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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유전자 치료법이란
김진하기자2013년 08월 30일 18:43 분입력   총 52030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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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신경외과전문의
저서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건강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우리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약 60조 개의 세포 중 신경세포처럼 증식하지 않는 세포는 예외로 하고 그 외 세포는 매일 분열과 증식을 하고 있습니다. 즉 이미 프로그램된 세포의 자살(아포토시스, apoptosis)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은 신체가 새로운 세포를 필요로 할 경우에만 이루어지도록 제한되어 있습니다. 세포가 노화되거나 상처를 입어 소멸하게 될 때, 새로운 세포가 발생하여 서로 치환하게 됩니다.

세포가 불필요하게 증식하지 않도록 제어하고 있는 것이 암 제어 유전자라고 불리는 P53 유전자입니다. 그런데 이들 세포의 증식과 세포의 자살(아포토시스)을 제어하는 유전자에 갑자기 변이가 발생하면 이러한 질서가 흐트러지게 되어 변이를 일으킨 세포는 제멋대로 세포분열을 일으켜서 증식하고, 소멸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발생한 과잉 세포는 덩어리가 되어 종양 또는 신생물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이 신생물 중에서 악성인 것(침윤, 전이를 발생)이 바로 암이 되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암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군이 몇 가지 발견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서술한 P53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게 되면 적절한 아포토시스(세포의 자살, 세포의 자연소멸) 기능과 세포분열을 제어하는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여 그 세포는 이상 증식을 일으키게 됩니다.

대부분의 암은 우발적인 요인에 의해 발병하며, 특정 유전적인 결손 및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암 발생에 대해서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16형과 18형에 의한 자궁경부 편평상피암 및 EB바이러스에 의한 버킷림프종, T림프구 바이러스에 의한 성인T세포 백혈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의한 위암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병원성 미생물에 의해 암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다양합니다. 바이러스 암유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인유두종 바이러스나 EB바이러스 등의 경우, 세포의 증식이 증가하거나 P53 유전자가 억제됨으로써 정상 세포가 암으로 변하게 됩니다.

간염바이러스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으로 인하여 간염 및 위염 등의 염증이 반복되면서, 암 발생 리스크(위험성)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감염은 발암의 단계 중 하나이며, 바이러스 단독으로는 암을 발생시키지 못합니다.

또한, 변이로 인해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더 나아가서는 세포의 이상 증식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가리켜 암 발생 유전자라고 합니다. 따라서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체내의 암 억제 유전자를 얼마만큼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알려진 암 대부분에서 P53 유전자의 돌연변이 혹은 P53의 활성조절에 관여된 여러 유전자의 변이가 관찰됩니다. P53은 사실상 거의 모든 세포성 암의 발생 및 진행을 억제하는데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P53이 활성화되었을 경우 역시 세포의 생존에 치명적입니다. P53의 활성 조절경로에 대한 분자수준의 분석은 암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물론 새로운 치료제 및 치료요법 개발에 필수적입니다.

미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보고에 따르면 P53은 화학/방사선치료에 대한 민감성 결정에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세포 내 P53의 상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므로 P53은 정상세포는 보호한 채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소멸시키는 신약개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Taxol은 대규모 스크리닝을 통해 돌연변이 P53을 지닌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사멸시키는 화합물로, Pifithrin는 방사선 치료 동안 정상세포는 보호한 채 암세포 사멸을 증대시키는 화합물로 동정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생물정보학과 구조결정학, 대규모 화합물 스크리닝 등을 통해 이들의 암세포 특이성과 약리활성을 증진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암 유발과 관련된 일부 DNA 바이러스 역시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P53의 전사활성을 저해하여 세포의 암화를 촉진합니다. 따라서 이들 바이러스에 의한 P53 활성조절 기작과 이에 관여된 새로운 인자의 동정, 손상된 P53 활성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신물질의 개발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는 물론 암 치료를 통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핵심적인 공헌을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아데노바이러스 ONYX-015와 같이 P53이 변형된 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복제하는 바이러스 운반체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요법이나, 항체나 면역세포를 이용하여 돌연변이 P53을 선택적으로 인지하여 제거하는 면역요법, 그리고 siRNA를 이용해 특정 P53 타깃 유전자나 조절인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치료법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곧 유전자 치료의 혜택을 볼 날이 다가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뒤로월간암 201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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