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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
구효정(cancerline@daum.net)기자2012년 10월 31일 15:16 분입력   총 710730명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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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 기록이 시작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병이 바로 감기다. 고대의 그때나 오늘날이나 감기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건 매한가지다. 의학 용어로 바이러스성 코인두염이라고 하는 감기는 인후통, 콧물, 코막힘, 재채기, 기침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성가신 질환이다. 대부분 일주일 정도 지속되지만 일부 증상은 2주 이상 좀체 사라지지 않고 나타나기도 한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특성이 있으며 전염성이 매우 높다.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공기를 통해 이들 바이러스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손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지도 모르고 눈이나 입을 만지다가 무심코 감염되기도 한다.

우리 대부분은 감기를 단순히 귀찮은 질병 정도로 여기지만, 영유아들에게는 발열과 발진 증상이 동반되며 더욱 심각한 감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회 전체에 깜짝 놀랄 만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의학계 연구자들이 감기 치료법을 찾는 데 주력해 왔다. 18세기 과학자이자 발명가로 미합중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이 질환을 자신의 해결 목표로 삼았다. 바이러스의 존재는 이후 150여 년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프랭클린은 감기가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이 관찰한 것을 이렇게 쓰고 있다. "감기는 사람들이 밀폐된 방이나 마차 등 좁은 공간에 함께 모여 있을 때, 그리고 가까이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이 내쉬는 숨을 들이마실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을 토대로, 그는 감기를 예방하고 이미 걸린 경우 낫게 하려면 운동, 목욕, 적당한 음식과 물 섭취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6년, 영국 의학연구위원회에서는 감기 연구 부서를 새로 신설했다. 이곳 연구진을 통해 1950년대가 되기 전, 감기가 리노바이러스라 불리는 미생물을 통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후 수년간 이어진 집중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치료법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연구진은 리노바이러스 감염의 예방과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글루콘산 아연을 약용 드롭스로 개발하는 등 유용한 결과도 얻어냈다. 그리고 감기 연구부서는 1989년을 끝으로 해체되었다.

1960년대부터 영국 카디프 대학교 감기 센터는 예로부터 끊이지 않고 제기되던 의문점에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바로 추위는 감기의 원인이 될까, 하는 의문이다. 연구진은 자원자들의 발을 몇 시간 동안 극도로 차갑게 놓아둔 후 그 다음 주에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지 지켜보았다. 흥미롭게도 연구 참가자 중 일부가 몇 가지 감기 증상을 보였지만, 검사 결과 실제로는 어떤 감기 바이러스에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위의 영향을 다룬 다른 연구에서도 추위에 노출된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인 화학자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 역시 감기 치료법을 찾는 데 관심을 가졌다. 비타민 C를 과량 섭취하는 것이 해결책이라 믿은 그는, 이를 이론으로 정립하여 1970년 《비타민 C와 감기》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가 밝힌 결과는 다른 연구진들이 시도했을 때 한 번도 재현되지 않았고, 결국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았던 비타민 C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하지만 폴링이 펼친 주장이 그 영향력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 C가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그가 주장한 것처럼 그렇게 많은 양의 비타민 C를 섭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는 감기가 10종이 넘는 리노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그리고 몇 가지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감기를 유발하는 호흡기 바이러스는 100가지가 넘으니, 치료법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매년 미국에서만 사람들이 감기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횟수가 10억 건에 달한다. 감기로 인해 손실되는 노동 시간은 1억 5천만 시간, 학생들의 수업 시간도 1억 8천만 시간이나 된다. 이를 금액으로 따지며 한 해 평균 약 200억 달러 규모이다.

감기는 이와 같은 경제적 영향력과 더불어 다른 영향력도 발휘하고 있다. 전체 감기 환자의 3분의 1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항생제는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 세균 감염에 효능이 있는 약이다. 감기 환자를 위한 항생제 처방으로 매년 11억 달러 이상의 돈이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보다 더 나쁜 결과는 이로 인해 항생제 내성을 갖는 세균의 종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감기 증상의 완화를 위해 처방전 없이 판매되는 약물은 매년 30억 달러어치에 달하며, 같은 이유로 판매되는 처방약도 4억 달러어치나 된다.

감기의 치료를 위해 현재까지 비강 충혈제거제, 기침 억제제, 항히스타민제, 항염증제와 같은 약은 말할 것도 없고, 비타민 C와 에키네시아, 아연, 레몬차에 이르는 수많은 시도가 있어 왔다. 최근 실시된 연구 결과에서는 이러한 약물은 감기에 거의 효과가 없으며, 어린아이들에게는 오히려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유아용으로 판매되던 해당 약물들은 약국에서 모두 사라졌다. 결국 감기 치료에 가장 확실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딱 하나, 시간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처음부터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할 것이다.

이토록 성가신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중요한 딱 한 가지 조치가 바로 손을 씻는 것이다. 하루 최소 다섯 번, 따뜻한 물에 비누로 손을 씻거나 알코올 성분으로 된 손 세정제로 손을 닦는다면 감기에 걸릴 위험성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질병이 옮겨갈 가능성도 줄어든다.

항생제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장기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감기 걸렸을 땐 잘 먹고 열병이 났을 땐 굶어라."라는 오랜 속담을 기억하라. 이것이 사실임을 뒷받침해 주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따뜻한 국물을 먹고 편안하게 쉬면서 얻게 되는 치유력과 통증의 완화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 몸을 지키는 기술>, 보니 헨리, 라이프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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