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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동물의 암 유병률에 대한 정보수집 완료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4년 12월 26일 05:57 분입력   총 275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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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연구는 수십 년에 걸쳐 발전해왔으나 여전히 많은 수수께끼를 품고 있다. 특히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에 비해 암 발병률이 낮은 반면, 일부는 유난히 높은 발병률을 보이기도 한다. 이 미스터리를 다루는 대표적인 문제는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로, 일반적으로 큰 동물일수록 세포의 수가 많아 암을 유발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축적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관찰이다. 대형 동물인 고래와 코끼리 등은 예상되는 발병률보다 훨씬 낮은 암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암 발생의 수수께끼를 해결하고자 UC 산타바바라의 인류학자 에이미 보디(Amy Boddy)와 그녀의 동료들은 다양한 척추동물에서 암 발생률을 연구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암에 대한 폭넓은 데이터를 축적해왔으며, 현재 양서류, 파충류, 조류 및 포유류 등 다양한 종을 아우르는 292종의 척추동물에 대한 암 유병률 데이터를 완성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동종 최대 규모의 연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암 저항성이 높은 종들이 진화 과정에서 어떤 전략을 사용해 암에 저항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암 발병률이 극단적으로 낮거나 높은 동물의 예를 찾았다. 암에 대한 저항성이 특히 강한 종으로는 돌고래와 검은발펭귄이 있으며, 반대로 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동물로는 흰 족제비와 주머니쥐가 있다. 이는 특정 동물군이 암에 더 취약하거나 강한 저항성을 보이는 생물학적 요인을 조사할 기회를 열어준다.

보디는 암 연구 초기부터 "모든 다세포 생물은 암에 걸릴 수 있다."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녀는 이를 다세포 생물의 불가피한 특징으로 보고, 개별 세포가 공존하고 상호작용하며 유전적 돌연변이의 축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돌연변이는 다세포 유기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취약성으로, 이 돌연변이가 누적되면 통제되지 않는 세포 성장과 같은 암의 특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종 간 다양한 요인에 따른 암 발병률을 조정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임신 기간을 고려한 후, 성체의 체중이 암 유병률과 일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규모 연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사실로, 연구진에게 암 발병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추가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다만 보디는 "그 효과가 매우 작다"라고 강조하며, 이는 페토의 역설을 반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디 연구팀은 페토의 역설을 추가로 설명하기 위해 큰 동물일수록 체세포를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임신 기간이 긴 척추동물일수록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체세포 유지 메커니즘에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디는 "크고 수명이 긴 종일수록 체세포 유지에 더 많이 투자하며, 이는 이들이 진화 과정에서 크게 성장하고 오래 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암을 회피하는 각 종의 전략은 그들이 진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암에 저항했는지에 대한 유일무이한 역사를 담고 있다. 보디는 암을 다세포 생물의 영원한 선택적 압력으로 간주하며, 각 종이 암의 위협에 대항해 나름의 유전적 절충과 방어 전략을 구축해 왔다고 밝혔다. 예컨대 코끼리는 암 억제 유전자인 P53의 복사본을 20개나 보유하고 있으며, 또 다른 전략으로는 체세포 돌연변이 발생률을 억제하는 방식이 있다. 이처럼 돌연변이가 암으로 발전하는 속도를 늦춤으로써 개체를 보호한다.

보디는 또한 암 연구가 설치류 모델에 국한될 필요가 없으며, 자발적으로 암에 걸리거나 특정 암에 취약한 종을 추가로 연구하는 것이 암 및 희귀 질환 연구에 유익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연구는 기존 설치류 모델보다 암 발생의 다양한 측면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향후 보디 연구팀은 종별로 특정 암 유형을 분석하고 인간이 걸리는 암과 유사한 형태의 암이 다른 영장류에서도 나타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한 암 유병률이 높은 종에서 암 발병의 기저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한다. 보디는 "암은 단일 질병이 아니라 300가지의 다양한 질병과도 같다."라고 설명하며, 연구를 통해 각 암 유형에 특화된 발병 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 말했다.

참조:
1. Zachary T. Compton, Walker Mellon, Valerie K. Harris, Shawn Rupp, Diego Mallo, Stefania E. Kapsetaki, Mallory Wilmot, Ryan Kennington, Kathleen Noble, Cristina Baciu, Lucia N. Ramirez, Ashley Peraza, Brian Martins, Sushil Sudhakar, Selin Aksoy, Gabriela Furukawa, Orsolya Vincze, Mathieu Giraudeau, Elizabeth G. Duke, Simon Spiro, Edmund Flach, Hannah Davidson, Christopher I. Li, Ashley Zehnder, Trevor A. Graham, Brigid V. Troan, Tara M. Harrison, Marc Tollis, Joshua D. Schiffman, C. Athena Aktipis, Lisa M. Abegglen, Carlo C. Maley, Amy M. Boddy. Cancer Prevalence across Vertebrates. Cancer Discovery, 2024; OF1 DOI: 10.1158/2159-8290.CD-24-0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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