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현대의학잠든 면역 깨우는 '비타민 B3', 최악의 뇌암에 맞서다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6년 07월 31일 11:55 분입력 총 7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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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모세포종 환자의 면역력을 되살리는 고용량 니아신 임상 결과 발표
55세의 에드 월드너(Ed Waldner) 씨는 몇 달 동안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낮에 얼마나 쉬었는지와 상관없이 항상 기운이 쏙 빠져 있었고, 걸을 때면 자꾸만 발뒤꿈치가 바닥에 끌렸습니다. 그저 수면 무호흡증이나 피로 탓이려니 했지만, 증상이 너무 심해져 응급실을 찾은 그날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뇌에 커다란 종양이 있습니다. 당장 종양내과 전문의를 만나셔야 합니다."
그를 괴롭힌 범인은 뇌암 중에서도 가장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었습니다. 보통 수술로 암 덩어리를 최대한 떼어내고 방사선과 독한 항암 치료를 병행하지만, 워낙 지독한 암이라 금세 다시 자라나기 일쑤입니다. 병원 나서는 길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던 에드 씨에게, 뜻밖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영양소인 '비타민 B3(니아신)'이었습니다.
뇌암이 걸어놓은 최면, 비타민으로 깨우다
우리의 몸속에는 암세포가 생기면 즉각 출동해 무찌르는 든든한 면역 세포 경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교모세포종이라는 놈은 아주 교활해서, 면역 세포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깊은 수면 상태(면역 억제)로 만들어버립니다. 경찰들이 꾸벅꾸벅 조는 사이 암세포는 뇌 속에서 마음껏 세력을 넓히는 것이죠.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의과대학의 뇌종양 전문의 글로리아 롤단 우르고이티(Gloria Roldan Urgoiti) 박사와 뇌신경과학자 위 용(Wee Yong) 박사 연구팀은 이 조는 경찰들을 흔들어 깨울 비법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고용량의 '비타민 B3(니아신)'이었습니다.
연구팀이 쥐 실험에 이어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고용량의 니아신이 잠들어 있던 면역 세포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다시 암세포와 맹렬하게 싸우도록(면역 기능 회복) 만든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20년의 침묵을 깬 고무적인 성적표
이 끔찍한 뇌암은 지난 20년 동안 환자들의 생존율에 큰 진전이 없을 정도로 현대 의학의 난제였습니다. 연구팀은 기존 항암 및 방사선 치료에 고용량 니아신을 추가로 투여했을 때, 암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버티는 기간이 최소 20%만 좋아져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 결과는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치료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무려 환자의 82%가 암이 더 자라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것입니다. 이는 과거의 다른 치료 성적들과 비교했을 때 28%나 향상된 엄청난 결과였습니다.
국제 학술지 <신경종양학 저널(Journal of Neuro-Oncology)>에 발표된 이 결과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교모세포종 치료에 아주 강력한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렸습니다.
함부로 먹으면 독! 철저한 의료진의 감시 필수
하지만 여기서 우리 어르신 환우분들과 보호자들이 절대 주의하셔야 할 아주 중요한 팩트가 있습니다. "비타민 B3가 뇌암에 좋대!"라는 말만 듣고 당장 약국으로 달려가 영양제를 한 움큼씩 드시면 절대 안 됩니다. 연구진은 "고용량의 비타민은 자칫하면 심각한 독성을 일으켜 몸을 크게 망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이 치료는 반드시 병원에서 의사의 철저한 계산과 감시하에 '서서히 방출되는 특수 니아신'을 사용할 때만 안전하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일상을 되찾은 환자의 미소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에드 씨는 요즘 무척 컨디션이 좋습니다. 정기 검진을 받을 때마다 의료진으로부터 "암이 더 자라지 않고 안정적(Stable)입니다"라는 그 짧고도 위대한 한 단어를 듣는 것에 매일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연구라면 흔쾌히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저 자신도 살릴 수 있었고요. 아직 우리가 싸워볼 무기가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 엄청난 정신적 위로가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현재 연구팀은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까지 48명의 환자를 채워 최종 분석을 마칠 계획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던 비타민 영양소가 잠든 면역을 깨우는 강력한 항암 무기로 변신하는 이 눈부신 과학의 발전이, 최악의 암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버텨낼 수 있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수 있음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의학 상식 사전
교모세포종 (Glioblastoma): 뇌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무서운 암입니다. 주변 조직으로 거미줄처럼 파고들며 자라기 때문에 수술로 완벽하게 떼어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비타민 B3 (니아신, Niacin):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만들고 신경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수용성 비타민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깊게 잠든 면역 세포를 깨워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새로운 효능이 발견되었습니다.
무진행 생존 기간 (Progression-free survival): 항암 치료를 받은 후, 암 덩어리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병이 악화되지 않은 채로 환자가 평온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뜻합니다. 항암제의 효과를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기준입니다.
참조:
Gloria Roldan Urgoiti, Paula de Robles, Roger Y. Tsang, Morgan Willson, Sunita Ghosh, Muhammad Faruqi, Gerald Lim, Shaun Loewen, Robert Nordal, Gregory Cairncross, Catriona Leckie, Candice C. Poon, V. Wee Yong. A phase I-II study of niacin in patients with newly diagnosed glioblastoma: safety and interim phase II analysis. Journal of Neuro-Oncology, 2025; 176 (1) DOI: 10.1007/s11060-025-05351-z뒤로월간암 202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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