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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한약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4년 12월 26일 06:39 분입력   총 55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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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성환 한의학박사, (사) 대한통합암학회 부회장, 대한암한의학회 부회장, 의료법인 명원의료재단 파인힐병원 한방원장, 통합의학 센터장

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약 90%는 간세포암이고, 약 10%는 담관세포암이며, 그 외 아주 일부가 기타 암입니다. 간세포암이 가장 흔하므로 흔히 '간암'이라고 하면 간세포암(HCC: Hepatocellular carcinoma)을 지칭합니다. 간암은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시아나 중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간암은 우리나라 남성의 암 사망 원인 중 3위를 차지하며, 특히 40~50대 남성의 암 사망 원인 중 1위를 차지합니다.

간세포암 재발률
간세포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의 세 번째로 흔한 원인이며, 일반적으로 공격적인 질환으로, 5년 생존율이 20% 미만이고 재발률이 최대 88%에 달합니다. 간세포암의 전반적인 생존율이 향상되었음에도 재발은 환자와 질병 상태를 정확하게 재평가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간세포암의 초기 치료 후 질병은 잠복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용된 1차 치료에 따라 환자는 (치료 목적의 간 절제 수술 후) 질병 재발 또는 (절제 수술 또는 화학색전술 후) 질병 진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후향적 다기관 연구에서 치료 목적의 간 절제술을 받은 756명의 환자 중 재발률이 45.5%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간세포암의 재발 원인
간세포암은 알코올과 만성 바이러스 감염(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아플라톡신 B1 노출 및 다양한 대사성 간 질환으로 인한 간경변(=간경화)과 일반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만성 염증은 염증 부위에서 대식세포와 호중구에서 자유 라디칼 생성이 증가하여 간세포암의 발생 기전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산화 스트레스 마커는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의 간에서 일반적으로 증가하며 간세포암의 위험 요인인 바이러스 감염 및 염증의 정도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간암 수술을 받은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 간에서 염증, 간 내 산화 스트레스, 산화적 DNA 손상 및 발암 진행 사이의 관계를 평가한 결과, 간 내 산화 스트레스가 더 큰 환자는 간세포암 재발이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간암 재발 방지법 : 간 내 염증 환경 개선
간의 염증 세포, 산화 스트레스 및 암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어서 ‘만성 염증’은 만성 간 질환이 암으로 진행되는 것과 간세포암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주요 치료 방법의 하나로 간주합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 요법은 부분적으로 간 내 염증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만성간염에서 간세포암으로의 진행을 방해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간 질환과 보완 대체의학
보완 및 대체 의학은 간 질환, 특히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및 알코올 유발 간 질환이 있는 환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밀크티슬의 주요 성분인 실리마린(Silymarin), 감초의 주요 성분인 글리시리진(glycyrrhizin), 필란서스 페어리(Phyllanthus amarus), 한약, herbal medicine 861, CH-100, 소시호탕(TJ-9), 인삼양영탕(TJ-108) 등은 전 세계적으로 간 질환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초 또는 한약들입니다.

국내에서도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조정효 교수팀이 만성 간 손상(만성간염) 환자에게 처방됐던 청간플러스가 간 섬유화(간경화)로의 진행을 억제하고,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국제학술지 Biomedicine & Phamacotherapy에 보고하는 등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에 좋다고 알려진 약초 등 허브 제제가 만성 간 질환 관리에 유익할 수 있다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임상 시험이 몇 건에 불과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간암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대표 한약 : 십전대보탕
십전대보탕은 10가지 다른 약초로 구성된 전통 한약 처방입니다. 일반적으로 허약한 사람들의 몸을 보강하거나, 국내 한의사뿐만 아니라 일본 의사들은 만성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의 여러 연구에서 십전대보탕이 동물 모델에서 간세포암, 뇌종양(악성 신경교종)을 억제하는 항종양 효과와 대장암의 간 전이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성분은 항산화 활성을 가지고 면역 조절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야마나시대학 외과팀은 십전대보탕이 간세포암 재발률을 낮추는지 임상 연구를 해보았습니다. 이는 간 내 염증이 심할수록 수술로 1차 간세포암을 제거한 후 무병 생존 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에서, 십전대보탕 투여가 간세포암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유익한 효과가 있는지 추적 관찰한 것입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야마나시 대학병원에서 간세포암 수술을 받고 CT 영상 검사상 암이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확인된 환자 48명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수술 후 최대 6년 동안 10명에게는 십전대보탕을 복용하도록 하고(n=10: 수술 후 1개월부터 최대 6년까지 매일 쯔무라 제약 십전대보탕 엑스제 7.5g 경구 투여), 38명은 복용하지 않는 대조군(n=38)으로 비교하였습니다. 수술 후 최대 6년 동안 재발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십전대보탕을 복용한 군에서는 10명 중 4명(40%)이 재발하였고, 평균 간 내 재발 없는 생존 기간(mRFS)은 49개월이었고, 대조군은 38명 중 26명(68.4%)이 재발하였고 평균 간 내 재발 없는 생존 기간은 24개월이었습니다. 즉 십전대보탕을 복용한 군에서 유의하게 간 내 재발 없는 생존 기간이 길게 관찰된 것입니다.


그림) 간세포 암(HCC)의 외과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십전대보탕을 투여하면 간 내 무재발 생존 기간이 향상된다.

십전대보탕의 간세포암 재발억제 기전 : 간 내 항염증 효과
연구팀은 십전대보탕의 간보호 작용 기전을 조사하기 위해 간암 유도 물질인 디에틸니트로사민(DEN)이 함유된 물을 일반 사료 또는 십전대보탕이 함유된 식단을 섭취한 쥐에게 22주 동안 투여해 보았습니다.


그림) 십전대보탕은 DEN 유도 간암 생쥐모델에서 간의 염증 세포의 침윤을 둔화시킨다.

실험연구 결과 십전대보탕의 보호기전은 간에서 (대식세포의 일종인) 쿠퍼세포에 의한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산화제 수치를 낮추어 간암 발생과정을 늦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의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원발성 종양 제거 후 간세포암 환자의 간 내 재발 없는 생존 기간 단축(shortened)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십전대보탕으로 산화 스트레스와 간 내 염증을 퇴치하는 것이 수술 후 환자 관리에 유익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십전대보탕을 투여하면 간세포암의 수술 후 간 내 재발 없는 생존 기간이 향상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제3의 간보호제 : 십전대보탕
C형 만성 간 질환(만성간염, 간경화) 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리바비린 요법으로도 약 40%의 경우 치료가 완결되지 않아 간보호제인 UDCA(한국 상품명: 우루사), SNMC(Stronger neominophagen C: 감초 성분 글리시리진 정제 간보호제)의 각각 단독 또는 병용요법에 의존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병용요법에서도 간 손상 수치인 ALT가 충분히 저하되지 않고 난치성이 되는 증례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경구제 형태의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 등 최신 치료법이 도입돼 부작용이 적고 치료 기간도 짧아졌습니다.)

이에 일본 가나가와 현립 암센터 소화기 내과팀은 C형 만성 간 질환(만성간염, 간경화)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리바비린 요법 중 간보호제인 우루사(UDCA), SNMC 병용에서 ALT 평균값이 80 미만으로 하강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십전대보탕을 6개월 이상 투여 가능했던 40례를 후향적으로 검토해 보았습니다.

투여 전 6개월과 비교했을 때 1년 이내에 6개월마다 ALT 평균치가 25% 이상 저하되고 지속된 것을 유효하다고 보았을 때, 40례 중 23례가 유효해 57.5%의 유효율을 보였습니다. 간보호제인 SNMC, UDCA 병용요법에도 80 이상으로 ALT 값이 하강하지 못한 경우에 십전대보탕을 더해 3제 병용으로 한 32 증례에서는 18례가 유효해 유효율은 56.3%를 나타냈습니다. 연구팀은 C형 만성 간 질환(만성간염, 간경화) 에서 기존의 간 보호 약으로 충분히 ALT 값이 하강하지 않는 난치 사례에 대해서 십전대보탕은 제3의 간보호제로서 매우 유용한 약재라고 생각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결론
국내 대학병원에서는 암 환자에게 간 손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한약을 쓰지 말라고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대학병원 암치료 전문의들은 과학적 검증 후 한약을 재발억제 목적이나 제3의 간보호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소시호탕 등의 한약을 소화기암 수술 후나 부작용 억제 목적으로 항암화학요법 중인 대부분의 증례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약 중에서도 암 재발을 억제하고 간을 보호하는 한약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1) 서울 아산병원 질환백과 :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2) Brar G, Greten TF, Graubard BI, et al. Hepatocellular carcinoma survival by etiology: a SEER-medicare database analysis. Hepatol Commun. 2020;4(10):1541–1551.
3) Tsilimigras DI, Bagante F, Moris D, et al. Recurrence patterns and outcomes after resection of hepatocellular carcinoma within and beyond the Barcelona clinic liver cancer criteria. Ann Surg Oncol. 2020;27(7):2321–2331.
4) Dimitrios Papaconstantinou, etc. Recurrent Hepatocellular Carcinoma: Patterns, Detection, Staging and Treatment. J Hepatocell Carcinoma. 2022 Sep 3;9:947–957.
5) Inoue H, Seitz HK. Viruses and alcohol in the pathogenesis of primary hepatic carcinoma. Eur J Cancer Prev. 2001;10:107–10.
6) Koike K, Miyoshi H. Oxidative stress and hepatitis C viral infection. Hepatol Res. 2006;34:65–73. doi: 10.1016/j.hepres.2005.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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