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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으면 장기가 대신 운다
고정혁기자2011년 09월 30일 12:03 분입력   총 87621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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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 가슴에 응어리진 감정이 슬픔을 낳고 만사가 귀찮고 부정적인 생각이 엄습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가슴이 답답할 뿐 아니라 서럽기까지 하여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런 감정이 느껴지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 각 부분이 자극을 받는다.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신경조직은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활동을 증가시키고, 부신은 아드레날린을 핏속으로 분비시켜 신경조직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혈관이 수축되고 당과 산소를 근육에 공급하기 위해 피부의 혈관들이 줄어들어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한다. 또한 간에 축적되어 있는 포도당이 분비된다. 이러한 스트레스 자극이 계속되면 뇌하수체에 의해 AHTH호르몬이 분비되고, 장기적인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이유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면 우울증과 화병, 고혈압, 동맥경화, 위궤양, 불감증, 현기증 등과 같은 이상이 초래된다.

이러한 반응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려면 울고 싶을 때 참지 말고 울어야 한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면 장기가 대신 운다"라는 말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 몸이 질병에 사로잡히는 것을 울음이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보건과학센터의 거서리 박사에 의하면 동맥경화증에 걸린 환자 중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 소리는 내지 않고 울음을 억누르며 눈물만 흘리는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즉, 슬픔 감정을 느낄 때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소리 내어 우는 것이 슬픔을 그냥 삭이는 것보다 신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울음의 효과를 믿는 의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울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실컷 울어라. 그것도 아주 크게 소리 내어 대성통곡을 하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실컷 울고 나면 무엇인가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비록 슬프고 괴로운 감정으로 울었지만 몸과 마음이 정화되어 아주 편안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울고 싶을 때 울지 않으면 장기가 대신 운다.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한다. 울어야 산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게 쉽게 울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래서 우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남자가 더 많이 울어야 한다
특히 남자는 슬프다. 남자라는 이유로 우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남자가 그깟 일로 왜 우느냐', '남자는 태어나서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말이 울 수 있는 자유를 방해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눈물은 여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남자가 눈물을 보이는 것이 왜 수치라고 생각하는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울어야 한다는 말은 사내가 울어야 할 때가 따로 있으며, 그때에는 실컷 울어야 한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해야지 절대로 울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남자도 특별한 명분이 없어도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한다. 사실은 남자가 더 많이 울어야 한다. 그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되었다.
미국의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있는 램지 재단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의 책임자인 빌 프레이 박사는 울음과 눈물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이유 중 하나는 여자보다 덜 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빌 프레이 박사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경우 여자는 한 달에 3.5회 우는 반면, 남자는 1.4회에 지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도 울지 않은 여성은 6%에 지나지 않은 반면, 남성은 50%가 한 번도 울지 않았다고 한다. 우는 형태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남자는 눈물을 삭이며 잘 흘리지 않으려 하고, 여자는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했다. 이러한 차이는 '남자는 강해야 한다. 우는 것은 약한 여자나 할 일"이라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를 울지 못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화인 것 같다. 이러한 교육이 남자들에게 강인함을 키워주었을지는 모르지만, 여성에 비해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남자는 여자보다 눈물의 양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눈물 분비샘의 꼬리가 여자보다 크기 때문에 눈물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평소에 울지 않던 남자가 한 번 울면 닭똥같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여자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참는 것은 눈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배출되어야 할 나쁜 물질을 여자보다 더욱 많이 몸속에 축적시켜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눈물의 성분 가운데 면역글로블린 A와 같은 성분도 남자의 눈물에서 더 많다. 생리적으로 보더라도 남자들이 눈물을 더 많이 흘리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이제 제발 "남자는 절대 울지 않아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남자들도 울고 싶을 때는 엉엉 소리 내어 울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울지 않는 것은 결코 남자다운 일도 아니고 미덕도 아니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도 크게 울어야 한다. 남자가 우는 것은 절대로 모자란 일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니다.

<울음치료법>, 한광일·김선호, 삼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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