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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게으름과 잠이 필요한 이유 4가지
임정예(krish@naver.com)기자2020년 05월 27일 12:34 분입력   총 15089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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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합니다.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이 일이든 여행이든 빨리빨리 스케줄을 작성하고 해치워야 합니다. 게으름은 나쁘고 부지런함이 좋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함은 하나의 미덕이 되었고, 실제로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 무슨 일이든지 하면서 지내야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부지런함에 대한 교육은 어릴 적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으름의 최후는 비참하지만 부지런의 대가는 따뜻하고 달콤하다는 교훈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실제로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이들은 매우 부지런합니다. 일단 새벽 일찍부터 일어납니다. 회사와 그에 속한 조직을 움직이기 위해서 부지런함은 당연한 덕목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또 공직 사회를 보아도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없을 것입니다. 즉, 근로는 미덕이며 더 많이 일하기 위하여 부지런함이 몸과 마음속에 깊숙이 배여 있는 사람은 출세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최근 만난 60대 초반의 한 여성은 고위 공무원으로 평생을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일해 왔습니다. 드디어 퇴직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할일이 남아서 자신이 다니던 직장의 프로젝트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소위 스카이에 해당하는 명문대학교를 나와서 공무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공직 사회에서 인정을 받아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 주말에도 온통 일에 매진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몇 달 전 옆구리가 아파 병원 진찰을 받고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부지런함은 개미와 베짱이처럼 해야 합니다. 베짱이의 게으름은 여름 이후에 다가올 겨울에 대해서 준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개미는 다가올 겨울에 닥치는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대비하려고 여름에 열심히 일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부지런하다는 것입니다. 개미 정도면 충분히 부지런합니다. 여름에는 열심히 일하고 겨울에는 비축해둔 식량과 자원으로 훈훈한 겨울을 지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름에 일하고 겨울에도 일합니다. 쉼 없이 일에만 매진하며 그것을 부지런함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소모적으로 산다면 결국 자신이 갖고 있는 기운은 어느 순간 모조리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새로 생긴 말이 번아웃 증후군입니다. 쉬지 않고 일만 해서 갖고 있는 에너지가 모두 소진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무기력해지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우울해집니다. 정신력이 아무리 강해도 스스로를 불태우며 지내는 시간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이런 증상이 생깁니다.

자연의 섭리는 달과 같고 사계절과 같고 물과 같습니다. 달은 서서히 찼다가 다시 스러지고, 사과나무는 추운 겨울 웅크렸다가 봄에 눈을 틔우고 여름에 성장하며 가을에는 결실을 맺습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영하로 내려가면 얼음이 되고 100℃가 넘으면 기체가 되었다가 다시 비나 눈이 되어 세상을 순환합니다. 개구리는 앞으로 뛰기 위해 움츠렸다가 다시 뛰고, 그 다음에는 다시 움츠립니다.

이 지구상에서 오직 사람만이 끝없는 수직선을 향해 달립니다. 무엇이든 수직선으로 줄을 세워서 일등부터 꼴등까지 번호를 매깁니다. 일등은 부지런함, 성실함으로 칭찬을 받고 꼴찌는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비난 받고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아주 어린 순간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수직선을 달리도록 강요받습니다. 애기 때는 또래보다 빨리 일어나서 걸어야 하고, 말을 또래보다 빨리 하고, 한글을 빨리 읽을수록 부모님이 기뻐합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를 지나 고등학교까지 모두 공부라는 수직선을 향해 쉬지 말고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야 앞 등수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선두그룹에 속했다고 해서 안도하고 몇 년 쉴 수는 없습니다. 이 모든 시간들이 좋은 대학교라는 아주 좁은 문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는 취업라는 이름의 더 좁은 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다리를 겨우 오르고 나면 승진이라는 또 다른 사다리를 올라야 합니다.

이제는 사다리를 오르는 삶에서 벗어나 파도를 타는 삶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약간의 여유를 갖고 늦장을 부리면서 일어나고 어두워지면 불을 끄고 충분하게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생명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지런함보다는 게으른 것이 더 유익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게으름과 충분한 양의 수면은 필수입니다. 아래에 열거하는, 게으른 생활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 네 가지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여유 있게 일상을 보내기를 기대합니다.


평화주의자가 된다
옛날부터 철학자들은 성선설이나 성악설과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했습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의 본성이 선한가 악한가에 대한 정의이며 지금도 철학자들은 이런 소재를 가지고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착하게 살아야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범죄를 저질러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큼 실패한 삶은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남을 도우며 살 수는 없지만 누구도 남을 해치거나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됩니다. 그리고 범죄의 기준은 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법에 없는 것들은 우리의 양심과 도덕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나쁜 본성을 갖고 있을지라도 주변 환경이나 우리 사회가 선하다면 그 사람은 선하게 살 것이며 착하게 태어났어도 범죄자의 소굴에서 지낸다면 나쁜 일을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 인간 개개인에게 요구하는 자질은 착한 본성이며 이러한 본성은 힘들게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락함에서 훨씬 잘 발현됩니다.

꿀 같은 잠을 푹 자고 일어났을 때와 새벽까지 일하느라 깊은 잠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난 아침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컨디션의 차이뿐 아니라 본성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선과 악으로 나누었을 때 좋은 잠을 충분히 자고 일어난 날 아침에 우리는 더욱 착한 마음을 갖습니다. 주변을 보고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휴식은 나를 평화주의자로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해진다
밥보다는 잠이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밥 먹는 것을 포기하고 그 시간에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그러면 십중팔구 밥 대신 잠을 선택합니다. 몸이 그만큼 잠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배고픈 것은 인내력으로 참을 수 있지만 잠을 참는 것은 그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드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운전 중에 졸음이 오면 반드시 차를 세우고 잠시라도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밥을 안주는 것보다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이 훨씬 고통의 강도가 높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호흡을 하는 것처럼 매일 잠을 자야 합니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을 통해서 우리 몸을 순환하는데 잠은 반대로 몸속의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고 휴식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호흡과 혈액 순환은 느려지고 낮 동안 활발하게 활동했던 세포들도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특히 우리 몸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면역 세포들은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몸속의 나쁜 세포나 바이러스와 싸울 채비를 합니다. 깨어있을 때 많은 생각과 상념에 잠겼던 뇌는 휴식을 취하면서 호르몬의 조화를 만듭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한 건강은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모두 온전할 때를 말합니다. 우리는 깊은 잠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쉬게 만들고 영적으로 온전한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건강하기 위해서 충분한 수면과 게으름은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과 나의 건강을 맞바꿀 수는 없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게으름을 피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정신력이 강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낮에 일어나는 일이 현실이라면 깊은 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꿈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현실과 꿈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 안 좋은 일이 있다면 악몽을 꾸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즐거운 꿈을 꿉니다.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는 꿈속에서 일을 하고 담배 피우는 사람이 금연을 결심하면 꿈속에서 흡연을 합니다. 현역 군인이라면 꿈속에서 제대를 하고 군대를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은 다시 군대로 끌려가는 꿈을 꿉니다. 꿈과 현실은 서로 맞물려서 보완하고 조화를 이룰 때 정신의 힘이 발휘됩니다. 그래서 정신력이 강한 사람은 잠도 잘 잡니다.

정신력과 집중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입니다. 한 시간을 몰입해서 공부한 것과 밤을 새우며 다섯 시간 공부한 것에 대한 차이는 명백합니다.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맑은 정신이 필요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언가를 할 때 그 일은 진정으로 나의 것이 됩니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없으며 하루 종일 피곤하므로 집중해서 일을 진행할 수 없는 능률 저하 상태가 됩니다.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업무라면 피곤함을 참으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지만 머리를 써야 되는 일이라면 떨어진 집중력 때문에 때에 따라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강인한 정신은 강인한 육체의 근원입니다. 또 집중력과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은 대부분의 업무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능률적인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충분한 게으름과 깊은 수면이 필수입니다. 맑은 정신이 주는 상쾌함 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우리가 성취하려는 일에 더욱 접근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쉬게 만드는 깊은 수면은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아름다워진다
흔히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아름다운 외모를 만드는데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을 때 얼굴에서는 빛이 나고 기분도 상쾌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눈 밑에 다크서클이 보이고 얼굴도 전체에 검은 그림자가 끼어 있는 듯합니다. 피곤하다는 말은 혈액이 곤하다는 말입니다. 피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는 뜻으로 그럴 때는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활기라곤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현대에 와서 수면과 외모의 관계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몇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잠자는 처음 3시간 동안에는 성장호르몬이 촉진된다는 사실입니다. 성장호르몬은 아이들에게만 관련이 있는 듯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호르몬이 어른에게도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어른에게 있어서 성장호르몬은 세포를 재생하고 피로를 해소하며 히알루론산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분자를 피부 속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또 깨어있을 때 혈액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뇌입니다. 수면 중에는 뇌가 휴식을 취해 혈액은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피부에도 마찬가지로 수면 시간에 가장 많은 영양분을 공급받게 되며 이때 피부세포들은 재정비를 합니다. 깊고 충분한 수면한 우리를 저절로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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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영국의 한 철학자는 하루에 4시간만 일하고 나머지는 게으름을 피우면서 살자고 주장했습니다. 당시는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로 그렇게 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그리 허무맹랑한 주장은 아닙니다. 4시간은 아니어도 집중도를 높여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남는 시간에는 게으름을 피우며 창의적인 취미나 작업에 몰두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입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휴식기가 주어졌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감방에 갇혔다고 답답해만 하지 말고 충분히 쉬고 재충전하시기 바랍니다.
뒤로월간암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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