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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암 치료 현황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5년 09월 30일 12:30 분입력   총 19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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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목(파인힐 병원장)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초진 환자들의 얼굴을 보면, 할 수만 있다면 빨리 암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짧은 시간에 마음을 다잡기 어렵다. 너무 서러운 나머지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었거나, 근심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얼굴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거나 치료 중인 암 유병자가 25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20명당 1명꼴이다.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8.1%에 달했다. ‘암의 일상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암 환자의 상대 생존율은 계속 높아져, 최근 5년간은 72.9%에 달했다. 상대 생존율은 동일한 성별·연령의 일반인과 비교한 암 환자의 생존 확률이다. 이 기간 갑상선암의 상대 생존율은 100.1%였다. 동일한 성별·연령의 일반인에 비해 갑상선암 환자의 5년간 생존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암은 수술·치료 후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전국 단위 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2022년까지 암을 진단받은 사람 중 2023년 1월 1일 기준으로 생존이 확인된 ‘암 유병자’는 전체 인구 대비 5%인 258만8079명이었다. 이 가운데 61.3%인 158만7013명은 5년 이상 삶을 이어갔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고, 새로운 수술 기법의 개발 등으로 치료 수준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암 진단 활성화에 따라 2022년 신규 암 환자를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만2696명(8.8%) 늘었다. 2022년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고 이어 대장암, 폐암, 유방암 순이었다. 남성은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이 많았고, 여성은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순이었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폐암과 대장암, 위암이 많았고, 15~64세에서는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14세 이하는 백혈병과 뇌·중추신경계 관련 암이 많았다. 우리 국민이 기대수명(82.7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8.1%였다. 평생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암 환자의 생존율은 지난 30년 새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93~1995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42.9%였다. 이후 2018~2022년에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2.9%까지 올라갔다. 발병 초기 암 진단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18~2022년 신규 암 환자 가운데 50.9%는 암 진단 시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기 진단된 환자들의 생존율은 92.1%로, 암이 다른 장기까지 퍼진 후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27.1%)보다 크게 올라갔다.

암종별 상대 생존율은 갑상선암, 전립선암(96.4%), 유방암(94.3%)이 높았다. 간암(39.4%)과 폐암(40.6%)은 낮은 편이었다. 다만 간암과 폐암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표적 치료제 등 각종 신약의 개발로 3~4기 환자들의 생존율이 꾸준히 높아졌다.

국내 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힌다. 지난 9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5 세계 최고 전문병원’ 평가에서는 삼성서울병원(3위)·서울아산병원(5위)·서울대병원(8위) 등 세 곳이 암 치료 분야 ‘톱10′에 들었다. 발 빠른 신기술 도입과 의료진의 뛰어난 역량이 더해져 성과를 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6대 암 검진 사업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국가와 민간의 노력이 더해져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77명으로 주요 비교국 중 가장 낮았다. 한국의 암 치료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란 뜻이다. 최근 건강검진 등을 통한 암 진단 일상화에 따라 우리나라 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287명으로 미국(367명), 영국(307.8명)보다 다소 낮고, 일본(267.1명), 중국(201.6명)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한국·일본·중국·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주요 7국과 비교에서 한국은 주요 암의 치료 역량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위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26.8명으로 7국 중 일본(27.6명)에 이어 둘째였지만, 암 치료 수준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암 발생률 대비 사망률’은 7국 중 가장 낮았다. 대장암 역시 한국이 7국 중 일본에 이어 둘째로 많이 발생했지만, ‘암 발생률 대비 사망률’은 가장 낮아 치료 수준 1위를 기록했다. 유방암도 한국의 치료 수준이 1위였다.

의료계 인사들은 “지표상으로 우리나라의 암 치료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새 기술과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위암이나 간암, 자궁경부암 같은 박테리아, 바이러스에 의한 암은 줄고 유방암, 전립선암 등이 증가하고 있는데 선진국을 따라가는 패턴이며, 미국 등 선진국이 이런 암과 관련한 임상 시험이나 신약 개발 면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있다. 일본도 국가 주도하에 신약 개발을 잘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 치료 기술이나 항암제의 연구·개발(R&D) 지원이나 선진국과의 연구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암 치료를 하는 필수과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이 때문에 필수과 의사들이 여건이 그나마 나은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이직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지방 병원에 인력이 부족해 서울로의 원정 치료가 많아지고 있다. 의정 갈등은 봉합 단계이지만, 정당한 대우를 통해 필수과를 살려야 한다. 고질적인 필수과 기피에 의정 갈등 장기화가 겹쳐 암 치료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
뒤로월간암 202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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