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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항암제, 암 덩어리에만 ‘직접’ 쏜다. 정밀 약물 전달 기술 첫 임상 돌입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6년 06월 30일 14:42 분입력   총 96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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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종양 내부로 항암제 투여하는 ‘IOP 플랫폼’ 임상 1상 시작
췌장암은 현대 의학이 직면한 가장 까다롭고 가혹한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5년 생존율이 여전히 두 자릿수 초반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췌장이 우리 몸 아주 깊숙한 곳에 숨어있을 뿐만 아니라 췌장암 특유의 ‘견고한 방어벽’ 때문이다.

췌장암 종양은 아주 두껍고 질긴 섬유질 장벽(기질)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혈관을 통해 독한 항암제를 아무리 쏟아부어도, 정작 이 요새를 뚫고 암세포의 심장부까지 도달하는 약물의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약물이 온몸을 돌며 정상 세포만 파괴해 환자에게 극심한 부작용(전신 독성)만 남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최근, 이 철옹성 같은 췌장암의 방어벽을 무력화시킬 혁신적인 치료 기술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임상시험(1상)에 돌입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임상 단계 바이오 기업 ‘컨티뉴이티 바이오사이언스(Continuity Biosciences)’가 발표한 ‘이온영동 항암 플랫폼(IOP)’이 그 주인공이다.

전신 폭격 대신, 적진의 한가운데로 직행하는 ‘스나이퍼’
이 새로운 기술의 핵심은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이다. 기존처럼 항암제를 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흘려보내는 ‘융단 폭격’ 방식을 버리고, 암 덩어리 자체에만 약물을 직접 꽂아 넣는 ‘국소적 정밀 타격’ 방식을 택한 것이다.

컨티뉴이티 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고유의 IOP 플랫폼은 췌장암 치료에 널리 쓰이는 표준 항암제인 ‘젬시타빈(Gemcitabine)’을 종양 내부로 직접, 그리고 지속적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약물이 두꺼운 방어벽 밖에서 맴돌다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종양의 한가운데로 침투해 안에서부터 암세포를 타격하는 원리다.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의 고통은 덜어내다
이 정밀 타격 방식이 성공한다면 췌장암 환우들의 치료 환경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첫째, 암 덩어리 내부에 머무는 항암제의 농도가 기존 방식보다 압도적으로 높아져 암세포를 훨씬 더 강력하게 파괴할 수 있다. 둘째, 약물이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도는 양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머리가 빠지거나 구토를 하고 백혈구 수치가 뚝 떨어지는 이른바 ‘전신 독성(부작용)’의 고통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번 임상시험을 이끄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WVU) 암 연구소의 브라이언 분(Brian Boone) 박사는 “췌장암 환자들은 지독한 부작용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끝까지 마치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약물을 종양에 직접 표적화함으로써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성과는 높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는 잃을 것 없는 난치암 치료에 던지는 출사표
현재 이 임상시험(NCT07481383)은 미국의 주요 대학 병원들(웨스트버지니아 대학병원, 미시간 대학병원 등)에서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등록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번 첫 인체 임상을 통해 종양 내 직접 투여 방식이 환자에게 얼마나 안전한지, 그리고 실제로 약물이 췌장암 내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머무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미시간 대학병원의 벤자민 퍼거슨(Benjamin Ferguson) 박사는 “췌장암 치료의 가장 핵심적인 난제는 ‘몸을 망가뜨리지 않고 어떻게 암세포에만 충분한 약을 집어넣을 것인가’였다”며, “이번 연구가 치료 옵션이 부족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전략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췌장암을 넘어 다양한 고형암으로의 확장
컨티뉴이티 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는 췌장암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입과 목 주변에 생기는 구강 두경부암에 카보플라틴(백금계 항암제)을 직접 투여하는 등, 약물 침투가 어려운 다양한 고형암(단단한 덩어리를 이루는 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나아가 이 플랫폼은 기존의 화학 항암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표적 치료제나 면역 항암제와 결합하여, 종양 내부의 환경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강력한 ‘병용 요법’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단단한 절망의 벽을 허무는 정밀 의학의 힘
아무리 좋은 무기(신약)가 개발되어도 적에게 닿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췌장암이 그토록 오랫동안 악명을 떨칠 수 있었던 것도 그 두꺼운 방어벽 덕분이었다. 하지만 무식하게 성벽을 두드리는 대신, 적의 심장부로 직접 무기를 배달하는 이 혁신적인 약물 전달 기술의 등장은 현대 의학이 암의 물리적인 한계마저 극복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한 부작용에 시달리며 무너져가던 췌장암 환우들이, 머지않아 내 몸을 지키면서도 암세포만을 강력하게 궤멸시키는 스마트한 치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임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항암 치료 사전
이온영동 항암 플랫폼 (IOP, Iontophoretic Oncology Platform): 미세한 전류나 특수한 물리적 원리를 이용하여, 약물이 피부나 조직을 뚫고 표적(종양) 내부로 깊숙이 스며들도록 돕는 혁신적인 정밀 약물 전달 기술입니다.

젬시타빈 (Gemcitabine): 췌장암을 비롯해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유방암 등의 치료에 폭넓게 쓰이는 대표적인 화학 항암제입니다. 세포의 DNA 합성을 방해하여 암세포를 죽입니다.

전신 독성 (Systemic Toxicity): 혈관을 통해 투여된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온몸의 정상 세포(골수, 위장관, 모낭 등)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발생하는 탈모, 구토, 면역력 저하 등의 광범위한 부작용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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