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해외암정보암 키우고 늙게 만드는 ‘좀비 세포’, 사멸시키는 약점 발견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26년 07월 31일 12:01 분입력 총 54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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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세포의 방어막 ‘GPX4’ 단백질 파괴 메커니즘 규명
독한 항암 화학요법을 꿋꿋하게 견뎌내면, 암세포는 분열(성장)을 멈춘다. 환우와 주치의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이다. 하지만 암세포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죽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분열은 멈췄지만 죽지도 않은 채 우리 몸속을 떠돌며 악영향을 미치는 세포들. 과학자들은 이를 ‘노화 세포(Senescent cells)’, 다른 말로 ‘좀비 세포’라고 부른다. 최근 영국 의학연구위원회(LMS)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에 이 끈질긴 좀비 세포들을 완벽하게 사멸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찾아내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항암제의 역설, 멈췄지만 죽지 않은 ‘좀비 세포’의 횡포
항암제는 기본적으로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여 성장을 멈추게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결과 종양의 크기가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부작용으로 몸속에 엄청난 수의 '좀비 세포'들을 만들어낸다. 과거 의학계에서는 이 좀비 세포들이 분열을 멈췄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세포들의 숨겨진 악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 좀비 세포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끈적하고 유독한 물질들을 주변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이 독성 물질들은 주변의 건강한 정상 세포들마저 병들게 하고, 암의 전이를 부추기며, 심지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교란해 암을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게 했다. 암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늙고 병들게 만드는 섬유화 같은 '노화 질환'의 주범이기도 했다.
1만 개의 화합물 속에서 찾아낸 ‘좀비 암살자’
암세포를 잠재우는 것을 넘어, 남아있는 좀비 세포까지 깨끗하게 청소해 버릴 방법은 없을까? 마리안토니에타 담브로시오(Mariantonietta D'Ambrosio)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골칫덩어리들을 제거하기 위해 무려 1만 개의 화합물을 샅샅이 뒤졌다. 건강한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오직 좀비 세포만 골라 죽이는 이른바 ‘세놀리틱(Senolytic, 노화 세포 사멸)’ 약물을 찾기 위한 끈질긴 추적이었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연구팀은 4개의 가장 강력한 후보 물질을 찾아냈고, 그중 3개의 약물이 공통으로 좀비 세포의 ‘GPX4’라는 특정 단백질을 집요하게 공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진통제 맞고 뛰는 부러진 발목, ‘방어막’을 벗겨라
좀비 세포의 멸망을 이해하려면 ‘페롭토시스(Ferroptosis)’라는 특별한 세포 죽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세포 안에 철분과 활성 산소가 너무 많이 쌓여 세포가 스스로 녹슬어 죽어버리는 현상이다. 원래 좀비 세포들은 그 내부에 독성 물질과 산화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어서, 당연히 이 페롭토시스 현상에 의해 저절로 파괴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교활한 좀비들은 끔찍한 고통을 잊기 위해 ‘GPX4’라는 단백질 방어막을 엄청나게 뿜어내며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가리켜 “마치 발목이 부러졌는데 진통제만 잔뜩 맞고 계속 달리고 있는 상태”라고 찰떡같이 비유했다. 근본적인 손상은 그대로인데 억지로 통증만 억누르고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약물로 좀비 세포의 GPX4 방어막(진통제)을 걷어내 버리자, 참아왔던 페롭토시스(세포 죽음)가 봇물 터지듯 밀려오며 좀비 세포들은 마침내 처참하게 스스로 붕괴하며 사멸하고 말았다.
기존 항암제와 결합하는 완벽한 콤비 플레이
이 새로운 약물의 효과는 동물 실험에서 명확하게 입증되었다. 3가지 종류의 암에 걸린 쥐 모델에 이 약물을 투여하여 좀비 세포들을 청소하자, 종양의 크기가 극적으로 줄어들고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연구를 이끈 헤수스 힐(Jesus Gil) 교수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의 암세포에서 GPX4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견된다면, 기존의 항암제와 이 새로운 약물을 함께 투여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의 성장을 멈춰 좀비로 만들면, 새로운 약물이 그 좀비들을 깨끗하게 쓸어 담아 청소하는 완벽한 콤비 플레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암과 노화를 동시에 정복하는 새로운 미래
종양이 더 자라지 않아도 내 몸속 어딘가에 유독한 좀비 세포가 웅크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찜찜함. 이번 연구는 환우들의 그 깊은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씻어줄 가장 강력한 청소기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암 치료의 맹점으로 남아있던 노화 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이 혁신적인 접근법은, 항암 치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암의 재발을 막고 노화 질환까지 함께 치료하는 새로운 의학의 문을 열어줄 수 있음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몸속을 좀먹던 좀비 세포들이 영원히 안식을 맞이할 그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세포 생물학 사전
노화 세포 (Senescent Cell / 좀비 세포): 더 이상 세포 분열을 하지는 않지만 죽지도 않고 살아남아 있는 늙고 병든 세포입니다. 염증 유발 물질을 뿜어내어 암 전이와 주변 세포의 노화를 촉진하는 주범입니다.
페롭토시스 (Ferroptosis): 세포 내에 '철분'과 '활성 산소'가 과도하게 쌓였을 때 발생하는 특별한 형태의 세포 죽음(사멸) 현상입니다.
GPX4: 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 단백질입니다. 좀비 세포들은 이 단백질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만들어내어 페롭토시스를 피하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합니다.
참조:
Mariantonietta D’Ambrosio, Matthew E. H. White, Efthymios S. Gavriil, Laura Bousset, Jodie Birch, Aleksandra Gruevska, Emiliano Pasquini, Manuel Colucci, Winnie Fong, Simone Mosole, Aurora Valdata, Dimitris Veroutis, Katie Tyson, Vikas Ranvir, Sandra Prokosch, Joaquim Pombo, Aoki Ardisson, Sanjay Khadayate, George Young, Alex Montoya, Georgia Roumelioti, Jack Houghton, Jianan Lu, Pavel V. Shliaha, Elena De Vita, Santiago Vernia, Vassilis G. Gorgoulis, Suchira Gallage, Mathias Heikenwälder, Zoe Hall, Andrea Alimonti, Iain A. McNeish, Edward W. Tate, Jesús Gil. Electrophilic compound screening identifies GPX4-dependent ferroptosis as a senescence vulnerability. Nature Cell Biology, 2026; DOI: 10.1038/s41556-026-01921-z뒤로월간암 202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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