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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비웃는 신종마약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5년 01월 23일 08:56 분입력   총 22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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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경인 (생명공학 스타트업 머스큘로이드 대표)
마약이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오용하거나 남용하면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마약류를 말한다고 식약처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행한 2021년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에서 정의합니다. 마약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름이고, 실제로 마약은 마약류의 한 종류라고 했습니다. 마약류에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가 있고, 마약류는 법에 따라서 규제 및 관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약류를 오용 또는 남용하면 법에 따라서 처벌받게 됩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마약류의 범위에 들어가는 물질의 종류가 일일이 있고, 법으로 규정하는 근거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메스암페타민, 코카인, LSD, 아편, 대마 등 총 384종의 마약류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관세청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법적 규제는 이 물질들이 의존성, 중독성 등이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해집니다. 거기에는 종류, 특성, 작용, 주산지 등의 정보가 적혀있어서 누구나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물질이 있는가? 있다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물질은 마약이 아닌가? 이용을 해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가? 중독되지 않는 물질인가? 안전한 물질인가?

첫 번째 질문인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물질이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법이 모든 것을 통제하기는 힘들고, 또한, 법으로 규제하려면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특정 물질에 의존성, 중독성, 독성 또는 뭔가 위험성이 있어야 법적으로 규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물질은 마약이 아닐까요? 아닙니다.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마약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마약일 수 있다는 것이죠. 중독될 수도 있고, 안전성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위험입니다. 무슨 물질인지도 모르고 이용했다가 심각한 중독에 빠지거나, 뇌 손상, 장기 손상, 장애 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에 맹점이 있습니다. 법에 지정되지 않은 물질은 사용을 해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서 수많은 신종 마약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발견된 신종 마약의 수는 1,000종이 넘는다고 지난해 중앙일보 기사에 난 적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마약은 지금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법망을 피하고, 사람들의 욕구를 더 충족시켜 줄 신종 마약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서 우리나라에서 384종이 마약류로 분류되어서 규제하에 있다고 했는데, 1,000종이 넘는 신종 마약이 생겨났으면 신종 마약은 아직 규제 밖에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마약이 아닐까요? 중독되지 않을까요? 안전할까요? 아닙니다. 신종 마약 역시 중독되고, 안전하지 않은 마약입니다. 하지만 법망을 벗어나 있어서 이것을 사용했다고 해서 처벌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신종 마약은 이렇게 법망을 피하려고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마약류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마약류 분류 또한 식약처에서 하고 있습니다. 어떤 물질을 마약류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신종 마약이 발견되면 이 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됩니다. 세포실험, 조직실험, 동물실험에 의한 의존성, 독성, 작용, 기전 등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마약류로 분류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합니다. 그런데 연구로 결과를 내기까지 약 1년여가 걸립니다. 물질 하나에 1년이 걸리면 한 해에 100개씩 연구해도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결론이 납니다. 이러다가는 신종 마약이 전국을 뒤덮겠죠. 그래서 식약처에서는 신종 마약을 임시 마약류로 분류합니다. 임시 마약류란 마약류가 아닌 물질∙약물∙제제∙제품 등(물질 등) 중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가 우려되어 긴급히 마약류에 준하여 취급∙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질 등이라고 식약처에서 정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은 물질 중에서 국내외의 오남용 사례가 있고,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3년간 한시적으로 임시 마약류로 분류하여 사용을 못 하도록 규제하는 것입니다.

임시 마약류 분류를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명, 화학 명칭, 지정 사유, 효력 기간 등의 정보를 적시하여 역시 근거를 마련하여 분류합니다. 이렇게 분류된 임시 마약류는 3년 안에 연구하고, 그 결과 의존성, 독성 등의 위해성이 확인되면 마약류로 지정되어 지속해서 규제됩니다. 현재 98종의 물질이 임시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고, 기존의 임시 마약류 중 62종이 마약류로 지정된 것으로 관세청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제가 연구원으로 있을 때 저희 팀이 식약처 과제를 통하여 임시 마약류를 연구했고, 그중 50종 이상의 임시 마약류를 마약류로 지정할 수 있도록 결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저는 총괄 담당자로서 50여 종에 관한 연구 결과를 모두 정리하여 식약처에 보고하였고, 임시 마약류 50여 종 모두 국내 마약류로 지정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연구 결과가 WHO 약물 의존성 전문가 위원회 자료로 선정되었고, UN 마약위원회에서 우리가 지정한 신종 마약 물질들을 UN 마약류로 지정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마약에 대해서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신종 마약류 1,000여 종 모두를 과학적 연구로 마약류로 편입시키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규제의 속도보다 변종 마약류의 생성이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분자식 하나 바꿔서 물질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 않지만, 쉽게 탄생한 물질 하나를 분석하는 데에는 너무도 긴 시간과 큰 노력이 들어갑니다. 새로 만들어진 물질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알 수 없는데, 마약 질환자들은 길거리에서 마약을 사서 오늘도 자기 몸에 스스로 집어넣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어쩌다가 한 번씩 생각나서 가끔 해서 마약을 조절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마약을 넣고 있고, 또 누군가는 마약 탓에 죽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마약을 몸에 넣고 있습니다. 모두 중독자이기 때문입니다. 새로 나온 거라고, 좋다고, 세다고, 저렴하다고 한번 해보라는 판매자의 말에 혹해서 또 손이 갑니다. 마약을 한 번 했으면 어차피 중독자이기 때문입니다. 내 몸의 상태보다도 뇌에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을 채워야 하는 갈망이 나를 죽여가면서도 계속 마약을 찾게 만듭니다. 마약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법에 걸리지 않는 마약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주인님을 찾는 노예가 되는 것이죠. 마약은 마약류로 지정이 되어 있든 법으로 규제되지 않든 간에 다 같은 마약입니다. 이걸 해서 처벌을 받든 안 받든 나를 죽이는 다 같은 마약입니다. “이거 마약 아니야, 그냥 기분 좋아지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있다면 당장 그 자리를 벗어나세요. 기분 좋은 것은 어두운 그곳이 아니라 밖으로 나온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모르는 물질, 시작하기 전에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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