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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한 마디 - 생명활동의 촉매제, 효소
고정혁기자2015년 10월 29일 14:24 분입력   총 594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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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웰 박사의 위대한 발견
효소의 존재가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일본의 경우 아직 10년도 채 안 됐으며, 효소영양학의 발상지인 미국도 30년이 채 안 된다.

효소영양학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이는 미국의 에드워드 하웰 박사(Edward Howell, 1896~1986)다. 그는 무려 50년에 걸쳐 효소를 연구해 1985년에 《효소영양학(Enzyme Nutrition)》을 펴냈다.

박사의 책 내용은 실로 획기적이다. ‘질병은 왜 발생하는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해 ‘효소 부족이 질병을 일으키며, 난치병은 극단적인 효소 부족이 원인’이라고 답을 찾아냈다. 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때까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수명에 대해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명은 체내 효소의 양으로 좌우된다.”

즉 ‘몸이 가진 효소의 양에 따라 수명이 길어지기도 짧아지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하웰 박사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우선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 먹고 음식에 함유된 영양소를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한다. 전환된 에너지는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되거나, 질병을 퇴치하는 면역 에너지가 된다. 에너지원이 되는 영양소가 바로 단백질, 당질(탄수화물), 지방이다. 이 3대 영양소는 자동차로 치면 가솔린과 같은 존재다. 차는 가솔린을 넣기만 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가솔린을 태워서 생성된 에너지로 엔진을 돌려야 하며, 그러려면 배터리가 필요하다.

사람도 차와 마찬가지다. 3대 영양소라는 연료를 몸에 집어넣기만 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영양소라는 연료를 적정한 크기로 분해 및 소화해서 흡수하고, 그중 몸에 필요한 것은 이용하고 불필요한 것은 배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사(代謝다.

대사는 한마디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작용’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생명 유지를 위해 유기체가 행하는 일련의 화학반응’이다. 화학반응은 어떤 물질이 자체적으로 혹은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해 화학적 성질이 다른 물질로 변하는 현상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이 여러 단계를 거쳐 에너지로 바뀌는 화학반응이야말로 생명활동의 정체다.

인간의 몸은 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며(보통 60조 개라고 하는데, 현재 미국에서는 60조 개에서 100조 개 사이로 수정되었다), 1개당 매분 100만 회의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우리 몸은 화학반응으로 생명에너지를 일으키는 커다란 공장인 셈이며, ‘건강’은 몸이라는 화학공장의 시스템이 순조롭게 가동되는 상태다. 화학반응을 거쳐 흡수된 단백질은 골격과 세포 조직, 점막 및 점액의 원료로 쓰이고, 당질은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 직접 작용한다. 지방도 에너지원인데, 세포막 같은 생체막의 성분으로 쓰인다.

이렇게 중요한 일련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촉매가 바로 효소(대사효소)다. 촉매란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주변 물질의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연소’라는 화학반응을 예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각설탕에 성냥으로 불을 붙여도 각설탕은 타지 않는다. 하지만 각설탕 위에 담뱃재를 올리고 불을 붙이면 각설탕은 불꽃을 일으키며 타오른다. 담뱃재가 촉매 작용을 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효소(대사효소)는 ‘생명활동을 원활하게 처리하는 작업원’이다. 배터리가 없으면 가솔린이 연소되지 않듯 효소가 없으면 단백질도 당질도 지방도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하웰 박사는 그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효소를 ‘생명의 빛’이라고 부르며 효소영양학을 창시한 것이다.

효소는 한 우물만 파는 직장인 같다
인체 내에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효소는 ‘아홉 번째 영양소’로 불린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3대 영양소이고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물, 피토케미컬이 그다음이다. 뒤이어 효소도 이들에 버금가는 영양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단, 아홉 번째 영양소로서의 효소는 음식에 함유된 효소를 가리킨다.

효소의 성분에 대해 얼마 전까지는 ‘단백질’이라고 알려졌는데, 본질은 단백질이 아니다. 단백질로 둘러싸여 있을 뿐 효소는 단백질 껍질 속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효소에는 활성의 중심이 되는 ‘구멍’이 있는데, 효소마다 이 구멍의 모양이 다르다. 이 구멍에 딱 맞는 기질(효소를 촉매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만나면 효소는 촉매로 작용해 재빨리 분해나 합성 같은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마치 ‘단백질 껍질에 둘러싸여 촉매 작용을 하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효소가 촉매로 작용하는 경우 보통 1개 효소당 1가지 기질뿐이다.
예를 들어, 전분(탄수화물)은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의 기질이다. 아밀라아제는 전분은 분해할 수 있지만 단백질이나 지방은 분해하지 못한다. 단백질과 지방에는 각각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라는 전담 분해 효소가 있다. 마치 완고한 직장인처럼 하나의 작업에만 관여한다.

효소의 크기는 종류에 따라 다른데, 5~20nm(나노미터) 정도다. 1nm는 100만 분의 1nm이니 효소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것이다. 효소 하나가 1분 동안 합성(혹은 분해)하는 분자수는 평균 3600만 개다. 개중에는 1분에 4억 회나 화학반응을 하는 효소도 있다.

매일 쓸 양을 스스로 만든다
효소는 크게 체내 효소와 체외 효소로 나뉜다. 체내 효소는 하웰 박사에 의해 ‘잠재효소’라고도 불렸는데, ‘소화효소’와 ‘대사효소’가 이에 속한다. 앞에서 설명한 몸속 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대사효소다. 체외 효소에는 ‘식이효소’와 ‘장내 세균의 효소’가 포함된다. 장내 세균의 효소는 최근 내가 새로이 추가한 개념인데 1장의 마지막 파트에서 소개하겠다.

먼저 체내 효소인 소화효소와 대사효소에 관해서 알아보자.

현재 알려진 체내 효소는 2만 종류가 넘는다. 그 가운데 소화효소는 24종류이고, 나머지는 모두 대사효소다. 효소가 만들어지는 장소는 각각의 세포 속인데, 세포핵에 있는 DNA가 어떤 효소를 만들지 청사진을 작성하면 유전자가 만든다.

우리 몸은 3대 영양소를 흡수해서 여러 화학반응을 거쳐 생명에너지를 얻는다. 이때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에서는 소화효소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소화·흡수된 영양소를 피·살·근육으로 바꿔서 몸이 순조로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은 대사효소의 몫이다. 대사효소는 이 외에도 해독, 면역 등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생산량이 정해져 있다
소화효소와 대사효소 사이에는 기이한 상관관계가 있다. 체내 효소는 평생 생산되는 양이 정해져 있다(매우 중요한 사실이니 기억해두자). 또한 하루의 생산량까지 정해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하루에 만들어지는 일정량’을 우리 몸은 소화와 대사에 나눠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화와 대사 모두 인간의 생명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용인데, 체내 효소가 균형을 맞춰가며 두 작용 모두에 관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확실히 알아야 할 사실은 소화에 쓰이는 체내 효소의 비율이 낮아야 건강하다는 점이다. 하루에 생산되는 체내 효소 대부분을 소화에 빼앗기면 대사가 정체돼버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까? 하루의 체내 효소 생산량을 생활비에 비유해보자.

생활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집세와 식비, 수도 요금, 가스와 전기 등의 광열비가 들어간다. 전화 요금도 내야 하고,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교육비도 들어간다. 의료비, 의복비, 교통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미래를 준비하는 저축을 하고, 때로는 여행 같은 이벤트도 필요하니 그것을 위한 저축도 해야 한다. 이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경비는 대사효소다. 이러한 경비를 잘 처리해야 가정경제가 순조롭게 유지된다. 반면,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으면서 큰돈이 들어가는 지출이 있다. 유흥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지출은 소화효소에 비유할 수 있다.

생활비는 정해져 있는데, 오락이나 음주 같은 유흥비로 대부분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 가계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돈이 부족해져서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다.

조금 억지스러운 면은 있지만, 체내 효소를 소화에 낭비하는 것은 가정으로 치면 생활비를 탕진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다. 소화효소의 적절한 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체내 효소를 소화효소에 과잉 소비했을 때의 위험성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효소를 아껴 쓰면 150년은 살 수 있다
체내 효소에도 수명이 있다. 짧으면 몇 시간, 길어봤자 몇 십 일이다. 어떤 효소는 배설되고, 어떤 효소는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재흡수되어 새로운 효소나 단백질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교체할 건 교체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효소를 만들어낸다.

그런 효소의 제조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사람이 평생 동안 만들어낼 수 있는 효소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20세가량에 절정이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줄어들고, 40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갓난아기한테는 고령자보다 몇 백 배나 많은 효소가 존재한다고 한다. 젊을 때는 조금 무리를 해도 하룻밤만 푹 자고 나면 체력이 회복됐는데 중년을 넘기면서 충분히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 역시 효소의 양과 관련이 있다.

체내 효소의 활성은 물건을 치면 휴대폰의 충전 능력과도 비슷하다. 산 지 얼마 안 된 휴대폰은 한 번만 충전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충전 능력이 떨어진다.

평생 일정량이 생산된다지만 나이 들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고 개인차도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효소 생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간에는 시토크롬P450이란 해독 효소군이 있는데, 이 효소의 보유량은 개인마다 달라서 대량으로 갖고 태어난 사람은 매우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주위 사람들 중에 이상할 정도로 강인하고 병에 잘 안 걸리는 사람이 대체적으로 그렇다.

이런 차이는 체내 효소가 만들어지는 장소인 DNA와 깊은 관계가 있다. 어머니가 임신 중에 생채소나 생과일 같은 효소식을 듬뿍 섭취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분기점이 갈린다고 추측한다. 효소식을 넉넉하게 먹은 모친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대개 건강하다. 난소에 효소가 증가하면서 아이에게 효소 많은 체질이 유전되기 때문이다. 출산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라도 알아두면 좋을 정보다.

날 때부터 효소의 양이 많은가 적은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에게는 평생 일정량의 효소가 생산되기 때문에 효소를 허투루 쓰지 않는 생활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하웰 박사 역시 ‘체내 효소를 일찍 소진하느냐, 온존하면서 얼마나 소중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장수와 건강이 크게 좌우된다’라고 저서 효소영양학》에서 설명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조금 안심되는 일이 하나 있다. 인간의 효소 저장량은 150세까지 살 만큼 충분하다는 사실이다(신비롭게도 인간은 죽을 때 자신의 몸을 분해해서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효소를 조금 남겨놓는다. 요즘은 죽어서 화장하는 일이 많아 효소의 마지막 임무는 사라져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가 충족되었을 때의 이야기임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효소 식생활로 장이 살아난다 면역력이 높아진다-, 츠루미 다카후미,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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