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해외암정보면역망 피하는 공격성 암, 약점 찌를 ‘생체 지표’ 추적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5월 29일 16:17 분입력 총 9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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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면역 회피 차단할 BRIDGE 프로젝트 본격 가동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230만 명의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명실상부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유방암 치료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진과 환자를 절망에 빠뜨리는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진행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기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공격성 유방암’이다. 이러한 공격성 암이 무서운 이유는 그 행동 패턴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암세포가 얼마나 빨리 자랄지, 어떤 약에 반응할지 미리 알 수 없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 치명적인 암의 예측 불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해 포르투갈의 최고 연구 기관들이 뭉쳤다. 리스본 노바 대학교의 ITQB NOVA 연구소와 포르투갈 국립 종양학 연구소(IPOFG)가 공동으로 출범한 ‘브릿지(BRIDGE)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공격성 유방암 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어떻게 속이고 피하는지 그 은밀한 대화(신호)를 엿듣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암세포가 스스로 구축한 견고한 요새, ‘종양 미세환경’
암은 우리 몸속에서 외롭게 홀로 자라지 않는다. 연구팀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암세포가 주변의 정상 세포들과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특수한 생태계, 즉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다. 공격성 유방암 세포는 단순히 분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산소를 공급할 혈관을 끌어들이고, 자신을 공격하러 온 면역 세포들을 세뇌시켜 오히려 자신을 돕는 호위무사로 만들어버린다. 이렇게 암세포와 혈관, 그리고 세뇌당한 면역 세포들이 뒤엉켜 만든 견고한 요새 안에서 암은 아무런 제재 없이 폭발적으로 몸집을 키워나간다. 브릿지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바로 이 요새 안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상호작용을 해부하는 것이다.
면역 세포의 눈을 가리는 ‘투명 망토’의 비밀
그렇다면 암세포는 도대체 어떻게 우리 몸의 깐깐한 면역 감시망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일까? ITQB NOVA의 세포 모델 연구실을 이끄는 카타리나 브리투(Catarina Brito) 박사는 그 해답이 암세포 표면에 돋아있는 ‘아주 작은 분자 단위의 신호’에 있다고 설명한다. 암세포는 자신의 표면에 특수한 분자들을 달아두는데, 이것이 일종의 ‘투명 망토’나 ‘위조 신분증’ 역할을 한다.
면역 세포가 다가와서 검문할 때 암세포가 이 분자 신호를 보내면, 면역 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해야 할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얌전히 물러나게 된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면역 체계와 소통(대화)하며 자신을 방어하는 이 기만적인 메커니즘을 찾아내어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하고 있다.
암세포가 남긴 발자국, ‘바이오마커’를 찾아라
실험실에서 암세포의 투명 망토를 찾아냈다고 해서 바로 치료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람의 몸속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는지 증명해야 한다. 이 역할을 위해 국립 종양학 연구소(IPOFG)가 나섰다. 이들은 실제 유방암 환자들의 혈액과 조직 샘플을 제공하여, 실험실에서 발견한 결과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일치하는지 철저하게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환자의 몸속에 암세포가 남기고 간 특정한 생물학적 흔적, 즉 ‘바이오마커(Biomarker, 생체 지표)’를 집중적으로 발굴한다. 피 검사나 조직 검사로 이 바이오마커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주치의는 현재 환자의 암세포가 얼마나 공격적인지, 혹은 특정 표적 항암제에 잘 반응할지를 매우 정확하게 예측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천편일률적 치료를 넘어 ‘맞춤형 치료’ 시대로
브릿지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똑같은 항암제와 똑같은 방사선 치료를 적용하는 과거의 '일률적(One-size-fits-all)' 치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환자마다 유전자 특성이 다르고 암세포가 입고 있는 투명 망토의 재질이 다르듯, 발견된 바이오마커를 바탕으로 오직 그 환자에게만 가장 잘 듣는 최적의 무기를 쥐여주는 ‘개인 맞춤형 치료(Personalized Care)’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브리투 박사 역시 “새로운 생체 지표(바이오마커)를 발굴함으로써, 훨씬 정밀하고 효과적인 유방암 치료법을 설계하는 데 이바지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실험실의 성과를 환자의 병상으로
연구를 임상 현장으로 빠르게 옮기기 위해 자본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브릿지 프로젝트는 기초 과학을 실제 의료 기술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는 'iNOVA4Health Lighthouse Projects (LHP) 2025'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2년간 최대 7만 5천 유로(약 1억 1천만 원)의 집중적인 자금을 지원받게 된다.
기초 과학자, 임상 의사, 기술 전문가가 한 팀이 되어 공격성 유방암의 가장 깊은 비밀을 파헤치는 이 의미 있는 연대. 암세포가 쳐놓은 방어막을 허물고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최적의 치료 경로를 찾아내려는 이들의 끈질긴 추적이, 머지않은 미래에 수많은 난치성 유방암 환우들의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열쇠가 되어줄 것임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Box] 쏙쏙 이해되는 최신 종양학 사전
종양 미세환경 (Tumor Microenvironment): 암 덩어리를 구성하는 것은 암세포뿐만이 아닙니다. 암세포 주변에 몰려든 혈관, 면역 세포, 섬유아세포 등이 암의 성장을 돕고 항암제를 막아내는 일종의 끈끈한 '마을'을 형성하는데, 이를 종양 미세환경이라 부릅니다.
바이오마커 (생체 지표): 혈액이나 소변, 조직 속에 들어있는 특정 단백질이나 DNA 등을 말합니다. 이 수치를 측정하면 몸속에 암이 있는지, 암이 얼마나 빨리 자라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몸속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합니다.
맞춤형 치료 (Personalized Care): 남들이 다 쓰는 항암제가 아니라, 환자의 바이오마커와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직 그 환자의 암세포 약점만 찌르는' 가장 효과적인 약을 선택하여 부작용을 줄이고 완치율을 높이는 현대 의학의 치료법입니다.
[참고 자료]
"Biomarker Research Integrating Data of Glyco-Immune Signatures and Clinical Evidence in Breast Cancer (BRIDGE)", ITQB NOVA / IPOFG Press Release. (본 기사는 포르투갈 소재 노바 대학교 산하 연구소 및 국립 종양학 연구소의 최신 프로젝트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뒤로월간암 2026년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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