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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의 맛, 멈춤의 행복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6월 30일 14:09 분입력   총 5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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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순근(힐링체험마을 다혜원 촌장)

현대인은 왜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는가! 현대인은 고요를 잃어버린 시대를 산다. 아니, 어쩌면 고요를 잃은 것이 아니라 고요를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사람들은 침묵 속에 홀로 머무는 일을 불편해한다. 손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약속 없는 하루를 공허해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무라 부른다. 쉼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멈춤 앞에서는 안절부절못한다. 바쁜 삶에 지친다고 말하지만, 막상 고요가 찾아오면 그 고요를 견디지 못한다.

불교는 모든 번뇌와 소란이 사라진 궁극의 평안을 ‘적멸(寂滅)’이라 불렀다. 적막할 적, 사라질 멸. 세상의 소음이 잠잠해지고 내면의 파문마저 멎은 상태, 곧 존재가 가장 깊은 평화를 만나는 자리다. 그러나 오늘의 문명은 우리에게 그 정반대를 요구한다. 더 빨리 움직이라 하고, 더 많이 성취하라 하며, 잠시도 멈추지 말라고 등을 떠민다. 멈추는 자는 뒤처지고, 쉬는 자는 나태하며, 침묵하는 자는 무능한 사람처럼 취급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존재’보다 ‘속도’를 숭배하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그러나 자연은 쉼 없는 생명을 허락하지 않는다.

밤은 낮의 피로를 덮어주기 위해 존재하고,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대지의 침묵이다. 강물조차 굽이치며 흐르고, 숨조차 들이마신 뒤에는 반드시 멈춤이 있다. 멈춤 없는 호흡이 생명을 위협하듯, 쉼 없는 삶 역시 인간을 병들게 한다. 자연의학의 시선으로 보아도 치유는 움직임보다 정지 속에서 일어난다. 몸은 휴식 중에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면역을 재정비하며,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한다. 그러나 현대인의 몸은 끊임없는 정보와 자극, 경쟁과 긴장 속에서 늘 전투 태세를 유지한다. 그 결과 피로는 일상이 되고, 불면은 습관이 되며, 우울과 무기력은 시대의 정서가 되었다. 몸은 병들기 전에 먼저 속삭인다. “이제는 멈추라”라고. 어쩌면 사람들이 고요를 견디지 못하는 까닭은, 침묵 속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소음은 우리를 분산시키지만, 고요는 우리를 우리에게 데려다 놓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바쁨 속으로 도망친다. 분주함은 성실의 가면을 쓴 도피일 때가 많다. 사람들은 일정표를 빼곡히 채우며 살아가지만, 실은 그 틈새마다 자신과 마주하지 않기 위한 두려움이 숨어있다.

진정한 건강은 강한 체력보다 깊은 평안에서 시작된다. 잘 사는 사람은 많이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멈추어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다. 삶의 성숙은 얼마나 빨리 달렸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요히 머물 수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잠시 멈추어 보자. 말을 줄이고, 화면을 끄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숨의 깊이를 느껴 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이 어쩌면 우리가 오래 잃고 살았던 가장 깊은 치유의 시간일지 모른다. 적멸은 먼 산중의 수행자만이 누리는 경지가 아니다. 분주한 일상에서도 잠시 멈추어 자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 그가 정말 적멸의 맛을 아는 사람이다.
뒤로월간암 202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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