동물성 단백질만 그렇다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다양한 실험 및 역학연구를 통해 입증된 엄연한 사실이다.

캠벨 박사는 단백질, 특히 동물성 식품을 통한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가공되지 않은 식물성 식품들에서 칼로리 대부분을 섭취한다면 암뿐 아니라 현대인을 괴롭히는 대부분의 만성질환을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캠벨 박사는 미국 코넬대학교 명예교수이며, 40년 이상 영양학과 건강 분야의 최전선에서 식이요법과 암 연구에 헌신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주요 업적인 중국 연구는 이제껏 행해진 역학 및 영양학 분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연구로 꼽힌다. 1970년대 초반 중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저우언라이 (周恩來)’는 암 투병 중이었다. 불치병에 걸린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신의 질병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전국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2,400개 지역과 중국 전체 인구의 96%에 해당하는 8억8천만 명을 대상으로 12종류 암에 대한 사망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에 참여한 인원만도 65만 명이나 되었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생의학 연구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주요 암의 지역별 편차가 무려 100배나 되었다.

한편, 2002년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는 유방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수년 동안 연구가 이어졌다. 어느 정도의 비율이기에 이런 법석이 났을까? 조사 결과 롱아일랜드 두 지역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주 평균보다 10~20% 높았을 뿐이었다. 중국의 10,000% (100배)나 차이가 나는 중국의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이 역시 놀라운 결과였다.

당시 영양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고 있던 캠벨 박사는 중국은 유전적인 면에서 같은 편이므로 이런 차이는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왜 중국의 일부 농촌 지역에서만 암이 많이 발생할까? 왜 중국은 미국보다 암 발생률이 현저히 낮을까?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포괄적인 음식과 생활방식 그리고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콜린 캠벨 박사는 1983년 CIA와 중국 정부의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중국의 최고 전문가들과 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옥스퍼드대 ‘리처드 페토’ 교수 등을 영입하여 세계 최고의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것이 냉전 시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처음으로 시도된 공동 프로젝트이다.

캠벨 박사는 이 획기적인 연구에서 무려 8,000가지 이상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고, 핵심은 농촌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인은 섭취하는 전체 칼로리의 15~16%가 단백질이고, 그 대부분을 동물성 식품에서 얻는다. 하지만 암 발병률이 낮은 중국 농촌에서는 전체 칼로리의 9~10%만을 단백질에서 얻고, 그 가운데 10%만을 동물성 식품에서 얻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캠벨 박사는 암과 많은 성인병의 방아쇠 역할을 하는 원인물질을 규명해 내기에 이르렀다.

캠벨 박사는 40년 동안의 생화학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올바르게 먹는 일이 우리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의 결과 중 일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말해 주었다.

1) 식단을 바꾸면 당뇨 환자가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2) 식이요법만 해도 심장질환을 고칠 수 있다. 식이요법을 통해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일 수 있는데, 이는 포화지방을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3)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치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 따라 결정된다.
4) 유제품 섭취는 전립선암의 위험을 높인다.
5)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항산화제는 노인의 치매를 예방한다.
6) 신장결석은 건강한 식사로 예방할 수 있다.
7) 위험한 질병인 당뇨질환은 유아기부터 이어져온 식습관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결과는 좋은 식습관이 질병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과학적인 근거를 이해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증진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우리는 왜 사회가 잘못된 정보에 지배당하며, 식습관과 질병을 연구하는 방법과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뒤로월간암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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