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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희귀 혈전 미스터리, 발생 원인 마침내 규명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5월 29일 16:22 분입력   총 81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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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노바이러스의 ‘분자 모방’ 현상 확인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항암 치료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던 암 환우들에게 백신 접종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선택이었다. 하지만 백신, 특히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방식을 사용한 백신을 맞은 후 극소수의 사람에게서 치명적인 희귀 혈전증이 발생한다는 뉴스는 환우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백신을 맞았는데, 왜 하필 특정 사람들에게만 피가 굳는 무서운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일까?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Flinders University)와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 등 세계 최고의 면역학자들이 뭉쳤다. 그리고 최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그 오랜 추적의 마침표를 찍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원인은 바로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일으킨 치명적인 ‘안면 인식 오류(분자 모방)’ 때문이었다.

아군을 적군으로 착각한 면역 세포의 치명적 실수
문제가 된 희귀 혈전증의 정식 명칭은 ‘백신 유도 면역 혈전성 혈소판 감소증(VITT)’이다. 연구진은 이 병이 발생하는 환자들의 혈액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방어군(면역 항체)이 엉뚱하게도 우리 몸속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혈소판 제4인자(PF4)’라는 인간의 혈액 단백질을 적으로 간주하고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면역 체계가 착각을 일으켜 아군(PF4)을 공격하자, 혈소판들이 비정상적으로 파괴되고 엉겨 붙으면서 혈관을 막아버리는 혈전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똑똑한 면역 세포가 멀쩡한 아군 단백질을 백신(바이러스)으로 착각한 것일까?

범인과 똑같은 옷을 입은 시민, ‘분자 모방’의 비극
플린더스 대학교의 징징 왕(Jing Jing Wang) 박사 연구팀은 질량 분석기라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이 미스터리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그 해답은 바로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이라는 생물학적 현상에 있었다. 백신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아데노바이러스의 껍질에는 ‘pVII’라는 특정한 단백질이 묻어 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이 바이러스 단백질의 생김새가 인간의 핏속을 돌아다니는 PF4 단백질의 구조와 마치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

마치 수배 중인 범인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억울한 시민을 경찰이 오인 체포한 것과 같다. 아주 극소수의 특정한 유전적 소인(IGLV3.21 02 유전자)을 가진 사람들의 면역 체계는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고, 백신 성분과 똑같이 생긴 인간의 PF4 단백질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버리는 비극을 낳았다.

백신만의 문제가 아닌, ‘아데노바이러스’ 자체의 특성
연구팀은 또 다른 놀라운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이 치명적인 착각은 백신의 인공적인 화학 성분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백신을 맞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일반적인 감기(아데노바이러스 감염)에 심하게 걸린 일부 환자들에게서도 백신 부작용과 완벽하게 똑같은 혈전증(PF4 공격 현상)이 발생했다. 즉, 특정 제약사의 제조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감기 바이러스로 흔히 앓아왔던 ‘아데노바이러스’ 껍질 특유의 생김새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부작용의 싹을 완전히 자른 미래의 ‘안전 백신’
적의 정확한 얼굴과 오해의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은 명확해졌다. 왕 박사는 “이번 발견은 백신 개발자들에게 아주 명확한 돌파구를 제시한다.”라며, “향후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 때, 면역 세포를 헷갈리게 했던 그 특정 단백질(pVII) 부분만 살짝 변형하거나 제거하면 이 희귀한 혈전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아데노바이러스 플랫폼은 백신 개발의 아주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번 발견 덕분에 앞으로 나올 새로운 감염병 백신이나 심지어 암을 치료하는 바이러스 항암제들은, 인체에 치명적인 오작동을 일으킬 위험 요소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미리 쏙 빼고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다.

환우들의 짐을 덜어주는 과학의 쾌거
항암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혹은 암을 이겨낸 후에도 떨어지지 않는 찜찜함 때문에 백신 부작용 뉴스를 보며 불안해하셨을 수많은 환우에게 이 소식은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수년에 걸친 전 세계 과학자들의 치열한 집념이 뭉쳐 백신 부작용의 가장 미세한 분자 단위의 원인까지 완벽하게 규명해 냈다. 우리의 몸을 지키기 위한 의학 기술이 시행착오를 넘어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고 한층 더 완벽해지고 있다는 이 든든한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어떤 낯선 질병 앞에서도 우리가 더욱 안전하고 강력한 무기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음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 메모] 쏙쏙 이해되는 면역학 용어 사전
아데노바이러스 (Adenovirus): 주로 호흡기 질환(감기)을 일으키는 아주 흔한 바이러스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의 독성을 없앤 뒤, 그 껍질 속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정보를 담아 우리 몸에 전달하는 택배 상자(벡터 백신)로 활용했습니다.

혈소판 제4인자 (PF4): 우리 몸의 혈액 속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입니다. 상처가 났을 때 피를 멎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분자 모방 (Molecular Mimicry):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의 특정 단백질 조각이, 우리 몸의 정상 세포 단백질과 너무 똑같이 생겨서 면역 체계가 아군과 적군을 혼동하여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되는(자가면역 질환) 현상입니다.

참조:
Jing Jing Wang, Linda Schönborn, Theodore E. Warkentin, Luisa Müller, Thomas Thiele, Lena Ulm, Uwe Völker, Sabine Ameling, Sören Franzenburg, Lars Kaderali, Ana Tzvetkova, Alex Colella, Tim Chataway, Chee Wee Tan, Bridie Armour, Alexander Troelnikov, Lucy Rutten, James McCluskey, Roland Zahn, Tom P. Gordon, Andreas Greinacher. Adenoviral Inciting Antigen and Somatic Hypermutation in VITT.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26; 394 (7): 669 DOI: 10.1056/NEJMoa251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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