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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2년 07월 31일 20:40 분입력   총 77047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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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 | 암재활전문/통합의학치료 패밀리요양병원장. www.4cancer.co.kr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2001년 5월 15일 병원에 입원 중인 말기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 표적항암제가 처음 투여되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급성기로 접어들면 길어야 몇 달을 못 넘기고 사망하기 일쑤이다. 환자에게 주황색 알약 몇 알을 투여하였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 이어졌지만 환자의 상태는 눈에 띠게 좋아졌다. 단 9일 만에 환자의 암세포는 0%로 나타났고, 생사의 기로에 있던 환자는 걸어서 퇴원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졌다.

멀쩡하게 일어나서 자기 발로 병원을 나가는 장면은 TV 뉴스를 통해 보도되어 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후에도 손을 쓸 수 없어 죽음을 향해 내달리던 수십 명의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극적으로 삶의 희망을 일구어 냈다.

이 약이 바로 글리벡이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표적항암제로 골수이식을 하지 않고는 허망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환자들을 죽음에서 구해 내었다. 2000년까지만 해도 매년 사망률이 20%에 달하던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는 2011년 사망률 1%를 기록하며 획기적인 생존율을 기록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이제 더 이상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다.

글리벡을 필두로 수많은 표적항암제들이 세상에 소개되었다. 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일반 항암제에 비해 표적항암제는 괄목할만한 결과를 보였다. 일반 항암제를 산탄총이라면 표적항암제는 유도탄에 비유된다. 그만큼 표적항암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괴멸시키는 탁월한 치료성적을 내고 있다.

의학의 역사는 바로 암과의 전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암은 약 5천 년 전 이집트의 미라와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의 미라에서도 발견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대표적인 질환이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암을 두려워하는 것은 치료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치료할 수 없거나 치료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고 상상해 보자. 게다가 그 병 때문에 조만간 죽을지도 모른다면 아마 갑자기 온몸에서 기력이 빠져나가 주저앉고 말 것이다.
이러한 치료의 어려움이 암 환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간다. 물론 그 생각은 대부분 암에 대한 구체적이지 않은 막연한 공포감일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어쨌든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암이 무서운 질병이란 것은 정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암은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 중의 하나이며 40대 이상에서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999년 인구 10만 명당 114.2명에서 2009년 140.5명으로 증가했다. 평균수명은 현재 81세이며 2040년에는 90세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평균수명이 늘었다고 해서 삶의 질도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암과 같은 질병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얼마나 오래 살 것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로 바뀌었다. 암발생률과 암 사망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암은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열망하는 인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질병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TV 주말드라마 '닥터 진'에서 페니실린의 제조로 각종 감염병을 완치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처럼, 인류 역사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에 판판이 당했지만, 항생제를 개발하여 감염 치료의 새 시대를 맞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인류는 암에 무수히 패배했지만, 이제 표적항암제 개발로 우리는 새로운 의학혁명이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환우들이 일본 작가 '후나세 순스케'의 '항암제로 살해당하다'라는 책을 읽고 항암치료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키워서, 항암치료로 완치도 가능할 암인데도 불구하고 아예 항암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자연요법 등 대체의료를 좇아서 비의료인들을 찾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항암치료로 인한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고, 환자의 컨디션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모든 항암제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항암치료는 암의 진행정도에 따라서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를 보조할 목적으로 행하기도 하지만, 수술이나 방사선치료가 안되기 때문에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생명을 연장할 목적인 경우도 있다. 앞 두 가지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의 치료목표가 있기 때문에 항암제의 량을 과량 쓰기도 하지만, 뒤의 경우에는 소량의 항암제만 쓰기 때문에 부작용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그러니까 치료성적을 내기 위해서 과량 쓴다는 의미이고,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경우는 완치를 목표로 치료하기 때문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암의 치료로 여러 가지 의학이 있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현대의학적 치료가 가장 우수하다. 그리고 완치를 목적으로 행하는 항암치료는 그 부작용을 감내할 가치가 있다. 게다가 표적항암제를 적용할 수 있다면 그 부작용은 거의 없고, 치료성적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

결론적으로 항암제로 살해당하던 시기는 이미 과거의 일이다. 후나세 순스케의 책도 2005년에 발간된 책이며,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항암치료를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담당의사에게 그 치료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 감내할 것은 감내하며, 보조적으로 대체의학을 병행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뒤로월간암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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