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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암 발병, 변하는 세계의 흐름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2월 28일 20:00 분입력   총 20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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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암 환자 3천만 명 시대의 경고, 우리는 준비되었나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990년 이후 불과 30년 만에 신규 암 환자는 두 배로 뛰었고, 사망자 수 또한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희망의 단서’를 발견했다. 암 사망의 절반 가까이는 우리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글로벌 질병 부담 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의 충격적인 보고서를 바탕으로, 인류가 직면한 암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가 취해야 할 생존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30년 사이 두 배로 커진 암의 그림자
지난 30년간 암이라는 질병이 인류에게 드리운 그림자는 짙고 길어졌다. 연구팀이 전 세계 204개 국가와 지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신규 암 환자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해 2023년 기준 1,850만 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 역시 74%나 증가하여 1,040만 명을 기록했다(비흑색종 피부암 제외). 이는 단순한 숫자의 증가를 넘어, 암이 현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보건 문제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25년 뒤인 2050년에는 신규 암 환자가 지금보다 61% 더 늘어나 연간 3,050만 명이 진단을 받게 되리라 예측했다. 사망자 또한 75% 가까이 증가해, 한 해에만 1,860만 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왜 이렇게 암 환자가 급증하는 것일까? 연구진은 가장 큰 원인으로 ‘인구 증가’와 ‘고령화’를 꼽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어나고,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가 많아진 것이 암 환자 숫자가 늘어나는 주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암 사망의 40%, 예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어두운 통계 속에는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희망적인 메시지가 숨어있다. 바로 암 사망의 상당 부분이 ‘우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연구 결과, 2023년 전 세계 암 사망자의 42%(약 430만 명)는 흡연, 잘못된 식습관, 고혈당 등 44가지의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생활 습관을 바꾸고 사회적 환경을 개선했다면 이들의 죽음을 막거나 늦출 수 있었다는 뜻이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인은 단연 ‘담배’였다. 흡연은 전 세계 암 사망 원인의 21%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남성의 경우 암 사망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흡연, 음주, 대기 오염 등 예방 가능한 요인에서 비롯됐다. 여성 역시 36%가 흡연,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비만 등의 영향을 받았다.

IHME(보건계량분석연구소)의 테오 보스(Theo Vos) 박사는 “암 사망자 10명 중 4명이 흡연, 나쁜 식습관, 고혈당 등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과 관련이 있으며 국가가 이러한 요인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조기 진단 시스템을 갖춘다면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평등한 생존, 가난할수록 더 아프다
암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결과는 사는 곳에 따라 너무나 달랐다. 이번 연구는 암이 ‘불평등한 질병’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30년 동안 선진국(고소득 국가)에서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연령 표준화 암 사망률(인구 구조를 감안한 사망률)’이 24% 감소했다. 암에 걸려도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중저소득 국가의 상황은 정반대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암 발생률이 오히려 24% 이상 증가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 레바논의 경우 지난 30년간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국가로 꼽혔다.

연구를 주도한 리사 포스(Lisa Force) 박사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암 환자가 불균형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전 세계 보건 정책에서 암 관리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고, 이를 해결할 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네팔 보건연구위원회의 메그나트 디말(Meghnath Dhimal) 박사 역시 “저개발 국가에서 암의 증가는 곧 닥쳐올 재앙”이라며 “모든 발달 단계의 국가에서 적용 가능한 비용 효율적인 암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2050년의 경고, 지금 행동해야 한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50년까지 늘어날 암 환자의 절반 이상, 그리고 사망자의 3분의 2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엔(UN)이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즉 2030년까지 비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을 3분의 1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 거대한 파도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의 강력한 행동’을 주문한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금연 정책 강화, 비만 관리, 대기 오염 개선 등 암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을 국가 차원에서 제거해야 한다.
조기 진단의 평등화: 돈이 없어서, 병원이 멀어서 검사를 못 받는 사람이 없도록 의료 시스템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치료 접근성 확대: 최신 항암 치료의 혜택이 일부 부유한 국가나 계층에만 머물지 않도록 글로벌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시드니 대학교의 칭웨이 루오 박사는 논평을 통해 “미래의 암 통제는 오늘 우리가 얼마나 과감하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정부는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데 예산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떤 암이 우리를 위협하나
2023년 통계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유방암이었다. 남녀를 합쳐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암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암은 여전히 폐암(기관 및 기관지 포함)이었다. 이는 흡연이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발암 요인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다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가 주된 위험 요인으로 꼽혔으며, 이는 자궁경부암 등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통계가 보여주는 미래는 암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40%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암 사망의 절반 가까이는 예방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담배를 끊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는 이 기본 수칙들이, 다가오는 2050년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파제가 될 것이다.

암을 부르는 44가지의 위험 요인들
"이것만 피해도 암 사망의 40%를 막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암을 유발하는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을 4단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일상에서 내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점검해보자.

1. 행동 및 대사 요인 (가장 큰 원인)
흡연: 부동의 1위 발암 원인. 직접 흡연뿐만 아니라 간접 흡연, 씹는 담배도 포함된다.
음주: 알코올 섭취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의 원인이 된다.
비만 및 고혈당: 높은 체질량지수(BMI)와 공복 혈당 수치는 암세포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식습관: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 등)와 가공육 과다 섭취, 나트륨 과다 섭취는 위험하다. 반대로 과일, 채소, 통곡물, 우유, 칼슘, 섬유질 섭취 부족도 암 위험을 높인다.
신체 활동 부족: 운동 부족은 대사 질환과 비만으로 이어져 암 위험을 높인다.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 감염을 유발해 암의 원인이 된다.

2. 환경 및 직업적 요인
대기 오염: 미세먼지와 가정 내 고체 연료 사용으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
발암 물질 노출: 직업 환경에서 노출되는 석면, 비소, 벤젠, 니켈, 황산, 디젤 엔진 배기가스 등.
기타: 거주지의 라돈 가스 노출 등.
전문가의 조언: 모든 위험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지만, 담배를 끊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암의 공포로부터 상당히 멀어질 수 있습니다. 작은 변화가 당신의 30년 뒤 미래를 바꾼다.

[참조]
Global Burden of Disease 2023 Cancer Collaborators, "Global burden of cancer attributable to risk factors, 1990–2023", The Lancet. (본 기사는 최신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뒤로월간암 202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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