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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를 춤추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 ‘비타민 B5’의 오랜 미스터리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4월 30일 19:31 분입력   총 4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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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유지의 핵심인 '조효소 A(CoA)'가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는 비밀 규명
우리가 매일 먹는 밥과 반찬은 어떻게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바뀌는 것일까? 그 해답은 우리 몸속 수조 개의 세포마다 들어있는 아주 작은 화력발전소,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그리고 이 발전소가 힘차게 돌아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료의 원재료가 바로 우리가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흔히 섭취하는 ‘비타민 B5(판토텐산)’다.

우리 몸은 비타민 B5를 흡수하여 ‘조효소 A(CoA)’라는 아주 특별하고 필수적인 분자를 만들어낸다. 이 분자는 세포가 숨을 쉬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거의 모든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만능 열쇠와 같다. 만약 이 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필요한 곳에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우리 몸의 장기 시스템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끔찍한 질병에 노출되고 만다.

최근 미국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연구팀은 이토록 중요한 조효소 A가 어떻게 세포의 발전소 내부로 안전하게 배달되는지,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오랜 생물학적 미스터리를 풀어내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발표했다.

굳게 닫힌 발전소의 문, 그 안으로 어떻게 들어갔나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만능열쇠(조효소 A)’의 무려 95%가 세포의 화력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 안쪽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발전소를 돌리려면 당연히 그 안에서 열쇠가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엄청난 모순이 숨어있었다. 정작 이 만능열쇠를 조립해서 만들어내는 효소 공장은 미토콘드리아의 ‘바깥(세포질)’에 존재했던 것이다. 즉, 바깥에서 만들어진 이 중요한 분자가 어떻게 그 두꺼운 미토콘드리아의 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는지는 수십 년간 의학계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첨단 장비로 찾아낸 세포 속의 '비밀 수송대'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는, 조효소 A가 세포 안에서 혼자 외롭게 돌아다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만능 열쇠는 항상 다른 물질들과 찰싹 달라붙어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는 ‘결합체(Conjugate)’ 형태로 존재해서 추적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예일 대학교의 훙잉 셴(Hongying Shen) 교수팀은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질량 분석기’라는 최첨단 기술을 동원했다. 분자의 무게를 아주 정밀하게 달아서 그 정체를 밝혀내는 기술이다. 연구팀이 세포 전체를 샅샅이 뒤진 결과, 총 33가지 모양으로 변신한 조효소 A 결합체를 찾아냈고, 그중 23가지가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침내, 바깥에서 만들어진 이 분자들을 미토콘드리아 안쪽으로 실어 나르는 ‘특수 수송대(세포 수송 시스템)’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냈다. 연구팀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 수송대(문)를 없애버리자,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조효소 A 수치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 확인되었다. 열쇠가 들어가는 통로가 마침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영양소의 결핍이 불러오는 무서운 나비효과
비타민 B5에서 시작된 이 작은 분자의 이동 경로를 알아낸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 바로 질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전적인 문제나 대사 이상으로 인해 이 수송대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 발전소에 연료가 공급되지 않으니, 세포는 굶어 죽게 된다. 실제로 이 수송대를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뇌병증이나 근육병증(근육의 힘이 빠지고 발달이 지연되며 뇌전증이 동반되는 무서운 질환)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미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셴 교수는 “최근 의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나 루게릭병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 그리고 다양한 정신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기능 고장’을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세포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인데, 이곳의 발전소가 멈춰버리면 뇌 기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100년의 연구가 열어갈 새로운 치료의 길
흥미롭게도 예일 대학교는 비타민 연구에 있어 아주 깊고 위대한 역사를 자랑한다. 1910년대 중반, 예일대의 전설적인 학자인 라파예트 멘델(Lafayette Mendel) 교수가 인류 최초로 ‘비타민 A’와 ‘비타민 B 복합체’를 발견해 낸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셴 교수는 선배 학자들이 100여 년 전 발견한 영양소의 비밀을 현대 과학으로 완벽하게 풀어내며 그 위대한 유산을 훌륭하게 이어가고 있다. 셴 교수는 “우리가 세포의 대사 과정을 이토록 깊이 이해하게 됨으로써, 훗날 뇌 질환과 대사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할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가 무심코 챙겨 먹는 신선한 채소와 고기, 그리고 그 안의 비타민 B5가 우리 몸속 수조 개의 세포를 춤추게 하는 생명의 근원이었음을 이 연구는 증명하고 있다. 우리 몸의 기초적인 영양 대사 시스템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과학자들의 이 작고도 위대한 발견이, 장차 신경 퇴행성 질환과 난치성 대사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제를 개발하는 든든한 초석이 될 것임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Box] 쏙쏙 이해되는 영양 대사 용어 사전
비타민 B5 (판토텐산): 육류, 버섯, 간, 땅콩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수용성 비타민입니다. 피부와 머리카락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진짜 중요한 역할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조효소 A'의 재료가 된다는 점입니다.

조효소 A (CoA, Coenzyme A): 비타민 B5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우리 몸의 '만능 대사 열쇠'입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들 때 꼭 필요합니다.

질량 분석기 (Mass Spectrometry):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분자들의 질량(무게)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그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최첨단 화학 분석 장비입니다.

참조
Ran Liu, Zihan Zhang, Aye K. Kyaw, Kariona A. Grabińska, Hardik Shah, Hongying Shen. Cellular pan-chain acyl-CoA profiling reveals SLC25A42/SLC25A16 in mitochondrial CoA import and metabolism. Nature Metabolism, 2025; 7 (9): 1871 DOI: 10.1038/s42255-025-0135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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