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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이라는 위험한 함정 - 식물 유래 마약류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6년 04월 30일 19:36 분입력   총 47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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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경인(생명공학 스타트업 머스큘로이드 대표)

최근 해외 직구나 국제 우편, 혹은 해외여행을 통해 성분이 불분명한 허브 제품, 가루, 말린 식물 등이 국내로 유입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흔히 '100% 천연 식물 성분', '유기농 허브차', '전통적인 에너지 보충제'라는 문구로 경계의 벽을 허뭅니다. 일반적으로 천연이나 식물 유래라는 단어를 안전이나 무해함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의학적·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독소와 강력한 중독성 물질 중 상당수는 인공 합성이 아닌 자연 상태의 동식물과 균류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천연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드는 마약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자생지의 전통적 이용과 중독: 카트와 크라톰
천연 마약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마일 것입니다. 대마에 대해서는 많이 다뤘기 때문에 이번 호에서는 식물 유래 마약류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카트(Khat)와 크라톰(Kratom)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과 아라비아반도에서 자생하는 카트(Khat)라는 나무는 현지에서 수천 년 동안 사교적인 목적으로 그 잎을 씹어왔던 식물입니다. 하지만 카트 안에는 캐치논이라는 강력한 천연 흥분제가 들어 있습니다. 이는 화학적으로 암페타민(필로폰 성분)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집니다. 자생지에서는 일을 하다 말고 카트를 씹는 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로 문화적 관습으로 여겨지지만, 장기 복용 시 심각한 치아 손상, 구강암,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망상과 공격성을 동반한 정신질환을 유발합니다. 전통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신경계 파괴물질입니다.

동남아시아가 자생지인 크라톰(Kratom) 역시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천연 진통제로 잘못 알려지며 확산되었습니다. 크라톰의 주성분인 미트라지닌(mitragynine)은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합니다. 소량 섭취 시 각성 효과가 있으나, 양이 늘어나면 아편계 마약과 유사한 진정 및 환각 효과를 냅니다. 특히 금단 증상이 매우 고통스럽고 의존성이 강해,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마약류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위험 물질입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크라톰을 합법화하여 판매하고 있고, 가루형태로 차를 만들어서 마시고, 에너지 드링크로 둔갑하여 버젓이 판매됩니다. 태국 여행 시 크라톰은 대마와 함께 음식 등으로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2. 환각에 빠뜨리는 균류: 마약 버섯(Psilocybin Mushroom)
식물뿐만 아니라 균류인 마약 버섯 역시 천연물이라는 미명 아래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이 버섯들에 포함된 실로시빈(Psilocybin) 성분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를 교란하여 강한 환각을 일으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영적 체험이나 정서적 도구로 미화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시각과 청각의 왜곡, 극심한 공포감(bad trip), 자제력 상실 등을 초래합니다. 특히 버섯은 자연 상태에서 성분의 함량이 일정하지 않아 투약자가 치사량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며, 이는 곧장 치명적인 사고나 급성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자란 버섯이라고 해서 독버섯이 안전하지 않듯, 마약 버섯 역시 뇌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일 뿐입니다.

3. 천연물은 안전의 보증수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은 식물이 이러한 성분을 만들어내는 목적이 인류에게 유익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식물은 해충이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화학적 방어 기제로서 독소를 내뿜습니다. 즉, 인간이 섭취하는 식물 마약 성분은 식물의 입장에선 외부 침입자를 마비시키거나 죽이기 위한 살충 성분인 셈입니다. 천연 식물에는 주성분 외에도 수많은 미지의 성분이 혼합되어 있어 간 독성, 신부전, 호흡 곤란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많습니다. 자연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제되지 않은 독극물을 섭취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4. 국내 반입의 법적 위험성과 사회적 경각심
대한민국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중독성과 환각성이 확인된 식물 및 그 추출물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는 현지에서 합법이니 해봐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먹은 음식에 마약성 식물이 함유되어 있었다면 섭취한 시간과 장소와 상관없이 법률위반이 되어 국내 입국 시 내외국인 모두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섭취뿐만 아니라 카트, 크라톰, 마약 버섯 등의 국내 반입 시 그 형태가 잎이든, 가루든, 차 형태든 관계없이 밀수입으로 간주됩니다. 관세청은 첨단 장비를 동원해 반입되는 모든 식물류의 성분을 정밀 분석하고 있으며, 설령 모르고 구매했더라도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안일한 생각과 행동에 졸지에 마약사범이 될 수 있습니다.

천연물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안일한 인식은 개인의 건강과 생명은 물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자생지의 문화적 배경이 오남용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자연 속에 존재하는 독성은 인공 합성 물질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치명적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해외 식물 제품이나 성분이 검증되지 않은 천연 허브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천연물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중독의 칼날을 직시하고, 호기심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두 번의 기회도 돌이킬 기회도 없습니다. 마약은 단 한 번에 인생의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뒤로월간암 202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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