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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노화를 늦추는 새로운 방법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2월 28일 20:08 분입력   총 21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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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항노화 시장을 지배해 온 키워드는 레드 와인의 기적, ‘레스베라트롤’이었다. 하지만 과학은 이제 그 너머를 보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일본 연구진이 밝혀낸 ‘COX7RP’는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구조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양적 팽창’과 ‘질적 혁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불로장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프렌치 파라독스(French Paradox)를 넘어
기름진 식사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이 심장병에 덜 걸리는 이유로 지목되었던 적포도주 속의 성분,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이 물질은 장수 유전자라 불리는 ‘시르투인(Sirtuin)’을 깨워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항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해 왔다.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오래된 엔진을 무리하게 돌리면 오히려 매연(활성산소)만 더 나오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었다.

최근 일본 도쿄도 노인병연구소의 이노우에 사토시 박사팀이 발표한 COX7RP(사이토크롬 c 산화효소 서브유닛 7RP)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해답을 던진다. 레스베라트롤이 ‘발전소의 개수’를 늘리는 건축가라면, COX7RP는 발전소 내부의 터빈을 조립해 최고 효율을 뽑아내는 엔지니어였던 것이다.

올드 보이(Old Boy): 레스베라트롤과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먼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영웅, 레스베라트롤의 역할을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우리 몸속의 에너지 센서인 AMPK와 장수 유전자 SIRT1을 자극한다. 이 신호는 세포핵 내의 사령관인 PGC-1α(피지씨-원 알파)를 깨운다. PGC-1α는 "에너지가 부족하니 발전소를 더 지으라"는 명령을 내리고,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이를 ‘미토콘드리아 생합성(Biogenesis)’이라고 한다.

즉, 레스베라트롤의 핵심 전략은 ‘양(Quantity)의 공세’다. 노화로 인해 줄어드는 미토콘드리아의 숫자를 보존하고 늘려서 에너지 총량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 지은 발전소라도 내부의 전선 연결이 엉성하거나 부품이 따로 논다면, 효율은 떨어지고 유독 가스인 활성산소(ROS)가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뉴 페이스(New Face): COX7RP와 ‘초복합체’의 마법
여기서 이노우에 박사팀이 주목한 COX7RP가 등판한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의 숫자가 아니라, 그 내부의 ‘조직력’에 주목했다. 미토콘드리아 내부에는 전자를 전달해 에너지를 만드는 4개의 거대한 단백질 복합체(Complex I~IV)가 있다. 과거 교과서에서는 이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최신 전자현미경 기술로 들여다본 결과, 건강한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이들이 서로 단단히 결합해 ‘초복합체(Supercomplexes)’를 형성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COX7RP는 바로 이 초복합체를 조립하는 ‘앵커(Anchor, 고정 장치)’ 단백질이다. 개별 복합체 상태: 전자가 이동하는 거리가 멀어 에너지가 새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새어 나온 전자가 산소와 반응해 세포를 늙게 만드는 활성산소(ROS)가 된다. 초복합체 상태 (COX7RP 작용): 복합체들이 딱 붙어 있어 전자가 고속도로를 달리듯 빠르게 이동한다. 에너지 생산(ATP)은 늘어나고, 전자가 샐 틈이 없어 활성산소 발생은 줄어든다.

연구팀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쥐의 체내 COX7RP 수치를 높이자, 쥐의 수명은 6.6% 늘어났다. 이는 단순히 발전소를 많이 지은 게 아니라, 발전소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바꾼 결과였다.

시너지(Synergy): 두 개의 열쇠가 만날 때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흥미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다. 레스베라트롤과 COX7RP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이를 ‘미토콘드리아 품질 관리(Mitochondrial Quality Control)’의 완성으로 본다.

1단계 (레스베라트롤의 역할): PGC-1α를 자극해 미토콘드리아의 절대적인 숫자(Biogenesis)를 늘린다. 노화로 인한 엔진 부족 사태를 막는다.
2단계 (COX7RP의 역할): 늘어난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호흡 사슬 복합체들을 초복합체(Assembly) 형태로 단단히 묶는다.
결과: 에너지는 폭발적으로 생산되지만,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는 최소화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COX7RP가 강화된 쥐들은 백색 지방 조직 내의 NAD+ 수치가 높게 유지되었다. NAD+는 레스베라트롤이 활성화시키는 SIRT1 효소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 연료다. 즉, COX7RP가 미토콘드리아 효율을 높여 NAD+를 보존하면, 이 NAD+가 다시 시르투인과 PGC-1α를 더 강력하게 작동시키는 ‘선순환(Positive Feedback Loop)’이 가능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건강 수명’의 실체
이노우에 팀의 연구 데이터는 이 메커니즘이 단순한 수명 연장을 넘어 대사 질환을 막는 방패가 됨을 보여준다. 초복합체가 형성되면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속도가 빨라진다. 혈액 속에 당이 남아돌 틈이 없어 당뇨병 위험이 줄어든다. 그리고 늙은 세포가 내뿜는 독성 물질인 SASP가 현저히 줄었다. 이는 COX7RP에 의한 활성산소 감소가 세포 노화를 근본적으로 차단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효율 좋은 엔진은 연료를 남기지 않는다.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이 덜 쌓였다.

차세대 항노화 솔루션을 향하여
지금까지의 항노화 트렌드가 "무엇을 먹어서 미토콘드리아를 늘릴까(레스베라트롤, NMN 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트렌드는 "어떻게 미토콘드리아를 리모델링할 것인가"로 확장될 것이다. 이노우에 박사는 "미토콘드리아 호흡 초복합체의 조립을 돕는 약물이나 보충제가 개발된다면,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COX7RP를 직접적으로 높여주는 상용화된 약물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힌트를 가지고 있다.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소식(Calorie Restriction)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운동은 미토콘드리아의 숫자를 늘리고, 효율적인 대사 요구는 우리 몸이 스스로 초복합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

반세기를 이어온 레스베라트롤의 명성에 COX7RP라는 정밀한 엔지니어링이 더해졌다. 인류는 이제 신의 영역이라 불리던 ‘노화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두 번째 다이얼을 손에 넣었는지도 모른다.

편집실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위한 식탁 제안
두 가지 메커니즘을 일상에서 활용하기 위한 식품 및 습관 조합을 제안합니다.

폴리페놀 칵테일 (Biogenesis)
레스베라트롤: 포도 껍질, 땅콩, 오디, 라즈베리.
퀘르세틴: 양파 껍질, 사과. (레스베라트롤의 흡수율을 높이고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돕습니다)
보조인자 공급 (Efficiency):
코엔자임 Q10: 소고기, 고등어, 시금치. (초복합체 내에서 전자를 전달하는 핵심 운반체입니다)
비타민 B군: 특히 B3(나이아신)는 NAD+의 전구체로, 미토콘드리아 효율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생활 속 간헐적 단식: 공복 상태는 미토콘드리아가 낡은 부품을 스스로 수리(미토파지)하고 효율을 높이도록 강제합니다.

참조:
Kazuhiro Ikeda, Sachiko Shiba, Masataka Yokoyama, Masanori Fujimoto, Kuniko Horie, Tomoaki Tanaka, Satoshi Inoue. Mitochondrial Respiratory Supercomplex Assembly Factor COX7RP Contributes to Lifespan Extension in Mice. Aging Cell, 2025; DOI: 10.1111/acel.70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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