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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발전소 풀가동, 근육 영양소 ‘류신’의 놀라운 에너지 부스팅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6년 06월 30일 14:53 분입력   총 7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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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아미노산 류신(Leucine)의 미토콘드리아 보호 및 활성화 원리 규명
항암치료를 받는 환우들을 괴롭히는 증상 중 하나는 아무리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 ‘극심한 피로감’이다. 우리 몸의 수많은 세포가 암세포와 싸우고 독한 약물을 해독하느라 평소보다 수십 배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포가 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우리 몸속의 아주 작은 생체 발전소, 바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다. 이 발전소가 힘차게 돌아가야 피로를 이겨내고 치료를 견딜 체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발전소의 효율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특별한 땔감은 없을까?

최근 독일 쾰른 대학교 유전학 연구소의 토르스텐 호페(Thorsten Hoppe) 교수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발표한 연구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 근육을 키우는 영양소로만 알려졌던 필수 아미노산 ‘류신(Leucine)’이 사실은 세포 발전소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엄청난 부스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근육 영양소의 반전, 발전소의 수송 문을 지키다
고기, 생선, 콩, 우유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류신’은 우리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반드시 음식으로 먹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주로 근육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연구팀은 류신이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완전히 다른 중대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토콘드리아 발전소가 에너지를 펑펑 만들어내려면 외부에서 대사 물질(원료)을 계속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 이때 발전소 외벽에 달린 ‘단백질 수송 문’을 통해 원료가 들어오는데, 류신이 바로 이 수송 문이 부서지지 않도록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문이 활짝 열려있으니 원료가 원활하게 공급되고, 자연스레 발전소의 에너지 생산 효율은 급격히 치솟게 된다.

깐깐한 공장 감독관 ‘SEL1L’을 멈춰 세우다
그렇다면 평소에 이 수송 문을 부수는 범인은 누구였을까? 범인은 놀랍게도 세포 내부의 품질 관리 감독관인 ‘SEL1L’이라는 단백질이었다. 이 감독관(SEL1L)은 평소에 불량품이나 고장 난 단백질을 찾아내어 폐기 처분하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깐깐하게 구는 나머지, 멀쩡하게 잘 작동하고 있는 발전소의 수송 문까지 낡았다는 이유로 철거해 버리곤 한다. 문이 사라지면 발전소는 원료를 받지 못해 에너지 생산량이 뚝 떨어지고 만다.

이때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한 ‘류신’이 등장한다. 세포 내에 류신이 풍부해지면, 이 류신이 깐깐한 감독관(SEL1L)의 활동을 억제하여 잠시 멈춰 세운다. 감독관의 철거 작업이 중단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수송 문들은 온전하게 보존되고, 세포는 급증한 에너지 수요를 거뜬히 감당하며 활력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양날의 검: 암세포도 이 비법을 알고 있다
이 위대한 발견은 단순히 “고기와 콩을 많이 먹으면 힘이 난다”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 몸의 정상 세포뿐만 아니라, 교활한 ‘암세포’ 역시 이 류신의 마법을 훔쳐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인간의 폐암 세포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일부 폐암 세포들은 류신을 분해하는 대사 과정에 의도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자신들의 생존력을 끈질기게 높이고 있었다. 암세포 역시 무한정 분열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류신 시스템을 악용해 자신들의 미토콘드리아 발전소를 풀가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현대 종양학에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암세포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류신 대사 경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면, 향후 이 경로만을 정밀하게 차단하는 표적 항암제를 개발하여 암세포의 발전소 전원만 툭 꺼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넘쳐도 부족해도 안 되는 영양 대사의 미학
연구의 제1저자인 차오추 리(Qiaochu Li) 박사는 “류신 수치를 조절하여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지만,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류신이 너무 과도하게 쌓여 감독관(SEL1L)을 영원히 정지시켜버리면, 진짜 불량 단백질들까지 세포 안에 쌓여 장기적으로는 세포의 건강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무조건 류신 보충제를 산처럼 쌓아두고 먹는 것보다는, 양질의 단백질 식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하는 것이 내 몸의 대사 시스템을 가장 안전하게 돌리는 방법이다.

우리가 먹는 것이 세포의 생사를 결정한다
과거에는 영양소를 그저 배를 불리고 몸을 움직이는 단순한 ‘연료’ 정도로만 취급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우리가 매일 먹는 콩 한 알, 고기 한 점에 들어있는 영양소가 세포의 가장 깊숙한 분자 단위까지 들어가 발전소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복잡한 생명 활동의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류신이 쥐고 있는 이 신비로운 대사 조절의 열쇠가, 암세포의 밥줄을 끊는 혁신적인 대사 항암제의 개발로 이어지고 피로에 지친 환우들에게 활기찬 일상을 되찾아줄 든든한 에너지원으로 쓰일 내일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영양 대사 사전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세포 내에 존재하는 타원형의 작은 소기관으로, 포도당과 산소를 이용해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제 에너지(ATP)를 만들어내는 '생체 발전소'입니다.

류신 (Leucine):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입니다. 콩, 고기, 치즈 등에 풍부하며 근육 형성과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SEL1L: 세포 안에서 잘못 만들어지거나 수명이 다한 단백질을 식별하여 폐기 처분하는 '품질 관리(QC)' 단백질입니다. 불량품이 쌓이는 것을 막아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합니다.

참조:
Qiaochu Li, Konstantin Weiss, Fuateima Niwa, Jan Riemer, Thorsten Hoppe. Leucine inhibits degradation of outer mitochondrial membrane proteins to adapt mitochondrial respiration. Nature Cell Biology, 2025; 27 (11): 1889 DOI: 10.1038/s41556-025-017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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