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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의 표적이 된 여성, 뇌 건강 위협하는 ‘위험 인자’의 비밀
고동탄(bourree@kakao.com)기자2026년 07월 31일 12:03 분입력   총 53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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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질병도 여성의 인지 기능에 더 치명적임을 규명
암만큼이나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질병, 바로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 불리는 ‘치매(알츠하이머)’다. 그런데 요양병원이나 치매 안심 센터를 방문해 보면 유독 할머니들의 숫자가 할아버지들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통계를 보면, 약 700만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 중 무려 3분의 2가 여성이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서, 치매에 걸릴 때까지 더 오래 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이 현상을 설명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UC San Diego) 연구진이 2026년 5월 19일 <성차 생물학(Biology of Sex Differences)>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이 단순한 논리를 완전히 뒤집었다.

여성의 뇌가 남성의 뇌보다 특정 ‘위험 요인’들에 의해 훨씬 더 크고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남녀가 서로 다른 ‘치매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 내 1만 7천여 명의 중장년층 데이터를 활용해,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3가지의 ‘교정 가능한 위험 인자(우울증, 비만, 고혈압, 당뇨 등)’가 남녀에게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샅샅이 분석했다. 그 결과, 남녀는 치매를 향해 달려가는 길목에서 서로 다른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있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17% vs 9%), 신체 활동 부족(48% vs 42%), 수면 장애(45% vs 40%)를 훨씬 더 많이 겪고 있었다. 반면, 남성은 여성보다 청력 상실(64% vs 50%), 당뇨병(24% vs 21%), 과도한 음주(22% vs 12%)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고혈압과 과체중은 남녀를 불문하고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흔한 문제였다.

똑같은 10kg의 무게도 여성의 뇌에는 ‘치명타’
이 연구의 진짜 소름 돋는 반전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발생 비율이 높은 것과, 그것이 실제 ‘뇌(인지 기능)’를 망가뜨리는 파괴력은 전혀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다. 연구진은 고혈압이나 비만 같은 대사 질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똑같이 고혈압을 앓고 비만 판정을 받았어도, 남성의 뇌는 어느 정도 버텨내는 반면 여성의 뇌 기능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처럼 훨씬 더 가파르게 뚝뚝 떨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남성에게서 훨씬 흔하게 나타났던 ‘청력 상실’과 ‘당뇨병’조차도, 막상 이 병에 걸린 여성들의 뇌를 훨씬 더 심각하게 갉아먹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똑같이 10kg짜리 배낭(위험 인자)을 멨는데, 남성의 뇌는 조금 뻐근함을 느끼는 정도라면 여성의 뇌는 척추가 주저앉을 만큼의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내는 ‘맞춤형 예방’의 시대
연구를 이끈 메건 피츠휴(Megan Fitzhugh) 박사는 “그동안 우리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가장 흔한’ 위험 인자만 막으려고 노력했다”며, “이제는 유병률이 아니라, 각 성별의 뇌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인자가 무엇인지 파악해 집중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현대 의학이 나아가야 할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의 방향을 정확히 짚어준다. 심장병, 암, 알츠하이머와 같은 중증 질환에서 성별(Sex)의 차이는 그동안 너무 쉽게 무시되어 왔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은 호르몬, 유전자, 대사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의 전략 역시 완벽하게 맞춤형으로 달라져야 한다.

내 일상을 바꾸면 치매의 시계는 멈춘다
이번 연구가 두려움이 아닌 안도감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진이 다룬 13가지 위험 인자들이 유전이나 나이처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노력 여하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교정 가능한(Modifiable)’ 요인들이라는 점이다.

치매를 두려워하는 여성들이라면 이제 막연한 불안감을 내려놓고 내 삶의 약한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방치된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하루 30분씩이라도 숨이 차도록 걷고 움직이며, 혈압계를 곁에 두고 고혈압과 대사 질환을 깐깐하게 관리해야 한다.

아는 만큼 멀어지는 알츠하이머의 그림자
암 투병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은 환우들에게 노화와 치매는 또 다른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남녀의 뇌가 어떻게 다르게 늙어가고, 어떤 적에게 유독 취약한지를 분자 단위와 역학 데이터로 낱낱이 파헤치는 과학의 집요한 발전은 눈부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짊어져야 했던 알츠하이머의 불균형한 무게를 인지하고, 내 몸에 딱 맞는 영리한 방어 전략(우울증 관리, 혈압 통제, 운동)을 세운다면 우리를 위협하는 치매의 그림자를 멀리 걷어내고 끝까지 맑고 건강한 정신으로 평안한 노후를 누릴 수 있음을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준다.

[편집실에서] 쏙쏙 이해되는 뇌 건강 상식 사전
교정 가능한 위험 인자 (Modifiable Risk Factors): 유전자나 나이처럼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선천적 요인이 아니라, 식습관, 운동, 수면, 질병 관리 등 본인의 노력과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통제하고 개선할 수 있는 후천적 발병 원인을 뜻합니다.
정밀 의료 (Precision Medicine): 환자를 평균적인 통계로 대하지 않고, 환자의 성별, 유전자, 환경, 생활 습관 등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분석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맞춤형 치료 및 예방책’을 제시하는 미래 의학의 핵심입니다.
인지 기능 (Cognitive Function): 뇌에 정보를 저장하고, 꺼내어 쓰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억력, 주의력, 언어 능력, 판단력 등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치매는 이 인지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참조:
Megan C. Fitzhugh, Judy Pa. Sex differences in modifiable risk factors of dementia and their associations with cognition. Biology of Sex Differences, 2026; 17 (1) DOI: 10.1186/s13293-026-009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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