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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고질병인가 고칠병인가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2년 09월 28일 14:56 분입력   총 73423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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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연구교수 신경외과전문의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건강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갑자기 주눅이 들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암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도 암에 걸려있었던 것인데 단지 암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갑자기 중환자가 되고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얼굴빛이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암에 걸려있으면서도 암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자칫 늦게 발견되어 손도 못써 보고 죽을 수도 있는데, 암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할 선물인 것입니다.

암이 진단되면 다음과 같은 원칙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첫째, 암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자신을 암으로 몰아넣었던 재물과 명예 그리고 탐욕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둘째, 암을 성장시킬 미움/시기/질투/원망/분노를 잊어야 합니다.

셋째, 암에 대한 정확한 진단 후에 치료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 때 치료방법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양방, 한방, 대체의학과 자연요법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넷째, 암에 대한 치료계획을 수립하면, 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다섯째,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병은 한가지인데 셀 수 없이 많은 치료법을 접할 것입니다. 절대 흔들리지 말고, 위에서 수립한 치료계획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섯째, 양방이나 한방은 의사의 처방에 몸을 맡기면 되지만, 자연요법은 그에 대한 믿음 뒤에는 그에 상응하는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암에 차선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최선만이 있을 뿐입니다.

일곱째,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많은 환우들이 처음에 기사회생하고서도, 초심을 잃고 나태해져서 암이 재발 또는 악화되어 죽어가는 것을 수 없이 보았습니다.

위의 일곱 가지 기본 수칙을 지켜내면서 전문의와 함께 한다면 낫지 못할 암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통계에서도 암이 진단된 순간 고질병으로 알고 낙담한 그룹의 치료율은 39% 이었으나, 고칠 병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 그룹은 70% 이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통해 최신 의학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의사나 환자에게 모두 유익한 일입니다. 질병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얻은 환자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환자 자신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에 확신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그러나 의료 정보의 과잉 확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사의 진료행위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잘못된 확신을 줄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약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환자 스스로 처방을 내려 복용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암을 고쳤다 하여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병명이 암인 이상 어느 한 가지 약이나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낫게 한 방법이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똑같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더구나 모든 약품마다 다소간의 부작용이 따릅니다. 또 암 환자처럼 신체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져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임상판단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생명을 위협받는 암 환자의 진료에는 노련한 의사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지혜는 장기간의 연구와 노력, 집중적인 사고 그리고 많은 경험 속에서 지속적으로 획득되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각각의 환자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법을 적용하고 각 환자의 상태를 세밀히 살펴가면서 필요하다면 그 치료법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최선의 진료입니다.
최선의 진료를 위해서는 정보 외에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환우분들이 의사보다 비전문가의 의견을 따르고 검증되지 않은 요법에 의존함으로써 치료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중환자들이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생명을 위협받는 암 환자는 특히 그러합니다. 환자들은 양질의 진료와 완치에 대한 기대를 안고 대학병원을 찾지만, 처음의 기대와 달리 실망감으로 병원을 나서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자가 치료하는 암 환자 중에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인 환자도 있고 항암치료가 끝난 환자도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수술과 항암치료가 끝난 후 일정한 간격으로 내원토록 하여 재발유무에 대한 검사만 할 뿐 재발방지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니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하소연 합니다. 환자가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조기 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이 수술을 받는다고 완치되는 것도 아니고 항암치료를 계획대로 모두 받았다고 재발이 방지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암 치료법은 암의 진행정도, 암의 전이정도, 암의 진행속도,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 등을 고려하고 치료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비교 평가하여 결정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몇 개월의 생명연장을 위해 힘든 수술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완치를 기대하며 참고 견디었던 온갖 어려운 치료들의 결과가 보잘 것 없을 때 환자는 절망합니다. 이 경우 의사로서는 최선이었을 수 있으나 환자에게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행 암의 경우에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암의 진행을 늦추어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도록 최적의 치료 방침에 의해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동원하여 적용해야 합니다. 최적의 치료 방침은 의사에 따라 다양할 수 있는데 경험 많은 의사의 지식에 의존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동시에 치료의 많은 부분을 환자 자신이 결정해야 하므로 환자도 암의 치료법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또 알아야만 의사와 상의해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뒤로월간암 201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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