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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시스와 음악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12년 11월 29일 16:45 분입력   총 70047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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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 부산대학병원 통합의학센터 연구교수
저서 <치매인지재활프로그램> <음악치료의 이해와 활용> 등

소크라테스는 "머리 없는 눈, 신체 없는 머리를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정신이 없는 육체는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하였으며, 플라톤은 그의 윤리적 사상에서 "음악을 통하여 인간의 정신은 감각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음악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데에는 그 무엇보다도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음악은 이처럼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교육과 정신적인 평안과 '카타르시스'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정신 분석에서는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행동이나 말을 통하여 발산함으로써 정신의 균형이나 안정을 회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말은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사용된 것으로 비극을 봄으로써 우울한 느낌이나 불안한 감정 그리고 긴장감 등이 풀어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문제아의 치료에 쓰이는 '유희요법(遊戱療法)'도 카타르시스의 원리를 응용한 것입니다.

이처럼 음악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호에는 음악을 통한 카타르시스에 대한 사례 두 가지를 게재하겠습니다.

나만을 위한 카타르시스 음악 I

바윗돌

찬비 맞으며 눈물만 흘리고
하얀 눈 맞으며 아픔만 달래는
바윗돌

세상만사 야속 타고 주저앉아 있을쏘냐
어이 타고 이내 청춘 세월 속에 묻힐쏘냐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한 맺힌 내 청춘 부서지고 부서져도
굴러 굴러 굴러라 굴러라 바윗돌
저 하늘 끝에서 이 세상 웃어보자
바윗돌

바윗돌…. 이 노래는 친구의 죽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곡입니다. 비 오는 날 사고가 났고, 비 오는 날 어머니께서는 저 하늘에 가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이 세상에 안 계신 것은 내 마음에 커다란 바윗돌이 부서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나의 커다란 바윗돌 기댈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삶의 힘)

이 아픔을 언제까지나 슬퍼하며 주저앉을 수 없으니 세월 속에 막히고 이 한 몸이 부서지고 부서져도 저 하늘을 향해 마음껏 웃으면 마음이 후련하다. 저 하늘 끝에서 들을 수 있도록 (엄마가) 아아 하하 하하하~

이때부터 엄마보다는 무슨 일이 있으면 아버지를 부르는 것으로 주문을 하게 되며 나 스스로 강하게 살아야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것 같았습니다. 명랑했던 저는 한참 동안 말이 없고 엄마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에서 벗어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사고가 나던 날, 비가 조금 왔었는데 당시 제가 자전거만 타고 학교에 갔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그날 학교에서도 무슨 일인지 하루 종일 마음이 울적해서 창밖을 보다가 선생님께 혼이 났었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이 엄마에게 마늘 논에 비료를 주라고 해서 사고가 났다면서 너무나 힘들어 하셨고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저는 "엄마와 오빠가 가기 싫어했는데 아버지가 가라고 해서 사고가 난 거잖아요. 아버지 때문에 돌아가셨으니 엄마 살려놓으세요!"라고 아버지께 소리치며 원망을 했습니다.

엄마의 부재로 집안이 엉망이 되었고 학비가 없어 야간 고등학교를 가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지만 힘이 들어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살이가 막막했지만 어차피 내가 갈 길이라면 즐겁게 즐기자고 생각하며 지내니 그때부터 당당하고 신나게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 힘들 때, 나의 친구는 말없이 바라보는 저 푸른 하늘이었습니다. 나의 친구는 내가 기분 좋을 때는 맑은 하늘을 보여주고 내가 우울할 때는 비를 내려 주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더욱 나에게 행복과 사랑이 넘쳤다(우아한 분위기)
살아있는 사람보다 나에게는 커다란 바윗돌, 나무, 그리고 저 하늘. 그것은 살아있는 자연이다. 항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삶이다. 하하 하하하~~~

엄마, 아프지 않고 그곳에서 막내를 잘 지켜보고 계시죠? 아무리 힘이 들어도 쓰러지지 않고 씩씩하게 당당하게 오뚝이처럼 인생길을 가고 있어요. 엄마가 저에게 바윗돌인 것처럼 이제는 제가 바윗돌이 되어서 여러 사람들이 저에게 듬직하게 기댈 수 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한 맺힌 가슴은 이제 다 저 하늘로 보내고 행복을 향해 이 세상에서 저 하늘 끝까지 들을 수 있게 크게 한바탕 호탕하게 웃어보자 아아 하하 인생길~~

나만을 위한 카타르시스 음악 II

진주에서 자란 어린 시절 마땅히 놀거리는 없고 그저 자연이 친구가 되어서 심심하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선희의 'J에게'를 즐겨 부르며 친구들을 불러 모아 마당 한가운데서 동요대회라도 하듯이 돌아가면서 한 곡씩 부르곤 했습니다. 유독 노래를 잘 못하는 나는 애창곡 'J에게', '아! 옛날이여' 등을 따라 부르며 키 작고 안경 낀 작은 소녀를 닮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다가 음치인 나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게 되었는데 생각지 못한 1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는 찰나 심사위원의 말씀이 "1등은 노래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노력한 결과가 너무 가상해서 1등을 주었습니다."라고 하시고는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나에겐 대단한 기쁨이었고 이 일을 계기로 자신감도 얻게 되고 매사에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사건은 8살 때 작두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대형사건을 겪었는데 그 이후 나에게는 장애인이라는 꼬리표가 늘 달려있었고 사회에서는 손가락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반겨주지 않고 오히려 차가운 시선으로 비장애인과 차별하는 힘들고 외로운 삶이 계속되었습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를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문득 '오히려 마음에 장애가 있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이건 장애도 아니다. 생각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이렇게 세상과 끝없이 부딪히고 살면서 어려운 점, 힘든 점, 좌절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희망적인 메시지와 긍정의 힘을 나에게 보내주었고 세상은 나를 외면했지만 사람들은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내가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왜? 난 세상에서 꼭 필요하니까….

지금은 생활에서 조금 불편할 뿐 장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조금만 바꾸면 내가 달라집니다. 장애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장애는 있는 법, 그 장애를 이기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이고 무슨 일이든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부딪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한창 힘들 때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 인순이의 '거위의 꿈' 등을 많이 듣고 부르며 힘을 얻었습니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거위의 꿈 中에서 -

그래서 그런지 세월이 갈수록 이 노래들이 점점 좋아지고 애착이 갑니다.
세상은 내가 쓴 만큼 돌아옵니다. 에너지의 법칙이며 거래의 법칙인 것입니다. 난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준 이 노래들과 함께 지금은 대인기피증과 고소공포증도 해결한 상태입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뒤로월간암 201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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