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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내성 무너뜨리는 국내 연구진의 쾌거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7월 31일 11:58 분입력   총 88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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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DNA 복구 시스템을 파괴하는 새로운 원리 규명
항암 치료를 받는 환우들을 가장 절망하게 만드는 단어는 아마도 '내성'일 것이다. 처음에는 약이 기적처럼 잘 듣다가도, 어느 순간 암세포가 약을 이겨내고 다시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도대체 암세포는 어떻게 그 지독한 항암제를 맞고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암세포가 가진 놀라운 '자가 수리 능력' 때문이다. 항암제가 암세포의 DNA를 망가뜨려도, 암세포는 훌륭한 수리공들을 즉각 불러모아 부서진 DNA를 말끔히 고쳐버린다.

그런데 최근 자랑스러운 국내 연구진이 이 얄미운 암세포의 수리공들을 아예 쫓아내어 항암제 내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의 명경재 단장과 충남대학교 이주용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이 놀라운 성과를 소개한다.

암세포의 끈질긴 생명력, 그 비결은 우수 수리공
최근 유방암이나 난소암 등 여러 암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 중 파프(PARP) 억제제라는 표적 항암제가 있다. 이 약은 암세포가 망가진 DNA를 고치지 못하게 방해하여 암세포를 죽이는 훌륭한 치료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는 이 약마저도 피해 가는 우회로를 만들어낸다. RAD51이나 CHK1과 같은 핵심 수리공(단백질)들을 듬뿍 만들어내어, 약물이 공격하든 말든 망가진 DNA를 다시 악착같이 고쳐내며 치료에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수리공들을 분리수거장으로 보내는 스위치 발견
연구팀은 암세포의 유전자를 직접 건드리는 대신, 이 수리공들을 세포 밖으로 치워버릴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물질을 탐색했다. 그리고 마침내 UNI418이라는 아주 특별한 물질을 찾아냈다.

암세포에 이 UNI418 물질을 투여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암세포 안에서 맹활약하던 핵심 수리공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수리공이 턱없이 부족해진 암세포는 망가진 DNA를 고치지 못하고 쩔쩔매기 시작했다.

원리를 살펴보니, 이 물질은 세포 내의 단백질 분리수거 시스템(Cul4A)을 강력하게 가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수리공들이 DNA를 고치러 가기도 전에 체내 분리수거반이 출동해 수리공들을 모조리 폐기 처분해 버린 것이다. 이주용 교수는 이를 두고 "암세포의 DNA 복구 단백질을 세포 안에서 능동적으로 분해해 버리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성이 생긴 암세포, 다시 항암제에 무너지다
이 수리공 해고 작전은 실제 항암 치료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연구팀이 파프 억제제(올라파립)에 이미 꽁꽁 내성이 생겨버린 암세포에 이 물질을 함께 투여해 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약이 전혀 듣지 않던 암세포가 다시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멸하기 시작했다. 동물 실험에서도 이 두 가지를 함께 투여했을 때 암 덩어리의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유전자를 억지로 바꾼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믿고 의지하던 수리 시스템을 무너뜨려 다시 항암제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되도록 만든 쾌거다.

명경재 단장은 "DNA 복구 시스템을 약화시킴으로써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종양을 다시 민감하게 만들 수 있었다"며, 이는 기존 항암제의 수명과 효과를 크게 늘려줄 새로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내성 극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이번 연구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신진대사 과정이 암세포의 DNA 수리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숨겨진 비밀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새로운 물질이 실제 환자들의 몸에 쓰이는 신약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항암제가 듣지 않아 낙담하던 환우들에게, 암세포의 방어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붕괴시켜 다시금 치료의 희망을 불어넣어 줄 차세대 맞춤형 병용 치료의 든든한 토대가 마련되었음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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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PARP) 억제제: 암세포가 부서진 DNA를 스스로 고치는 과정을 방해하여, 암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죽게 만드는 대표적인 표적 항암제다. 올라파립(Olaparib) 등이 여기에 속한다.

RAD51 단백질: 암세포 안에서 부서진 DNA를 아주 정교하게 이어 붙여주는 핵심 수리공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단백질 분리수거 시스템 (Cul4A 복합체): 세포 안에서 더 이상 필요 없거나 고장 난 단백질에 꼬리표를 붙여 폐기 처분하는 체내 청소 시스템이다. 이번 연구에서 암세포의 수리공들을 솎아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참조:
Seon-gyeong Lee, Yuri Seo, Seula Jeong, Yuheon Chung, Sukyeong Kong, Minyoung Kim, Joon Ho Rhlee, Sihyeon Um, Bijoy P. Mathew, Saikat Maiti, Malleswara Rao Kuram, Mohamed Ahmed Abozeid, Areum Park, Ji-Na Yoo, Keon Woo Khim, Kyuwon Son, Enkhzul Amarsanaa, Kyunghan Kim, Sehoon Hong, Jiyeon Choi, In Bae Park, Eun A. Lee, Ji Hwan Jeon, Jun Hong Park, Joo Seok Han, Chan Young Park, Seyun Kim, Jang Hyun Choi, Sung You Hong, Min-Duk Seo, Hyuk Lee, Joo-Yong Lee, Kyungjae Myung. Targeting IP6 signaling to destabilize homologous recombination proteins to overcome PARP inhibitor resistance. Nature Communications, 2026; 17 (1) DOI: 10.1038/s41467-026-7142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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