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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버티는 암세포, 끈질긴 생존 돕는 ‘DNA 수리공’ 발견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6년 06월 30일 12:33 분입력   총 102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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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C 단백질의 암세포 복구 메커니즘 규명
독한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의 끔찍한 부작용을 묵묵히 견뎌냈음에도 불구하고, 암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내성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환우와 가족들은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도대체 어떤 암세포들은 무슨 통뼈를 가졌기에 그토록 무자비한 항암제의 폭격 속에서도 끝끝내 살아남아 다시 몸집을 불리는 것일까?

최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진스 앤 디벨롭먼트(Genes & Development)>에 발표한 연구가 그 교활한 생존의 비밀을 마침내 낱낱이 파헤쳤다. 암세포가 무너지지 않도록 뒤에서 몰래 무너진 기둥을 고치고 있던 ‘MYC’라는 이름의 특급 수리공 단백질을 현장에서 적발해 낸 것이다.

항암제의 융단 폭격을 무력화시키는 ‘긴급 복구반’
이 수리공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항암제가 암세포를 죽이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의 기본 원리는 단순하고 과격하다. 암세포의 핵심 설계도인 ‘DNA’를 무참히 끊어버리고 망가뜨려서, 암세포가 스스로 회복하지 못하고 죽게 만드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적의 심장부에 폭탄을 쏟아붓는 융단 폭격이다.

그런데 폭격을 맞고 다 죽어가던 암세포가 기적(?)처럼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OHSU 연구팀은 그 과정을 들여다보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암세포의 DNA가 망가지자마자, 변형된 형태의 ‘MYC 단백질’이 부서진 DNA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 복구에 필요한 다른 단백질들을 긁어모아 긴급 수리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장을 이끌던 엔진, ‘수리공’으로 돌변하다
사실 MYC 단백질은 종양학자들에게 아주 유명한 악당이다. 평소에는 암세포의 유전자 스위치를 켜서 종양이 쑥쑥 자라게 만드는 ‘성장 엔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MYC가 단순히 암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항암제 공격을 받았을 때는 ‘수리공’으로 변신해 암세포의 생존까지 돕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로잘리 시어스(Rosalie Sears) 교수는 “MYC는 단지 암세포를 자라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를 죽이려고 만든 치료제로부터 암세포를 끈질기게 살아남게 만드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악의 난적, 췌장암이 유독 독했던 이유
이 얄미운 수리공의 활약은 현대 의학이 가장 고전하고 있는 최악의 암, ‘췌장암’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연구팀이 실제 환자의 췌장암 세포를 분석한 결과, 췌장암처럼 맹렬하고 공격적인 암일수록 이 MYC 단백질의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췌장암 세포는 산소도 부족하고 영양분도 척박한 아주 열악한 환경(스트레스)에서 자라는데, 항암제까지 투여되면 그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MYC 수리공이 쉴 새 없이 DNA를 고쳐주는 덕분에 췌장암 세포는 그 지옥 같은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치료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췌장암 치료가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명확히 밝혀진 셈이다.

‘절대 공략 불가’의 철옹성을 무너뜨릴 새로운 표적
적의 약점을 알았으니 이제 반격할 차례다. 사실 과거 과학자들은 MYC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을 만들려고 수없이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MYC는 둥글고 매끄러운 구조라 약물이 달라붙기 어렵고, 정상 세포에도 필수적인 단백질이라 함부로 공격할 수 없어 이른바 ‘약물 치료 불가(Undruggable)’ 영역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가 달라졌다. MYC의 모든 기능을 끄는 것이 아니라, 오직 ‘DNA를 수리하러 달려가는 그 특정한 행동’만 콕 집어서 방해하면 정상 세포는 보호하면서 암세포의 수리 작업만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OHSU 연구팀은 이미 ‘OMO-103’이라는 세계 최초의 MYC 억제제를 개발해 진행성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항암제 폭격을 맞은 암세포가 MYC라는 긴급 수리공을 부르지 못하게 차단하여 완벽하게 궤멸시키는 전략이다.

암세포의 꼼수를 파헤치는 집요한 과학의 힘
항암 치료가 듣지 않는다는 것은 암세포가 강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암세포의 교활한 속임수를 전부 다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암세포의 끈질긴 생존 메커니즘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들이 믿고 있던 최후의 수리공마저 꼼짝 못 하게 묶어버리는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 이 위대한 발견이 머지않아 난치성 암 환우들의 고단한 항암 치료에 내성과 실패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진정한 완치라는 값진 결과를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최신 항암 치료 사전
1. MYC 단백질: 대부분의 인간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암세포를 무한정 분열시키고 자라게 만드는 대표적인 '발암 단백질'입니다.
2. DNA 손상과 복구: 항암제나 방사선은 암세포의 유전자(DNA)를 부수어 죽게 만듭니다. 하지만 암세포 역시 살아남기 위해 부서진 DNA를 스스로 이어 붙이는 '복구 시스템'을 가동하는데, 이 복구 능력이 뛰어날수록 항암제 내성이 강해집니다.
3. 임상시험 (Window of opportunity trial): 수술이나 본격적인 치료를 하기 전,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신약을 투여하여 종양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파악하는 최신 임상시험 방식입니다.

참조:
Gabriel M. Cohn, Colin J. Daniel, Jennifer R. Eng, Alannah S. MacDonald, Jonathan St-Germain, Nadja M. Pieper, Toshita Kannan, Xiao-Xin Sun, Carl Pelz, Ariffin Ali, Koei Chin, Alexander Smith, Charles D. Lopez, Jonathan R. Brody, Brian Raught, Linda Z. Penn, Martin Eilers, Mu-shui Dai, Rosalie C. Sears. MYC serine 62 phosphorylation promotes its association with DNA double-strand breaks to facilitate repair and cell survival under genotoxic stress. Genes, 2026; DOI: 10.1101/gad.35283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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