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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시작하는 새로운 희망
고정혁기자2011년 06월 30일 18:57 분입력   총 87940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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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일산 호수공원을 달립니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길 양 옆에는 어느새 활짝 핀 벚꽃이 하늘을 가리고, 벚꽃 사이로 띄엄띄엄 보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릅니다. 지난 겨울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얼리곤 하던 한기는 사라지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슴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꽃향기와 봄의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햇살은 따사로워 바람을 가르며 바퀴가 돌아가는 경쾌한 소리는 더없는 행복감을 안겨줍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행복감과 충만한 에너지를 받으려고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나봅니다. 오늘 하루가 참 소중합니다.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있는 세 살배기 아들은 연신 소리를 지르며 제 기분에 도취되어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댑니다. 공원을 두 바퀴째 달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던 아들이 조용하다 싶었는데 어느새 콧물과 침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습니다. 대단한 녀석입니다.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면서 잠든 아들 녀석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노라니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행복과 감사가 절로 차오릅니다.

희망은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채워줍니다. 생명의 지속성을 주고, 기쁨과 행복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하고 기뻐합니다. 작은 것에도 희망을 두고 그 희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얼굴에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가, 웃음이 떠나질 않습니다. 입고 있는 옷과 무관하게 여유가 묻어나는 그 얼굴은 처음 보는 순간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암을 진단받는 순간 마음속에 품고 있던 모든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버립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서서히 지나면서 우리의 마음은 어느 순간 절망스런 마음이 희망을 향하여 나아갑니다. 군대 용어로 '짬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1년 동안 투병한 암환자 희망의 크기와 5년 넘게 투병한 암환자 희망의 크기는 다르며 행동 방식도 다릅니다. 한 사람이 식도암에 걸렸습니다.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암인데, 꾸준한 치료와 관리로 잘 생활하다가 6년이 지나 이번에는 췌장으로 전이가 되었습니다. 식도암도 쉽지 않은데 췌장암이라니. 그러나 그는 지금도 건강하게 생활합니다. 그는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꺼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삶은 그 자체로서 희망이기 때문에 꺼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주셨습니다.

암과 투병하여 완전히 극복한 사람도 있고, 여전히 암이 있지만 오랫동안 생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선택 받은 사람들일 수 있으며, 또는 운이 좋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암에 걸렸는데 어떤 사람은 힘들어 하고 어떤 사람은 잘 극복합니다. 그들은 살아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실행에 옮깁니다. 포기하지 않고 보람 있는 일들을 찾습니다. 봉사활동, 기도, 명상, 등산 등의 즐거운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침부터 공원을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암환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몸에 마비가 있는 사람도 있고, 건강이나 다이어트가 목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들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치유와 아름다움을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습관은 단기간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많은 시간 꾸준히, 어쩌면 평생 해야 하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서서히 좋아지는 자기의 모습에 용기를 얻고 애초에 꿈꾸던 희망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갑니다. 지속적인 의지와 노력이 우리를 그렇게 변화시켜 갑니다.

간혹 암환자 분들 중에는 특권의식을 갖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픈데 너희는 그것밖에 못하느냐'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와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이런 마음의 근원은 분노입니다. 분노는 고통으로 이끌 뿐 투병에 있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분노를 빨리 버릴수록, 암만 바라보는 시선을 빨리 주위로 돌릴수록 생존도 암과의 투병도 끔찍하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작은 각도의 방향 전환만으로도 삶은 변화합니다.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화창한 봄날, 많은 사람들이 가슴속에서 샘솟듯 희망을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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